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5) “나의 시종이여, 내가 의인들보다는 죄인들에게 더욱 관대하다는 것을 기록하여라. 나는 그들을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왔고, 그들을 위해서 피를 흘렸다. 그들이 두려움 없이 내게로 가까이 오도록 인도하여라. 그들은 나의 자비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1276) 1937년 9월 16일. 나는 오늘 성체 앞에서 성시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다. 8시에 너무도 통증이 심해져서 다시 침대로 되돌아가야 했다. 나는 세 시간 동안이나 심한 통증으로 몸부림을 쳤다. 그러니까 밤 11시까지 심한 발작으로 고통을 받았다. 아무런 약도 효과가 없었다. 무엇이든지 삼킨 것은 다 토해 내었다. 때때로 나는 고통 때문에 의식을 잃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방식으로 게쎄마니 동산에서의 그분의 고뇌에 내가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셨다. 또한 사악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살해된 영혼들을 위해서 하느님께 보속을 바치도록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주셨다. 이런 고통은 벌써 세 번째였다. 발작은 늘 저녁 8시에 시작되어 11시까지 계속되었다. 그 어떤 약도 이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다. 11시가 되면 고통은 저절로 없어지고, 그 순간 나는 잠에 빠져든다. 그 다음날 나는 아주 허약해진 자신을 느낀다.
요양원에 있을 때에 이런 발작을 처음으로 겪었었다. 의사들은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약도 주사도 내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자신도 이 고통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의사에게 내 생전에 한번도 이런 종류의 고통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의사도 이런 종류의 고통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님께서 친히 나에게 알려주셨기 때문에 나는 이제 이 고통이 무엇인지를 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런 식으로 또다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온몸이 떨린다. 내가 또다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겨드린다. 하느님께서 고통을 보내길 원하시는 거라면 나는 그것을 사랑과 순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고통을 당함으로써 단 하나의 영혼이라도 살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1277) 이런 고통을 받은 다음날에는 나는 영혼들의 상태와 하느님께로 향하는 그들의 지향을 느끼게 되면서 참된 지식으로 충만하게 된다.
(1278) 나는 말하자면 천사들처럼 영성체를 한다. 내 영혼은 하느님의 빛으로 가득 차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그 빛을 먹고 산다. 나의 느낌들은 죽은 것처럼 된다. 이것은 하느님과의 순수한 영적인 결합이며, 영이 본성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1279)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나에게 계속 아낌없이 쏟아부어 주시고 있는 은총에 대한 지식을 내게 주셨다. 이 지식의 빛이 나를 속속들이 꿰뚫었고, 나는 하느님께서 내게 계속해서 베풀어 주시는 말할 수 없이 큰 호의를 깨닫게 되었다. 내 방에서 방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오랫동안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감사의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나는 도무지 바닥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하느님의 빛이 내게 그분의 은총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애를 쓴 다음에야 나는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분의 아이로서, 나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지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라고 느꼈다. 그분께서 친히 나를 바닥에서부터 당신의 가슴까지 들어올려 주셨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전적으로 나의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을 하나도 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하느님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1280) 영성체를 할 때, 주님께서는 어떤 영혼에게는 마지못해 가신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그분은 마치 고통과 수난을 겪으시기 위해 어두운 감옥으로 가듯이 그런 영혼에게로 다가가신다. 나는 계속해서 그분의 용서를 청하면서, 그런 모독을 갚아 드리기 위해서 보속을 바쳤다.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