진보세력이라는 전교조도 어쩌면 기득권세력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언제부터인가 들었다. 민주노총이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민주노총이 과연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대기업노조와 공공노조의 이익을 위하여 그런 주장을 하는지 헷갈렸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따른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하여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55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을 때, 청년들의 구직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라도 해서 청년들의 고용절벽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이를 반대한다면 도대체 어떤 대안이 있단말인가? 정년연장기간동안에 임금을 줄여서 그 비용으로 청년들의 취업을 돕자는 것인데 여러가지 이유로 반대한다. "청년들의 취업에 도움이 안될 것이다" "이를 빌미로 연장되기 전의 정년전에 임금을 내릴 것이다." 등등 그러나 어떻든 정년 연장을 찬성한다면 (이미 법제화가 완료 되었다. 내년부터는 60세가 정년이 된다. ) 고용절벽에 대한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나이 먹은 우리 세대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정년 연장이 법제화 되기 전에는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노조들도 찬성하였다. 그러나 정년연장 법제화이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의 태도가 변한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하지 않아도 60세 정년인데 굳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9월14일(월) 도교육청에서 전교조 2015하반기 총력투쟁 전국 교육선전단연수를 했고, 부여지회에서는 함종호 지회장과 김덕호 선생과 내가 참석해서 연수를 들었다. 물론 이 연수는 임금피크제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나는 연수내용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느꼈고 내내 불편했다. 그 연수에 사용된 자료집에도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에 대한 예시자료가 있었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산업은행, 광주은행, 외환은행, 수출입은행은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55세 부터 60세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대체로 5년동안 70%-60%-40%-40%-30%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되어있다. 55세 이전부터 임금을 깍는 다는 내용은 없었다. 현대건설, 삼성전자, GS칼텍스, 포스코는 58세(또는 56세)에서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는 데 역시 연장된 기간동안만 임금이 매년 10%씩 깍이는 것으로 나와있다.
9월 15일(화) 사무국회의하는 식당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토론이 잠깐동안 있었다. 서로간에 의견대립이 있었지만 강준규 선생이 한 말이 생각났다. " 만약에 정년연장된 기간동안에 임금이 깍이는 것을 노조가 반대한다면 그것은 노조의 잘못이다." 나는 이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우리교원들의 임금피크제가 62살이 아닌 55세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에 대해서도 식당에서 말을 많이 했지만 우리 교원들의 경제적 지위가 결코 낮지 않으며, 이는 청년들의 실업해소에 결코 보탬이 되지 않고 심화시키는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교재학 시절 또는 대학재학 시절에는 교사를 서로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임용고시에 수십 대 일이라는 살인적인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예비교사들이 몰려들고 있고 교직을 애타게 원하고 있다. 이의 해소를 위해서 교원들이 55세 부터라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나는 찬성한다. (오버라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재벌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이 기득권 세력의 일원이라는 것을 숨기는 좋은 방패막이가 된다. 전교조도 그러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전교조가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전교조에 손해나는 것도 아니니 자신의 진보적 정체성을 들어내는 호재라고 생각하고 가열차게 주장하고 투쟁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한계기업을 유지하는 선이 얼마이냐가지고 따질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가게의 간판이 바뀌고 있다. 몇달에 한번씩 바뀌는 가게도 많다. 영세 자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을 가지고 최저임금을 정할 일이지 자신의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장할 일은 아니다.
아래 글은 김대호 사회디자인 연구소장의 글이다. 이 사회에 절망을 느끼는 청년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이글을 읽고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도대체 언제까지 알리바이 투쟁이나 할래?
-재벌 수전노론과 보수 악마론이라는 쌍 칼-
진보 진영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고용 담론은 한마디로 청년실신 사태를 만든 공동 정범의 알리바이 주장 입니다. 심각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계 장난을 통해 "난 아니야. 모든 것은 자본/재벌이 한 짓이야"라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논리적 틀은 고집멸도(苦集滅道)를 따랐습니다. 고(苦)=부조리(현상), 집(集)=원인, 멸(滅)=원흉, 도(道)=해법입니다. 통계에 대한 무지, 착각이거나, 통계를 이용한 사기 입니다. 그 실상은 이렇습니다.
1단계(현상) 평균화된(임금근로자 1800~1900만을 뭉뚱그린) 고용지표를 통해 부조리=고통을 보여줍니다. 비정규직 비율, 단기근속자 비율,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복지 격차 등을 길게 나열합니다. 하지만 공공 부문과 민간부문의 크나큰 격차는 말하지 않습니다. 결론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고용 사정은 너무 불안하고, 유연하고, 차별(격차)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명퇴금 3~4억을 줘도 안 나가는 근로조건이 극히 높고 경직된 20%(공공부문+대기업 조직노동)와 너무 낮고 불안한 80%를 한데 묶어서 평균을 내니 한국의 고용지표는 안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평균이라는 둔갑술을 통해서 20%도 너무 불안하고, 유연하고,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존재로 둔갑합니다.
2단계(원인) 자본,특히 재벌대기업의 탐욕, 과식, 독식 때문이랍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는 외환 위기 이후 경제성장률과 (평균적) 임금상승률 격차,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격차 등입니다. 재벌대기업의 710조원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은 GDP증가분의 대부분을 자본, 그것도 재벌대기업이 다 처먹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노동도 20%와 80%를 나눠서 살펴보면 전자의 임금상승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분명히 높을 것입니다. 하는 일(노동의 질)에 비해 훨씬 높은 처우를 누립니다. 하지만 평균으로 뭉뚱그리면 졸지에 20%(대기업과 공공부문 등)도 경제성장율이나 생산성증가율에 한참 못미치는 몫을 분배 받는 존재로 바뀝니다. 한편 재벌대기업에 가진 엄청난 사내유보금도 삼성/현대차 그룹과 적자그룹 혹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재벌대기업을 뭉뚱그린 평균치 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모든 재벌대기업이 다 부유하고 여유있는 존재로 보입니다.
3단계(해법) 재벌대기업 곳간에 수북히 쌓인 돈(사내유보금)을 세금으로, 임금으로 나눠먹고, 부유한 재벌대기업 울타리 안으로 사람(청년)을 강제로 더 밀어 넣자는 것입니다. 청년은 청년고용 할당제로 집어넣고, 사내하청, 임시일용직, 계약직 등은 법으로 영구직(정규직)으로 집어넣자고 합니다. 동시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 카드도 같이 씁니다. 원래 이 부담은 한계기업의 자본과 노동이 지는데, 평균이라는 마술을 쓰면 한계기업도 다 여유있는 자본으로 바뀌어 최저임금 1만원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존재로 됩니다. 이 때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최신 이론을 들이밉니다. 아무튼 평균의 마술을 통해 자본에게 더 많은 의무, 부담을 지우려고 합니다. 중간 중간 양념으로 하청단가 후려치기, 일감 몰아주기, 기술인력 빼오기, 변칙 상속, 골목상권 침투 등을 나열하며 재벌대기업 전체를 특별히 파렴치한 범죄집단처럼 몰아갑니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재벌개혁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부르짖습니다. 평균치의 마술과 침소봉대 기법을 적당히 버무리면 그런대로 먹히는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4단계(궁극적 해법) 고집멸도의 최종판입니다. 이 모든 모순부조리는 노동의 힘이 약해서, 특히 진보정당의 힘이 약하고, 노조조직률이 낮아서 생겨난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법인세 감면 등 재벌대기업 친화적 정책 때문이랍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에 따라 노동과 자본의 역관계가 자본 측에 유리하게 됐기 때문이랍니다. 한마디로 자본-노동 분배구조와 보수-진보 역관계의 핵심이니 노동의 단결(조직률 상향)과 국가권력 장악을 통해 이를 반전시키는 것입니다.
양극화 된 대상을 한데 묶어 평균을 내는 식이라면 정몽준, 안철수와 298명의 국회의원을 뭉뚱그려 국회의원 전체를 100억대 자산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에 근거하여 재벌개혁을 부르짖는 의원들에게 (당신들은 100억대 자산가니) 당신부터 무보수 선언하고, 보좌관들이라도 청년고용할당제의 모범을 보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삼성과 현대차와 공기업 등 돈 잘 버는 소수 재벌대기업은 더 이상 올려 줄 수가 없을 정도로 임금 수준이 높습니다. 1인당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 입니다. 하는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은 결코 아닙니다.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협력업체를 괴롭힌다고 해도 서로 1차 협력업체, 하다 못해 2차, 3차 협력업체라도 못돼서 안달 입니다. 재벌대기업을 범죄집단처럼 몰지만, 구직자들은 서로 입사하려고 야단입니다. 사실 단가 후려치기 등은 돈 못버는 기업들이 더 심합니다. 원청과 1차 협력업체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고요.
우리 경제계와 노동계와 정치권이 정말로 치열하게 규명해 할 것은 왜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격차,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기업소득과 가계소득격차의 원인과 작동가능한 해법 입니다. 이 진단과 대안이 시원치 않으니, 단순무식하지만 명쾌한 재벌대기업 착취론이 횡행하는 것 입니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증가율 격차는 "한국은행 이슈페이퍼(2013.1.14)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이 어느 정도 해명하였습니다. 격차 요인(원인)의 절반은 경제성장을 주도한 수출·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아진 탓 입니다. 나머지는 자영업자들이 법인 사업자(대형마트, SSM, 인터넷/홈쇼핑 유통, 기업형 음식점 등)에게 시장을 많이 뺐겼고, 또 순이자 소득이 감소한 탓입니다. 자영업과 순이자소득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수출·제조업의 고용흡수력 입니다. 1996년 이후 완성차를 생산하는 해외 공장은 15개나 생겼는데, 국내에는 단 한개도 생기지 않은 현실이 증명합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2위, 3위를 달리는 조선 회사들 역시 매출은 엄청 늘었으나 원청의 직접 고용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시장(수주)이 해운 경기에 따라 크게 요동치고, 중국의 도전이 거센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했기에 용케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조선회사들과 자동차 회사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합니다. 하는 일에 비해 엄청난 고임금(너무 낮은 생산성), 지속적인 임금 상승, 너무 많은 놀고 먹는 사람들(물론 노조의 보호를 받는다), 라인 간 배치 전환의 어려움, 시장(경기)의 변덕, 결코 녹녹치 않은 해외 경쟁자, 높은 지가 등 때문 입니다.
돌아보면 1994년 우리의 노동소득분배율이 57.9%, 1995년 60.2%, 1996년 역대 최고인 62.4%였습니다. 1994년 대비 임금근로자가 무려 600만명이 늘어난 2014년은 62.6%에 불과한 것을 보면 1994~96년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좋았던 시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때는 구인난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성장율 보다 임금소득이 더 빨리 늘어났던 것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싯점은 낙관적인 전망과 대마불사의 믿음 아래 엄청난 부채를 통해 단군이래 최고의 과잉 투자가 일어난 시기였다는 것 입니다. 그 덕분에 저도 대우자동차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같은 과잉(공격적) 투자는 다시는 반복해서도 안되고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 입니다.
사실 이 시기에 과잉, 공격적 투자를 주도했던 재벌대기업과 독립 대기업과 제일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상당수가 파산하거나 주인이 바뀌었고,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예외없이 가혹한 구조조정을 겪었습니다. 이 때 구조조정을 하도 거칠고, 무식하게 하다 보니 살아남은 재벌 대기업들이 보수안정적으로 경영을 하는게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과다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과소 부채=과도한 건전화가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과도한 사내유보금은 과거의 피해의식과 더 불확실한 시장환경의 산물입니다. 그나마 소수 재벌 그룹에 집중되어 있지만.......
임금인상율을 높이고, 노동소득분배율을 올리는 왕도는 누가 뭐래도 기업들이 국내에서 임금근로자도 많이 늘리고, 다수 기업이 임금 인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낙관적인 전망 아래서 투자 붐과 구인난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을 포함한 자본이 느끼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리스크를 적정한 수준으로 줄여 주어야 합니다. 동시에 고용 효과가 좋은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적정한 수준으로 줄여야 합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권이나 부동산을 기웃거리는 자본들이 사람을 고용하고 설비를 갖추는 생산자본으로 변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시공시에 매달리는 청년 인재들이 창직과 창업에 나서도록 하는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고민에 입각하여 현실적인 대안을 내지 않고, 평균을 이용한 사기와 피상적 인상에 근거해서 재벌 수전노론과 (부정선거-세월호 은폐조작-친일부역독재 운운하며) 보수 악마론이라는 쌍칼을 휘두르며, "우린 책임 없어!"라는 알리바이나 반복하는 행태는 정말로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졸렬한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