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팔자소관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경사가 생겼을 때는 '팔자 폈
다'고 하거나, 슬픈 일을 당해 막막해질 때도 '모두 팔자소관이야'하고 체념해
버리는 식이다.
우리조상들이 세상만사를 맡기고 기쁨과 슬픔의 원인으로 돌렸던 팔자란 과연 무
엇을 말하는 것인가. 팔자란 여덟 글자란 뜻으로 사주(四柱)를 말하는데, 사주
가 바로 여덟 자이다.
사주는 생년, 생월, 생시의 네 가지로, 인간의 일생을 한 채의 집으로 보고 그
집에는 사방(四方)에 무거운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있음에 착안해 주(柱)
를 사용하여 사주라고 부른다. 사주의 주 하나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나
뉘어 있어 사주를 합하면 천간 4자, 지지 4자로 합이 8자가 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동양의 철학사상은 음양에서 시작하여 오행으로 나아가
고, 오행은 또 천간 10과 지지 12를 도출시키므로 합해서 60갑자를 형성했다. 음
양오행은 60갑자의 원리를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단위로, 세월과 시
일의 표기로 60갑자를 사용하고 인생의 운명을 측정하는 데도 60갑자의 기본이
된다.
사주팔자도 60갑자의 운용을 이용한 데 불과하지만, 60갑자가 인생의 운명과 깊
이 관련되어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역사상의 어느 시점을 표현할 때 서기 몇 년 또는 단기 몇 년 몇 월 몇 일 하면
정확하게 어느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것은 역사를 계산하는 방법에
의한 표기일 뿐 그것에 포함된 변화나 철학적 의미와는 관계가 없다.
음양오행이 내포하고 있는 변화작용과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역사적인 표
기 이외에 육갑 표기를 병행해 왔다. 사람이 태어난 해, 달, 날 그리고 시를 역
사적 방법으로 표기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시점을 나타내는 기록일 뿐 그것으로
그 사람이 타고난 출생의 비밀이나 가계, 부모, 형제, 부부, 직업, 수요(壽夭),
빈부, 성패 등을 추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의 운명을 연구하기 위해 사람
이 세상에 태어난 시점을 근거로 그의 운명을 예찰하게 되며, 그것에 적용하는
것이 음양오행의 산물인 육갑이다. 육갑은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모두 드러
내서 그 오행의 강약과 생극과 변화에 따라 사람의 운명을 예견할 수 있게 한다.
사주의 제일 첫머리를 연주(年柱)라고 한다. 연주는 역사적 기재가 아닌 육갑의
기재로, 출생한 해가 무슨 육갑에 속하느냐에 따라 그해의 태세(太歲)가 곧 그
의 연주가 된다. 다음이 월주(月柱)로, 태어난 달을 말하며, 그 달도 1, 2, 3,
4 등 역사적 표기 방법이 아닌 육갑의 표기법에 따른 것이다. 태어난 날이 일주
(日柱)가 되고 태어난 시가 시주(時柱)가 된다. 이렇듯 연, 월, 일, 시의 네 기
둥을 중심으로 그 네 기둥이 차지하고 있는 오행의 기와 도 그 오행을 상생하거
나 상극하려는 주위의 기가 분합소장하면서 발출하는 변화로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