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선거 운동 중 담배를 나눠준다면?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서양하면 뭔가 세련되고 선진적인 것을 생각하고 그 외의 것은 후진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정치도 예외가 아니지요. 즉 미국이나 유럽 정치는 선진적이고 우리나라 정치하면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을 상상하며 미간을 찌푸리기 일상입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해본 적은 있습니까?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생각을 하였지만 어떤 계기로 해서 저의 생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또 이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여러분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줄 수 있는 장소, 파주 헤이리 마을에 위치한 정치․우표 박물관 ‘아고라’를 오늘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1. 세계정치관, 그 색다른 세계로의 초대: 대통령 후보자가 담배를 나눠준다?
만약 대통령 선거운동기간동안 대통령 후보자의 사진과 선거공약이 찍힌 담배를 나눠준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어떤 이는 어리둥절해 할 수도 있고 다른 분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면 놀라시겠습니까? 당연히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실제 여러분이 잘 아시는 부시 대통령이 출마했던 선거운동 때 유권자들에게 나눠주었답니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과 달리 선거운동에 제한이 없어서 기발하기도 하고 특이한 선거용품들이 많습니다. 다른 예로 자동차 번호판이나 주차장 표시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번호판에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의 사진이나 이름이 들어간 번호판을 선거기간동안 바꾸어 달기도 하지요. 어떤 지역에서는 주차장 표시판에 “이쪽은 민주당원들만 주차할 수 있다”라는 식의 표시판을 걸어두고 자신의 당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생활 깊숙이 정치는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Change"라는 비전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아고라’에서 변화라는 구호를 내건 대통령은 오바마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Carter Mondale이란 사람의 선거운동 버튼을(옷에 다든 뱃지의 일종) 볼 수 있었는데 구호는 “Leaders for a Change"였답니다. 어떤 버튼에는 "Democrats and Idiots"라고 되어있었는데 민주당이 아닌 그 외(특히 공화당)는 ‘바보’라는 말을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또 미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Senator Hilary Clinton Boogie Diva"라고 하여 현재는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 뉴욕주 상원의원이었을 때를 기려 만든 움직이는 인형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인형을 만들어도 대통령 위주로 만들지만 상원의원의 모형을 만드는 것 사실자체, 그리고 정치인물이 스타화 되는 곳이 미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이 수록되어있다? 그리고 히틀러 선출되게 하는 정당투표용지...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과 그의 경력이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지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면에는 그만큼 정치에 대한, 혹은 선거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실시된 우리나라 지방선거가 수요일에 치러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투표용지에는 보통 후보자 이름과 소속 정당만 적혀있지만 러시아 투표용지에는 후보자의 경력이나 이력이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투표용지 사이즈가 A4용지 크기정도 됩니다. 박물관에서 2003년 미국과 전쟁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2005년 1월 30일 날 실시된 이라크 제헌의회(헌법을 만들기 위한 의회)선거에서 사용된 투표용지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당 기호가 후보자 이름과 함께 나와 있는데 투표용지크기가 B4정도 되었습니다. 동티모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선거용지는 색깔이 화려하며 당수 사진까지 수록되어있습니다. 이는 문맹자가 많아서인 것입니다. 또한 세계전쟁역사를 새로 쓴 악명 높은 히틀러가 자신의 정당에서 대표로 선출되게 한 정당 투표용지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히틀러 또한 아주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되었던 것입니다.
-동성연애 지지 정당 포스터가 걸려있다면?
우리나라에서 타부시 되는 이슈를 아무렇지 않게 포스터에 사진으로 담아 정당을 홍보하는 독일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후보가 권투글로브를 착용하고 전투적인 자세로 사진을 찍어 선거포스터로 활용하였습니다.
2. 한국정치관, 나는 한국정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한국정치관에 들어서면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국회의원 달력부터 흑백 선거포스터와 빛바랜 투표용지까지 한국정치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시된 희귀한 자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를 더 실감할 수 있는데요, 그 예로 우리나라 제3대 대통령 선거과정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진을 통해서입니다. 1대와 2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소속된 자유당을 상대로 민주당은 선거구호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전시된 사진을 자세히 보면 벽보에 “가라내면 더못산다”라고 씌여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책을 위주로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닌 감정에 치우쳤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당시 사용되었던 컬러 선거 포스터도 전시되어있었는데 모든 것이 귀한 시절 컬러 포스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민주당 후보였던 신익희의 한강백사장 연설 사진도 전시되어있었는데 그 당시 서울시민 150만 명 중 40만 명이 참여해 야당에 대한 지지가 상당했다는 것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달력
달력은 60년대 중반까지도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사진이 찍힌 달력을 단매로 달력을 인쇄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어떤 달력에는 “우리는 농민의 아들 딸, 60만 4H 동지들이여! 우리 자신을 위하여 농민을 위하여 뭉치자! 싸우자!이기자!”라는 구호가 적혀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구호보다는 선동적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호 1번은 당선자의 번호이다.
기호 1번이 아니면 낙선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1번이 아니면 좌절하는 후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 1번이 갖는 의미가 ‘다른 이들보다 더 낫다, 최고다’라는 것도 과거 한국인들 인식에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유권자 대다수가 후보자의 이름이나 숫자도 읽을 수 없어서 숫자대신 막대를 사용하여 후보자 기호를 표현하였습니다. 후보가 30여 명이 될 때에는 막대가 30개가 되기 때문에 1개만 차이가 나도 엉뚱한 사람이 표를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고민하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1번을 의미하는 작대기 1개를 긋고 투표를 하였기에 보통 기호 1번이 당선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박정희 소장 친필서신
박물관에는 우리나라에 단 2부 존재하는 박정희 소장의 친필서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5.16쿠데타를 일으키기 바로 직전에 작성되어 장도영 참모총장에게 보내졌습니다. 이를 보면서 얼마 전에 우연찮게 본 ‘박정희의 서신 리더십’ 관련 글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편지를 많이 쓴 최고 권력자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하였는데 이에 걸맞게 필체도 간결하고 명료하게 작성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그의 필체를 그가 맞이해야 할 미래와 사뭇 대조적으로 보였습니다.
-선거용품
세계정치관에서 본 다양한 미국 선거용품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선거용품은 극히 제한되어있습니다. 어깨에 두르는 띠나 모자나 명함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색채도 매우 단조롭고 디자인도 절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명함모양의 선거홍보전단지를 보면 미국과는 다른 면도 볼 수 있습니다.
3. 압화 및 우표전시관: 한국정치사를 포함하여 전 분야에 관련된 우표 컬렉션, 압화 작품들
세계정치관과 한국정치관을 거쳐서 3층에 올라가면 예술품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한국정치를 우표를 통해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표를 이용하여 어떤 분야를 설명한다는 것이 굉장히 이색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우표 하나하나가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압화 작품들은 꽃잎뿐만이 아니라 배춧잎 등을 압축하여 여러 모양을 형상화하여 한지 위에 산이 되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표처럼 꽃잎들도 하나하나의 개체가 모여서 큰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우표와 압화 전시관이 하나로 묶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예술적인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오면서...
인간이 사회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면 정치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고라 정치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나라에 따라 독특하게 나타납니다. 정치 자료를 통해 본 어떤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의 문화와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나라는 아직도 문맹률이 높아 투표용지에 당수 사진을 넣는가 하면 어떤 나라는 불과 몇 년 전에 제헌국회 선거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인 모두를 포함한 국민의 정치문화 그리고 그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내면서도 분명 비슷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정치의 한 단면만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아고라’ 정치․우표 박물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고라’를 이루고 있는 정치자료 2000점과 우표자료 7000점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명순교수님께서 35년 동안 수집하신 자료들입니다. 이를 보면 35년 동안 꾸준히 한가지를 위하여 노력하신 것을 알 수 있는데, 모으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생각과 열정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실질적인 추진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하셨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고 일정하기만 한다면 성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 정치도 이러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람요금: 일반 2,000원/ 학생 1,000원/ 미취학 아동 무료
*개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고라 홈페이지 www.agora500.co.kr
*아고라 대표전화 031-957-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