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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열정적 삶에 감동
-[우리, 독립청춘(배지영, 북노마드)]을 읽고-
요즘 젊은이들은 삶이 팍팍하다. 단군 이래 최고의 학력과 스펙을 자랑하는 데도 취업난을 겪고 많은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가 즐비하다. 그런 자녀 때문에 부모들도 속앓이를 한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지원으로 노후를 저당 잡혀 은퇴 이후의 삶이 불안할 지경이다.
사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요즘만 유달리 심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경제 불황에 따른 취업난은 늘 있어 왔다. 요즘 취업난이 더욱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학력이 너무 놓아 고급 일자리만 찾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졸자들은 거의 80% 가량이 대학에 진학한다. 모두가 대학을 나와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기피하기에 취업난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3D 업종의 일을 기피하다 보니 그 일들은 거의 외국인 근로자들 차지가 돼 버렸다. 또한 기업은 국내에서 현장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워서 해외로 공장을 많이 옮겼다. 그래서 취업난은 더욱 심화된 상태다.
우리 속담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듯 먹고 살려면 무슨 일이든 하며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굶어 죽을지언정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넘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배지영의 ‘우리, 독립청춘’이란 책이 바로 그것이다. 나이 50대에 접어든 중년의 아저씨인 내가 읽어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좋은 책이었다.
지은이는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 전북 군산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만난 청춘들은 서울이 아닌 지방의 소도시에서도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살아간다. ‘우리, 독립청춘’이란 책은 ‘공부를 잘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의 통념을 거부하고, ‘헬조선’이나 ‘망한민국’이란 부정적인 말이 나도는 현실을 스스로 극복하는 소도시 43명 청춘들의 담담한 고백을 담은 책이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43명의 소도시 청춘들은 결코 유명인이 아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대부분 나오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지은이가 인터뷰를 위해 알고 가는 것은 오직 이름과 나이, 지금 하는 일, 이렇게 세 가지 뿐이다. 그렇지만 암담한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어디를 펼쳐도 재미있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공부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은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떻게 살까’라는 20~30대 청춘의 고민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는 선배의 마음을 지닌 지은이였기에 글쓰기가 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누구를 만나 대화를 나눌지를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군산 혹은 전라북도에서 삶을 꾸려가는 젊은이들, 서울 등 다른 도시로 떠났다가 군산으로 돌아온 청년들 이야기를 썼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을 다루었다.
지은이는 소도시 청년들이 뜨겁게 살아가는 얘기를 쓴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나아지거나 세상살이가 크게 바뀌는 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들의 삶을 기록하고, 자기 생활을 가진 고등학생 출신의 얘기가 자꾸 나온다면 언젠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지은이는 오늘도 왕성하게 글을 쓴다. 서울이 아니어도 되고, 좋은 대학이 아니어도 되고,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직장이 아닌 자신만의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제 어디서든 ‘자존감’을 갖고 위대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외친다.
간혹 마음이 흔들릴 때는 자신이 만난 청춘들의 음성을 꺼내어 듣는다. “지금 좋아하는 게 꿈이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세요.”, “자기가 하는 일에 ‘의식’을 가지세요. 그러면 흔들리지 않아요.”, “저는 유학파도, 일류대학 출신도 아니에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꿈이란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에요. 언제 하느냐의 문제예요.”, “길이 아니면 새 길을 찾으면 돼요.”라는 말들을 들으며 위안으로 삼는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인이 돼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삶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벌레나 식물이 아닌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난 그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축복 받은 존재다. 옛말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했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이름을 드날린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이나 환경을 그대로 인정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청춘들은 무한한 꿈과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만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젊음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민태원은 수필 ‘청춘 예찬’에서“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청춘을 극찬했다.
청춘은 무한한 꿈이나 가능성을 지녔기에 어떤 일이든 도모할 수가 있다. 설혹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꾀하다가 실패해도 다 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세상살이 자체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 되진 않는다. 많은 실패 끝에 나중에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된다.
사람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은 누구나 빈손으로 출발한다. 극 소수의 사람은 조상을 잘 만나 유복한 환경에서 쉽게 살아가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은 맨땅에 헤딩하듯 홀몸으로 세상과 부딪힌다. 이런저런 역경을 겪으며 스스로 단련되어 자신도 모르게 심신이 성장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세상은 첨단 정보화 시대를 향해 고속으로 달리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 시대에 맞춰 자신을 꾸준하게 연마해야 한다. 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결코 ‘산 입에 거미줄 치지는 않는’ 것이 인생이다. 꿈을 갖고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펼치면 길이 열리게 돼 있다. 그래서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당신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좀 나약해 보인다. 체력이 약한 것은 물론이고 자립의지나 정신력이 약하기 이를 데 없다. 덩치는 예전에 비해 커졌는데 힘은 아주 약하다. 인내력이나 자립심도 무척 약해 보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나약함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을 원망하며 이번 생은 망했다는 뜻의 ‘이생망’이나 일이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 받아 소비한다는 뜻의 ‘시발비용’이란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
부모 세대나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도 결코 쉬운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돼 한국전쟁을 겪으며 모진 세월을 살았고, 가장 넘기 어려웠다는 보릿고개를 꾸역꾸역 넘어온 힘겨운 삶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자식만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고통을 극복하며 경제를 일으켰다. 독일에 간호사로 가서 시신을 닦고 광부로 취업해 지하 탄광에서 석탄가루를 마셨다. 또한 베트남전쟁에 참가해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가난을 떨치기 위해 그야말로 눈물겨운 노력을 하며 살았다. 그런 처절한 노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 세대는 번영과 안정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예전의 부모 세대에 비하면 정말로 부유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집집마다 자녀가 한두 명이다 보니 금지옥엽으로 자라 고생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이든 편하고 쉽게 생각한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물고기를 잡아 주다 보니 계속 잡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세상에는 절대로 공짜는 없는 법. 무엇이든 대가를 바란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힘든 일을 하지 않고 보다 편하게 살려면 치열한 노력을 통해 경쟁을 뚫어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거듭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일자리 찾기에 실패했다면 눈높이를 좀 낮춰 아무 일이라도 하며 살아가면 된다.
어떤 일이든 처음 하면 경험이 부족하고 숙련되지 않아서 서툴거나 힘들기 마련이다. 경험이 차차 쌓이는 가운데 요령이 생기고 자신감이 들게 된다. 세상 일이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풍족하게 살아가려는 욕심을 부리니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
나도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힘들게 살았다. 제조공장 생산직 일을 전전하며 돈을 알뜰히 모아 자립의 기반을 다져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부모나 형제자매로부터 도움 받은 일은 없다.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지금의 삶을 가꾸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했는데 나는 비빌 언덕조차 없이 스스로 노력하며 오늘의 비교적 안정된 가정을 일구었다.
청춘들은 주어진 조건이 열악하다고 좌절하거나 낙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음 그 자체만 지니고 있어도 큰 자산이다. 젊음은 꿈을 향해 도전과 모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세상을 원망하고 조상을 탓한다고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므로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억척스레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시밭길도 만나고 탄탄대로도 만난다.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이 있다. 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사람들도 처음부터 성공하진 않았다. 많은 고생을 했고 끝없는 실패 끝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요즘 평균수명이 길어졌으니 너무 일찍부터 성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 송나라 학자 정이(程頤)는 인생의 세 가지 불행으로 “소년시절 과거 급제하고, 부모형제 권세가 대단하고, 재주와 문장이 뛰어난 것”을 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일찍부터 성공해 거드름을 피우며 편하게 산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미약하게 시작하더라도 창대한 나중을 꿈꾸면 된다. 비록 나중이 창대하지 않더라도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것 자체면 충분하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이기에 보다 뜨겁게 살아야 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청춘이기에 절망이나 낙담은 시궁창에 쳐 넣어 버리고 무슨 일이든 도전해 볼 일이다.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설혹 나라 안이 좁으면 세계 밖으로 나가 보자. 지구촌 시대에 모두가 이웃이고 친구고 고향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면 세상은 좁아 보이게 마련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50대 중년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원대한 꿈을 지니고 무슨 일이든 도전해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평균수명 백세 시대에 일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20~30대면 아직 인생 초년생이다. 인생 초년생이 미숙하고 어설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설픈 시작으로 실패했다고 낙오자는 아니다. 실패를 딛고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나중에 소기의 성과를 이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생망이란 말에 주눅 들어 지내는 청춘들에게 미국의 윌리엄 클라크가 했다는 말 한 마디는 꼭 들려주고 싶다.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