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삭혀져서 완성된 집장.
생고추가 맞춤하게 삭아서 누래졌다.
며칠전에 집에 들린 아들이 집장은 안하냐고 지나가듯 한마디 던졌다.
어머!쟤가 집장 맛을 기억하네.
할머니도 하고 엄마도 한 걸 왜 모르냐고 되려 반문했다.
어린시절 가끔 먹었던 맛을 잊지 않았다니 놀라웠다.
아들이 제 집으로 돌아가고 당장 나는 집장 만들기에 돌입.
집장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음식이다.
밀과 콩을 삶아 띠우고 다시 건조시켜서 분쇄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
살짝 절였던 각종 채소를 이미 분쇄한 가루에 간을 조금씩 맞추며 버무린다.
더 먹음직스러우라고 고운 고추가루를 서 너 국자 혼합해서 발그레 색을 낸다.
이틀 정도를 삭혀야하기 때문에 삭으면서 무우청,무우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서 되죽하게 개는 점을 잊지않아야 한다.
어머님은 집장 전문가시다.
자격증같은 건 따로 없지만 온 가족이 그 맛을 인정하고
그 누구도 어머니 솜씨를 따르지 못한다고 믿으니깐.
집장 먹는 밥상 머리에서 솜씨 칭찬을 하면 어머니는
그 때마다 애들처럼 기세등등 하셨다.
집장은 거름장이라고도 하는데 퇴비가 썩는 열기에
삭히기 위해 거름터미를 파고 독을 묻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름무더기도 집안에 없고 아랫목 이불에 아예 묻어버린다.
집장이 궁중에서 먹었던 음식이라는 사실이 문헌으로 남겨졌다는 것은
티비에 자주 나오는 궁중 요리가로부터 전해들은 말.
화려한 김치 종류가 많지만 재료를 연거푸 발효시켜야
비로소 완성되는 잘 된 집장 맛은 확실히 고급스럽고 점잖다.
집장을 아는 요즘 사람들이 몇 이나 될까?
집장으로 영업하면 대박날 거 같은 느낌이.
생무우-4개정도
매콤한맛 강한 생고추- 한바가지
가지-10개
무청 -여러줄기.
띠운 밀과 콩의 비율은 7:3
당연히 콩이 7이어야한다.
청국장처럼 집장을 삭히는 시간도 넉넉히 아랫목에서
이틀밤이나 걸린다. 아침에 푸고 갈무리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불을 걷는데 알맞게 삭혀져서 맛있는 냄새가 술술.
남편이 엄마가 해주던 맛이라고 좋아한다.
집장 맛을 얼른 보여주고 싶어서 주말에나 온다는 아들을
벌써 나는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