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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통해 異업종 진출 성공 |
동종시장 내 마켓셰어 확대 |
패션 업계 M&A 사례 중 가나안, 이랜드, 세아상역은 기존 자사가 구축하지 못한 이업종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M&A를 선택, 큰 성공을 거뒀다. 캠브리지를 인수한 코오롱,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 ‘보브’, ‘지컷’을 인수한 신세계인터내셔날, ‘구호’를 인수한 제일모직은 동종 시장 내에서 마켓셰어를 확대했다. 또 최근 M&A를 성사시킨 SK네트웍스와 오브제의 결합은 자본을 가진 기업과 감성을 소유한 디자이너의 합병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M&A의 성과는 피인수 기업 자체가 인수된 이후 매출, 이익 등 경영 성과가 개선되었는가를 판단하는 것과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받게 되는 혜택(기술, 인력, 시장 점유율 상승 등 규모의 경제 효과)으로 인한 경영 성과 개선으로 평가한다. 2000년 이후 패션 업체의 120여 M&A 사례 중에서 가나안, 이랜드, 코오롱, 세아상역 등이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또 작년 11월 오브제를 인수한 SK네트웍스는 아직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얻진 못했지만 풍부한 자본을 가진 기업과 감성을 소유한 디자이너의 합병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패션 업계의 M&A 방향을 제시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가나안은 연간 수출액 8,000만 달러 규모의 가방 수출 전문업체에서 M&A를 통해 패션 종합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1년 하이파이브 주식을 인수한 가나안은 2002년 신성통상 인수에 성공, 패션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M&A를 발판으로 패션사업 확대를 시도한 가나안은 2004년 하이파이브를 에이션패션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신성통상의 ‘폴햄’ 이관, 2007년 ‘엠폴햄’ 런칭으로 1,500억원대 캐주얼 전문회사와 신성통상 2개 업체를 보유하게 됐다. 이랜드그룹은 2003년 ‘엘덴’, ‘뉴골든’, ‘캡스’ 등 브랜드 인수를 시작으로 M&A를 본격화했는데 현재까지 총 11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이는 이랜드가 뉴코아, 해태유통, 한국까르푸 등 굵직한 유통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사 유통을 위한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데코, 네티션닷컴을 인수함으로써 유통 MD의 핵심인 고가 여성복 시장 진출, 취약했던 백화점 영업력 강화 등의 효과를 얻었다. 캠브리지를 인수한 FnC코오롱은 자사 코오롱패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남성복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고 생산, 구매, 물류 관리 등의 과정에서 원가 절감을 실현시켰으며 월마트를 인수한 신세계, ‘보브’와 ‘지컷’을 인수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할인점, 여성복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얻었다. 또한 제일모직은 2003년 F&F로부터 여성 캐릭터 ‘구호’를 인수, 여성복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킴으로써 대기업이 여성복에 약하다는 편견을 불식시켰다. 한편 최근 서울대학교 패션산업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재무제표나 주가 흐름을 분석해 경영성과를 측정하는 계량적분석방법을 통해 패션 M&A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나산, 캠브리지 인수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2006년 세아상역에 인수된 나산의 경우 2007년 9월까지 주가가 63% 상승한 26,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섬유의복 산업지수 상승률인 47%를 훨씬 웃돌았다. 2007년 1월 FnC코오롱에 의해 인수된 캠브리지의 주가 역시 인수 당시 22,100원에서 9월 평균 32,000원으로 동종 업계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반면 네티션닷컴은 2006년 2월 인수 이후 월평균 주가가 25,000원에서 50,800원까지 급등했으나 2007년 6월부터 산업지수 상승률을 하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 M&A로 인한 실질적인 기업 가치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 패션 M&A 관련인에게 듣는다
임채전 데코 전략기획실 이사 M&A는 수익 창출이 최우선 이랜드는 M&A를 실행하기 앞서 회사 내 핵심 인력이 있는가를 먼저 파악한다. 사전 지식이나 노하우도 없이 무턱대고 인수를 단행한다면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데코, 네티션닷컴을 인수하면서 여성복과 백화점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약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백화점 영업을 해 본 이랜드 OB 멤버들을 영입했다. 안경천 상무, 박규성 상무, 김동수 이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한 인수 브랜드와 기업의 회생을 위해 철저하게 수익 중심의 운영 방식을 고수했다. 2003년 데코, 2006년 네티션닷컴을 인수한 후 회사를 살펴보니 수익구조가 엉망이었다. 본사는 수익구조를 플러스로 만들기 위해 수백억원의 재고를 소각 또는 매각함으로써 부실 재고를 정리했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네티션닷컴의 ‘캐쉬’와 데코의 ‘조앤루이스’, ‘데얼스’를 정리했고 ‘아나카프리’, ‘디아’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형태로 리뉴얼했다. 인수 이후 2년 동안 조정 작업을 거쳐 현재는 악성 재고없이 1년차 재고만 남아있는 상태며 내부적인 목표도 달성했다. 또 올해는 비용을 축소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코와 네티션닷컴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데코, 네티션닷컴을 인수한 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조직 운영,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의 차이였다. 때문에 데코의 경우 상당수 직원들이 이탈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인력이 교체된 이후 이랜드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경영을 통해 직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고 지금은 기업 문화의 교류로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김종관 FnC코오롱 전략기획실 팀장 M&A, 인수기업의 철저한 시장 분석 필요 현 패션시장에서 어느 정도 마켓셰어를 가진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 신규 브랜드 사업보다 유리하다. 물론 인수대상 기업의 가격이 적정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브랜드 또는 기업 인수 시 신규 사업 투자비용과 비교는 물론 인수 기업의 자산 가치와 브랜드 가치, 유통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실제 코오롱의 캠브리지 인수는 남성마켓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발판 마련 이외에도 캠브리지의 현금 자산 가치가 높고 우수한 인력과 유통망 등이 더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데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역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브랜드 네임 밸류가 이미 바닥에 떨어진 경우라던가 브랜드 자산가치가 낮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경우는 인수 이후 적자를 지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수기업과 인수대상기업 간의 조직 문화 차이로 인해 직원 이탈이 발생하는 등 갈등도 존재한다. 요즘처럼 디자인과 감성적인 마인드를 중시하는 패션회사와 IT, 건설, 유통 등 비패션 기업의 M&A가 증가하면서 조직 문화 차이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은 필수적이다.
⊙ M&A CASE 1|이랜드그룹
M&A 통해 패션업계 1등 기업 도약 브랜드, 기업 인수는 물론 유통까지 확장
M&A 대표 주자,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패션업계에 M&A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2002년 국제상사 경영권 확보를 시작으로 유통, 패션, 레저 및 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업계에서 이랜드를 통하지 않는 매물은 없다고 말할 정도. 특히 인력 채용 시 재무, 자금, 경영분석, 전략기획과 함께 M&A 인력을 별도로 뽑는다. 이랜드는 2003년 ‘엘덴’, ‘뉴골든’, ‘캡스’, ‘앙떼떼’, ‘베이비루니툰’ 등 브랜드 인수를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수하던 것에서 벗어나 같은해 8월 여성 중견기업 데코의 M&A로 업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뉴코아의 경영권, 해태유통, 신세화백화점 등을 인수하며 유통에 무게중심을 실었으며 2006년 네티션닷컴, 까르푸 인수로 업계뿐 아니라 재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또한 최근에는 2006년 글로벌스포츠에 자본을 투자한 것으로 시작해 50% 이상 지분 확보에 이어 경영권까지 소유하며 글로벌스포츠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지난해에는 데코를 통한 ‘비아트’ 인수에 이어 연말에는 쌍용건설 예비입찰에 참여, 이랜드의 M&A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패션 그룹으로 성장 이랜드는 M&A를 통해 매출 외형면에서 최대 패션 그룹으로 성장했다. 2006년 기준 이랜드(성인 캐주얼, 라이선스) 3,760억원, 이랜드월드(유아동복, 이너웨어, 여성캐주얼, 주얼리 및 액세서리, 2001아울렛 및 호텔)와 뉴코아(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가 2조 8,656억원, 킴스클럽마트 1,800억원, 데코와 네티션닷컴 2,759억원, 이랜드개발(부동산개발, 아파트 등 하우징 사업), 리드(인테리어, 광고, 웹 사업부), 이랜드시스템즈(IT경영솔루션개발, e-biz부문), 프란시아(가구), 이랜드레저비스(콘도), 식품 및 해외사업을 포함 9,000억원. 여기에 까르푸인수로 1조 9,753억원의 외형이 플러스됐다. 데코는 인수 3년째를 맞은 2006년 외형을 1,000억원 규모로 회복시켰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8.57% 성장했다. 아직까지 인수 전 데코의 매출규모(2003년 1,436억원, 2002년 1,824억원)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매출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증가 추세. 이는 ‘아나카프리’, ‘디아’ 등 백화점 중심으로 영업해 오던 브랜드를 아울렛으로 유통망을 확대, 볼륨화시킨 것이 적중한 것. 또 자사유통에서의 수수료 등 비용을 크게 절감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이랜드는 데코 인수로 백화점 영업을 접한 후 ‘후아유’, ‘티니위니’, ‘로엠’, ‘클루’ 등 가두점 중심 브랜드를 백화점 유통에 입점시켰다. 업계에서는 데코를 통한 백화점 유통에 대한 학습효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네티션닷컴은 이랜드 인수 첫 해인 2006년 신장률이 전년대비 -15%로 역신장했다. 2007년 3분기 누적매출 역시 2006년보다 20% 이상 역신장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역신장폭이 5배 가량 늘어나는 등 인수 후 조정기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사업에 따라 M&A 중심 이동 이랜드그룹은 패션, 유통, 콘도, 호텔, 건설 등 다양한 분야로 M&A를 확대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초기 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움직이던 인수합병이 기업으로 확대됐으며 그 비중도 그룹의 주력 사업에 따라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패션 기업 인수 목적은 유통사업을 위한 콘텐츠 확보 차원이다. 쇼핑몰에 입점시킬 다양한 복종과 다양한 컨셉의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 이랜드그룹이 여성복 M&A에 집중한 것도 유통 MD의 근간이 되어야 할 여성복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캐릭터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데코 이후 영 캐주얼 대표 기업인 네티션닷컴을 인수한 것도 복종 구성을 위해서다. 패션, 유통 중심으로 진행돼 온 이랜드의 M&A가 최근 레저, 건설 등 ‘休’비즈니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세계적인 레저 테마도시 건설이 최종 목표인 이랜드그룹이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분야는 레저산업. 2006년 하일라콘도, 삼립개발(현 레저비스)을 인수한데 이어 뉴설악호텔, 오대산 호텔 등을 확보, 관련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쌍용걸설 인수전에 참여,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랜드그룹은 1998년 창립한 이랜드개발이 자사 아울렛 등 자체 공장을 맡아왔으며 2001년 주택사업에 진출, 아파트 및 오피스텔 도급사업을 진행해왔다. 향후 M&A 비즈니스도 이에 맞춰 레저, 건설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M&A, 중국까지 넘본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12월말 중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내 4개에 신규법인을 설립하고 김현수 전무, 김광래 상무 등 핵심 인력을 중국 내 배치시켰다. 기존 이랜드패션상하이를 비롯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이랜드인터내셔날패션상하이, 이랜드패션차이나디자인, 이랜드패션홍콩 등 5개 법인을 운영하게 된다. 이랜드는 중국 사업 강화를 위해서 공격적인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내 유통업체와 패션기업 및 브랜드 인수합병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데코는 2009년까지 인수 합병과 중국 진출을 바탕으로 20개 브랜드로 키우고 2012년 30개 브랜드를 전개, 1조원 규모의 여성복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TIP- M&A 이후 문화 충돌 커 결국 핵심 인력 누수로 브랜드 악영향
이랜드그룹의 브랜드 인수 목적은 패션이 아닌 유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자사 유통을 채울 수 있는 브랜드라는 관점으로 패션 비즈니스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패션업체와의 경영방식이나 영업 방법, 특히 마인드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랜드 관계자는 “3BU에 ‘로엠’, ‘더데이’, ‘투미’ 등 여성복 브랜드가 있지만 이는 이랜드의 캐주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감도, 트렌드 등 패셔너블한 요소가 요구되는 여성복 사업을 위해 데코, 네티션닷컴을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피인수 업체 출신 인력은 하나같이 “이랜드는 기존 패션 시스템을 무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저가 캐주얼에 적용했던 시스템을 여성복에도 적용시키면서 기존 여성복에서 중시해 온 감도, 컨셉 차별화, 트렌드 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 이랜드 인수 후 네티션닷컴에 남아 있었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광고를 찍어야 하느냐, 디자이너들이 굳이 해외 출장을 가서 얻어오는 것이 무엇이냐 등의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브랜드를 위한 투자 마인드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패션에 대한 마인드 차이로 기존 인력이 대부분 이탈하면서 상품 컨셉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 ‘EnC’, ‘96NY’, ‘A6’ 등은 상품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고 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아나카프리’의 경우 인수 이전 차별화된 컨셉과 고감도로 현재의 ‘구호’만큼 성장력이 있었으나 현재 모습은 그러한 강점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인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지만 패션업계의 인력 구조에 대한 이견을 나타냈다. “시스템이 아닌 일부 인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이랜드가 추구하는 패션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다. 디렉터나 영업 총괄자가 회사를 그만두면 일반 사원들까지 하나같이 회사를 떠난다”며 “이는 회사가 아닌 사람을 보고 일하는 격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패션에 대한 마인드 차이는 영업 전략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네티션닷컴은 매출볼륨이 확대되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다는 방침을 기본으로 외형확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랜드는 수익 위주의 영업전략을 펼쳤다. 데코 역시 백화점 위주로 전개되던 브랜드를 자사 유통에 진출시키며 수익성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영업전략이 브랜드력과 브랜드 로열티를 떨어뜨리면서 기존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 M&A CASE 2|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대표 정만원)가 작년 11월 29일 오브제 인수를 발표하며 패션 업계를 잠시 혼란에 빠트렸다. 여성복 대표 기업으로 맥을 이어온 오브제 역시 자본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네트웍스의 오브제 인수는 기업의 자본과 디자이너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차원에서 이해되면서 쌍방이 윈-윈 할 수 있는 긍정적인 M&A라고 평가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강진영, 윤한희 부부의 보유 주식 562만8,928주(54.11%)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매입 금액은 500억원으로 당시 54.11%의 주가총액인 310억원(28일 종가 5,500원)보다 두배 가까운 수치였다. 이랜드가 데코를 106억원, 네티션닷컴을 210억원에 인수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SK네트웍스는 오브제 인수로 ‘오브제’, ‘오즈세컨’, ‘클럽모나코’ 3개 브랜드와 오브제 뉴욕 법인에서 전개하고 있는 ‘Y&Kei’, ‘Hanni Y’ 등 5개 브랜드를 추가 확보하게 됐고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 ‘타미힐피거’, ‘DKNY’, ‘도나카란 컬렉션’, ‘루츠’를 포함해 14개 브랜드, 총 4,000억원 규모로 외형을 확장하게 됐다. 외형 규모만으로도 패션 업계 수위에 오르게 됐으며 캐주얼로 회사를 성장시켜 온 SK네트웍스 입장에서는 여성복까지 범위를 확장하며 종합 패션사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SK네트웍스, 글로벌 비즈니스의 꿈 실현 SK네트웍스측은 “사세 확장보다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대등한 관계의 합병이다. 합병이라는 표현보다 연합이라는 의도에서 이뤄진 M&A”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1991년 ‘카스피’를 런칭하며 패션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교복 ‘스마트’, 캐주얼 ‘아이겐포스트’를 런칭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이후 ‘타미힐피거’, ‘DKNY’, ‘도나카란 컬렉션’, ‘루츠’ 등 해외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하며 패션 업계에서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아이겐포스트’, ‘코너스(구 카스피)’ 중단으로 자체 전개 브랜드가 없어졌고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위해 인수했던 ‘엑조’도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중단했다. 즉 브랜드를 운영할 자본은 풍부했으나 패션 사업의 비전이었던 ‘글로벌 비즈니스 완성’이라는 과제를 실현시켜줄 디자이너가 없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때문에 SK네트웍스는 오브제를 인수해 내수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보다 세계 시장에서 회사를 대표할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강진영, 윤한희 두 디자이너의 글로벌 디자이너화, ‘Y&Kei’, ‘Hanni Y’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통해 SK네트웍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완성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100억원 규모를 투자해 SK네트웍스 뉴욕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강진영씨를 대표로, 윤한희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또 정기적인 패션쇼 및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파리, 도쿄, 상해 등 세계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향후 5년간 디자인센터 설립에 100억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에 300억원, 브랜드 운영 및 현지 컨설팅을 위해 200~300억원의 비용을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SK네트웍스와 오브제의 연합으로 한국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오브제, 든든한 지원군 등에 업어 오브제 입장에서도 SK네트웍스의 러브콜은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오브제의 매각설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것은 물론 실제 오브제 인수를 위해 몇몇 업체들이 의사를 밝힌 것도 사실이다. 오브제의 강진영, 윤한희 부부는 SK네트웍스와의 합병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셈이다. 강진영 사장은 “뉴욕에서 2개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중소기업의 한계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오브제였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조그만 기업으로 치부됐다”며 “막강한 자본과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SK와 손을 잡음으로써 우리가 꿈꿔왔던 한국 브랜드의 세계적인 브랜드화,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오브제의 세계화 및 일류화를 위해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가 브랜드 핵심 역량인 디자인 창작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진영, 윤한희 부부는 SK네트웍스 뉴욕 디자인센터의 대표와 감사로 일하면서 향후 5년 동안 약 600억원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게되며 ‘Y&Kei’, ‘Hanni Y’의 경영은 물론 국내의 ‘오브제’, ‘오즈세컨’ 등의 디렉터 역할을 계속 담당할 예정이다. 한편 오브제는 SK네트웍스에 인수된 이후 이재기 이사, 김성은 부장 등 새로운 인력을 충원해 내부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고 오는 3월 SK네트웍스로 합병될 예정이다. 특히 디자인실은 기존 기획 타임 플랜보다 6개월을 앞당겨 선기획함으로써 선진국형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며 디자이너들이 한국과 뉴욕에서 순환 근무하게 해 글로벌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TIP - 실패사례를 통한 타산지석 패션 업계의 M&A가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의 경우만 보더라도 브랜드, 기업을 인수한 상당수 업체들이 사업을 정리하거나 브랜드를 재매각했다. 2000년 패션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서림엔터프라이즈를 인수했던 동화교역, ‘지방시골프’를 인수했던 유하무역은 브랜드 사업을 정리했다. 또 ‘레노마주니어’로 아동복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서문어패럴을 인수했던 마주인터내셔널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부도 처리됐고 대현으로부터 ‘스푼’을 인수한 자오무역, ‘엘르이너웨어’를 인수한 패션그래픽, ‘데스틸’을 인수한 센서스 등은 경영 악화로 브랜드를 재매각했다. 예신퍼슨스는 작년 SHNC에 ‘스멕스’를 매각했으나 인수 금액을 받지 못한 채 다시 상표권을 회수하는 헤프닝이 벌이지기도 했으며 글로벌 비즈니스의 꿈을 안고 ‘엑조’를 인수한 SK네트웍스 역시 수십억원의 비용만 탕진한 채 지난해 프랑스에 설립했던 합작법인 ‘SK-엑조 크리에이션’을 1년 만에 정리했다. M&A의 귀재 이랜드 역시 마찬가지. 데코로부터 인수한 ‘데얼스’는 겨울 영업을 끝으로 중단하고 ‘콕스’와 같은 일부 브랜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진 못하고 있다. 이랜드의 한국까르푸 인수는 실패 사례는 아니지만 인수 후 발생한 노사 갈등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작년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과 함께 이랜드의 계열사 홈에버, 뉴코아는 직무급제 도입과 계산직 아웃소싱을 결정했는데 이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으로 매장 점거 농성 및 파업으로 매출 하락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2004년 쌍방울을 인수한 대한전선은 트라이브랜즈로 사명을 변경하고 ‘알렌테이크’, ‘&스타일숍’ 등 신규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였으나 결국 부진한 실적으로 패션사업부문의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진도를 인수한 C&그룹 역시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법인 진도F&으로 분리하고 ‘P.S.1’을 런칭했으나 현재 매각을 위해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은 패션사업에는 실패했으나 부동산 매각, 기타 사업부문 분리로 투자 금액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전략적인 접근이 부재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사가 브랜드를 인수할만한 자금이 풍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M&A를 추진해 기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사의 전개 능력이 부족한 영역까지 확장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 경우가 주를 이룬다. 또한 인수 업체나 피인수 업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진행했다가 낭패를 본 업체도 있었다. M&A 전문가들은 자사의 능력, 상대 업체에 대한 정보,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 등 종합적인 측면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M&A CASE 3|FnC코오롱
코오롱, 캠브리지 인수로 2010 빅스텝 남성복 사업에서 시너지 극대화
지난해 초 진행된 FnC코오롱의 캠브리지 인수는 남성복업계는 물론 패션업계의 핫 뉴스였다. 코오롱은 지난해 1월 8일 640억원에 캠브리지 주식 51.94%를 매입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3월 10일 정밀 실사과정을 거쳐 인수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M&A는 캠브리지는 물론 FnC코오롱 내부 임원진들과 M&A를 전담하고 있는 전략 팀원들조차 인수진행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알만큼 소리 소문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삼석 캠브리지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에게 직접 캠브리지 인수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는 김 회장의 외아들인 김형권 부회장이 오래 전부터 캠브리지에 관여하지 않고 현재 미국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 있어 그의 뒤를 이을 후계 구도가 확실치 않았던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김 회장이 40년간 일군 기업에 대한 강한 확신이 들었고 인수금액 640억원과 일부 대표 및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을 모두 고용 승계하기로 결정하는 것으로 M&A가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이로써 코오롱은 이랜드그룹과 제일모직 뒤를 잇는 패션 대기업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고 남성복 시장에서는 제일모직, LG패션과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캠브리지는 단기적으로 비영업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와 장기적으로는 코오롱패션과의 생산 및 판매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캠브리지의 비영업자산 매각과 현금 보유액 109억원을 모두 포함하면 현금성 자산은 660억원으로 인수금액인 64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 또한 중국 생산기반이 없던 코오롱패션은 캠브리지 중국 현지 전용 생산기지를 이용해 원가절감 등이 가능해졌다. 한편 FnC코오롱은 캠브리지의 우수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급여와 복리후생을 단계적으로 인수회사 수준으로 맞춰 나가고 있다. 임금은 올해부터 코오롱과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불분명한 캠브리지의 급여 기준을 코오롱 기준으로 적용, 복지 혜택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해 직원 이탈을 최대한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경쟁력 제고에 힘입어 코오롱은 올해 2010 빅스텝 전략에 따라 패션사업부문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우선 남성복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올 초 남성패션사업부를 Men’s Fashion BG와 Q/P BG로 통합했다. Men’s Fashion BG에 속한 ‘캠브리지멤버스’는 고급스럽게, ‘맨스타’, ‘크리스찬 라크르와 옴므’는 젊은 감각으로 각각 차별화해 전개한다. Q/P BG는 ‘스파소’, ‘지오투’, ‘아르페지오’, ‘브렌우드’, ‘슈트하우스’, ‘제이폴락’ 등으로 중저가 시장을 리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취약부문인 여성복, 아동복, 액세서리부문에서의 신규 브랜드 검토 및 M&A를 통한 사업 확대를 구상 중이다. 기존 브랜드만으로는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음에 따라 스포츠, 남성 패션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기점으로 부족한 사업 영역을 보강해 멀티 브랜드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