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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난고 [이제현 1288-1367년] 제10권 – 장단구 14편 외
장단구(長短句) 14편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 2편
익재난고 제10권
장단구(長短句) 14편
1 심원춘(沁園春) 성도(成都)로 가려고 하면서
2 강신자(江神子) 칠석날 밤에 비를 무릅쓰고 구점(九店)에 당도하였다.
3 자고천(鷓鴣天) 신락현(新樂縣)을 지나면서
4 태상인(太常引) 저물녘에 길을 가면서
5 완계사(浣溪紗) 아침에 길을 가면서
6 대강동거(大江東去) 화음(華陰)을 지나면서
7 접련화(蝶戀花) 한 무제(漢武帝)의 무릉(茂陵)
8 인월원(人月圓) 마외(馬嵬)에서 오언고(吳彦高)를 본받아 짓다.
9 수조가두(水調歌頭) 대산관(大散關)을 지나면서
10 옥루지(玉漏遲) 촉(蜀) 지방에서 중추절(仲秋節)에 비를 만났다.
11 보살만(菩薩蠻) 배 안에서 밤을 묵으며
12 동선가(東仙歌)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
13 만강홍(滿江紅)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사마교(駟馬橋)
14 목란화만(木蘭花慢) 장안(長安)에서 옛 생각하다.
1.심원춘(沁園春) 성도(成都)로 가려고 하면서
우습다 서생은 / 堪笑書生
그릇된 계산과 미치광이 계획 / 謬算狂謀
이룩한 것 얼마나 되나 / 所就幾何
생각하기를 하루아침에 기회 만나서 / 謂一朝遭遇
구름 위의 용과 바람 탄 범 되었다가 / 雲龍風虎
오호로 돌아가서 / 五湖歸去
달빛 실은 배와 안개 속 도롱이로 살려 했네 / 月艇煙蓑
사람의 일 어그러짐 많고 / 人事多乖
임금 은혜 갚기 어려운데 / 君恩難報
어찌하나 광음은 흘러가는 물결을 따라가니 / 爭奈光陰隨逝波
무슨 일 때문에 / 緣何事
고향 땅 만리토록 등지고 / 背鄕關萬里
또 민아로 향하는 건가 / 又向岷峨
다행히 지금은 천하가 한 집 같아졌으며 / 幸今天下如家
생각하니 지나간 날 많지 않고 올 날은 많다 / 顧去日無多來日多
마음에 드는 가벼운 갖옷에 빠른 말로 / 好輕裘快馬
좋은 경치 두루 찾아보며 / 窮探壯觀
산을 치닫고 바다를 달리니 / 馳山走海
모두가 시 속에 담아졌네 / 摠入淸哦
어찌 한평생을 / 安用平生
구들이나 덥히며 쓸모없이 살아 / 堗黔席暖
부질없이 털짐승에게 누워 있는 약대 업신여기게 하겠나 / 空使毛群欺臥駝
애끊지 말고 / 休腸斷
양관곡 제사성 들으면서 / 聽陽關第四
연잎꼴 금술잔 비우는 거라 / 倒捲金荷
[註解]
[주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사
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1]심원춘(沁園春) : 사(詞)는 사패(詞牌)에 따라 율조(律調)가 다르고 같은 사조(詞調)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체(體)가 여러 가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작품(詞作品)에는 원칙적으로 보살만(菩薩蠻)ㆍ억강남(憶江南) 등 사패명(詞牌名) 즉 사조명(詞
調名)을 먼저 제시하고, 필요할 때는 다시 사제(詞題)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제현의 장단구의 경우에는 사조명과 사제 두 가지가 다 제시되어 있다. 심원춘(沁園春)은 염리군(念離群)ㆍ동선(東仙)ㆍ동정춘
색(洞庭春色)ㆍ수성명(壽星明) 등의 별칭(別稱)이 있고, 1백 12자, 1백 13자, 1백 14자, 1백 15자, 1백 16자 등 5체가 있는데
그 중 1백 14자 체가 정격(正格)이다.
이제현의 이 심원춘 사는 1백 14자 체의 정격에 따랐는데 쌍조(雙調) 전단(前段) 13구(句) 4평운(平韻), 후단 12구 5평운의 체를
썼다. 이 체는 전단 4ㆍ5ㆍ6ㆍ7구는 양구각대(兩句各對) 또는 사구호대(四句互對)하는 것이 정격이다. 이제현은 사구호대의 방
법을 썼다. 《詞譜 36 沁園春》
[주01]오호(五湖) : 중국 춘추 시대 월(越) 나라 명신(名臣) 범려(范蠡)가 공을 이룬 후 물러나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태호(太湖)를, 다섯
개의 물길이 있다 하여 오호(五湖)라 부른다. 오호는 지금의 절강(浙江)ㆍ강소(江蘇) 두 성(省)에 걸쳐 작은 산들에 둘러싸인 동천
복지(洞天福地)라 하는데 경치가 아름답다.
[주02]민아(岷峨) :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민산(岷山)과 아미산(蛾眉山). 이제현은 충숙왕 3년(1316) 30세 때 원(元)의 수도 연경(燕
京)에서 아미산에 제사지내는 사명을 띠고 촉(蜀)의 땅 성도(成都)로 떠난 것이다.
[주03]양관곡(陽關曲) 제사성(第四聲) : 양관곡은 송별가로 당 나라 왕유(王維)의 칠언절구(七言絶句)인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를 가리킨다. 그 제4구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을 적어도 세 차례 반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
고도 한다. 양관곡 제4성은 곧 왕유의 시 제4구를 노래하는 소리로, 송별곡의 끝부분이다.
[주04]연잎꼴 금술잔 : 원문의 금하(金荷)는 금하엽배(金荷葉杯)의 약칭, 금으로 만든 연잎 모양의 술잔. 금 아닌 다른 금속으로 만든 것도
같은 명칭으로 부른다.
ⓒ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
2.강신자(江神子) 칠석날 밤에 비를 무릅쓰고 구점(九店)에 당도하였다.
은하수 가을철에 들어선 오작교의 신선들 / 銀河秋畔鵲橋仙
해마다 / 每年年
좋은 인연이기도 하다 / 好因緣
지친 나그네는 어찌하여 이날 도리어 이별 자리 받게 되었는가 / 倦客胡爲此日却離筵
천리 밖의 고향은 지금 더 멀어져 / 千里故鄕今更遠
간장은 끊어질 듯하고 / 腸正斷
눈은 뚫어질 듯하다 / 眼空穿
밤이 찬 초가 주막 잠 못 이루고 / 夜寒茅店不成眠
하나의 등불 앞 / 一燈前
빗소리 들리는 언저리에서 / 雨聲邊
천제(天帝)의 손녀(孫女)에게 말하노니 신기한 재주를 누구에게 전하려느냐 / 寄語天孫新巧欲誰傳
게으르고 졸렬한 인간은 단지 한가하게 살면서 / 懶拙只宜閑處著
옛 길을 찾아 / 尋舊路
임천에 누워지내는 거라 / 臥林泉
[註解]
[주C01] 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
리, 사(詞)는 형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01] 강신자(江神子) : 강성자(江城子)의 별칭, 촌의원(村意遠)이라 부르기도 한다. 70자 전ㆍ후단 각 7구 5평운이 정격인데, 이제현
의 이 사는 그것에 따랐다. 전ㆍ후단 제6구의 율조는 다 ‘평측측(平仄仄)’으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사 역시 그 원칙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詞譜 2 江城子》
[주02] 천제(天帝)의 손녀(孫女) :
직녀성(織女星)의 별칭. 《漢書 天文志》
[주03] 신기한 재주[新巧] :
직녀는 천상에서 비단을 짜는 재주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柳宗元 乞巧文》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3.자고천(鷓鴣天) 신락현(新樂縣)을 지나면서
밤새 내린 비 아직 개지 않았는데 / 宿雨連明半未晴
안장에 올라 잠시 또 앞길 묻는다 / 跨鞍聊復問前程
들밭에 서 있는 학 어느 산을 생각하나 / 野田立鶴何山成
역사 버들에서 우는 매미는 이곳에서 나는 소리다 / 馹柳鳴蜩是處聲
①천고의 일에 / 千古事 인생 백 년 심정 / 百年情
뜬 구름 일었다 사라지고 달은 기울고 차네 / 浮雲起滅月虧盈
시가 다 되면 도리어 청산 보고 웃어대거니와 / 詩成却對靑山笑
결국은 공명을 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 畢境功名怎麽生
②9월 8일에 송도(松都)의 친구들에게 부치다. 추록(追錄).
객지에서 좋은 때를 자주 외롭게 지냈지마는 / 客裏良晨已孤
국화를 내일 뉘와 함께 즐기나 / 菊花明日共誰娛
문 닫으니 저녁놀이 풀잎 위에 물들고 / 閉門暮色迷紅草
벽오동 지나는 가을 소리가 베갯머리에 들리네 / 欹枕秋聲度碧梧
석 자나 빼문 입에 / 三尺喙
두어 줄기 수염 하고 / 數莖鬚
홀로 시구 읊조려 노래에 대신한다 / 獨吟詩句當歌呼
고향의 정원에선 전과 같이 용산의 모임 있을 테지만 / 故園依舊龍山會
그래도 술통 앞에 내가 없다고 말하려 들겠나 / 剩肯樽前說我無
③보리술을 마시고서.
그 법은 용수도 쓰지 않고 눌러짜지도 않고 대통을 독 속에 꽂고서 좌중의 객들이 차례로 가면서 빤다.
곁에다 잔에 물을 담아놓고 마신 분량을 재서 그 속에 물을 따라넣으면, 술이 다 없어지지 않는 동안에는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
진주 같은 술방울을 밤바람 속에 떨구지 않았는데도 / 未用眞珠滴夜風
푸른 대통에 무르익은 술의 기운 통한다 / 碧筩醇酎氣相通
혀에 닿는 금빛 진액으로 처음 가득 찼다고 의심했는데 / 舌頭金液疑初滿
눈 아래 누런 구름 빠져내려 텅 비려 한다 / 眼底黃雲陷欲空
향기는 끊어지지 않고 / 香不斷
맛은 다할 줄을 몰라 / 味難窮
다시 봄 이슬 보태서 긴 무지개 빨아들인다 / 更添春露吸長虹
마시는 비결을 사람들이 묻는다면 / 飮中妙訣人如問
생황 불 줄 알면 곧 잘할 수 있다 / 會得吹笙便可工
④양주(楊州)의 평산당(平山堂). 지금은 팔합사(八哈師)가 거처하는 곳이 되었다.
악부로 이 당이 있음을 알았으며 / 樂府曾知有此堂
길가는 사람도 구양수를 이야기할 줄 안다 / 路人猶解說歐陽
당 앞의 버드나무는 흔들려 낙엽져 버렸고 / 堂前楊柳經搖落
벽에 있던 용사는 아득히 사라져 버렸구나 / 壁上龍蛇逸杳茫
구름은 엷게 머물러 있고 / 雲澹佇
달은 황량하여 / 月荒涼
지금 세상에 감개하고 옛 일 생각나 옷깃 젖으려 하네 / 感今懷古欲沾裳
호승은 감정이 없는 물건이라 / 胡僧可是無情物
털로 만든 승의를 머리에 쓰고 잠의 세계에 들어갔다 / 毳衲蒙頭入睡鄕
⑤학림사(鶴林寺)
길가에 무성한 대나무들 산과 산을 이어놓고 / 夾道修篁接斷山
작은 다리의 흐르는 물 평평한 밭을 달린다 / 小橋流水走平田
구름 사이엔 황새 찾아볼 곳 없는데 / 雲間無處尋黃鶴
눈 속에 그 누가 두견화를 피웠나 / 雪裏何人開杜鵑
부귀를 자랑하고 / 誇富貴
신선을 흠모하지만 / 慕神仙
결국은 또 꿈같이 멀다 / 到頭還似夢悠然
승방의 반나절 한적한 그 맛은 / 僧窓半日閑中味
단지 시인만이 그 비결 터득한다 / 只有詩人得祕傳
다 산중의 고사들이다.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자고천(鷓鴣天) : 천엽련(千葉蓮)ㆍ반사동(半死桐)ㆍ어중호(於中好)ㆍ사가객(思佳客)ㆍ사월인(思越人)ㆍ간서향(看瑞香)ㆍ
제일화(第一花)ㆍ금연(禁煙)ㆍ전조하(翦朝霞)ㆍ취매화(醉梅花)ㆍ금자고(錦鷓鴣)ㆍ피소년(避少年)ㆍ자고인(鷓鴣引)ㆍ여가
일첩(驪歌一疊) 등 별칭이 많은 사태(詞態)다. 상조
[주C-002]신락현(新樂縣) : 지금의 중국 하남성(河南省) 신향현(新鄕縣).
[주D-001]용산의 모임 : 중양절에 친지들이 술마시고 노는 모임. 진(晉) 맹가(孟嘉)의 용산낙모(龍山落帽) 고사로 인해 중양절에 모여 술
을 마시는 것을 용산의 모임이라 부르게 되었다. 《晉書 孟嘉傳》
[주D-002]양주(楊州)의 …… 팔합사(八哈師) : 평산당은 지금의 중국 강소성(江蘇省) 강도현(江都縣) 서북에 있는 촉강(蜀岡)에 있
다. 본래 북송(北宋) 인종(仁宗) 때에 양주 군수(楊州郡守)로 있던 구양수(歐陽脩)가 세운 것이다. 《여지기승(輿地紀勝)》 등
의 기술을 보면 평산당에서의 전망이 강남의 여러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장관이라고 했다. 팔합사는 호승(胡僧)이다.
[주D-003]악부(樂府)로 …… 알았으며 : 구양수가 지은 사(詞)를 두고 한 말. 구양수는 시문의 대가였지만 사도 많이 썼다. 그의 육일사
(六一詞)에 조중조(朝中措) 조로 평산당을 노래한 사가 1편 들어 있다.
[주D-004]벽에 …… 버렸구나 : 용사(龍蛇)는 필세(筆勢)가 좋게 씌어진 초서(草書)를 말한 것이다. 앞에 인용한 구양수의 조중조사 후단
에 휘호만자(揮毫萬字)라는 구가 있는데, 지금은 구양수가 쓴 글씨를 찾아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주D-005]학림사(鶴林寺) : 지금의 중국 강소성(江蘇省) 진강현(鎭江縣) 황학산(黃鶴山) 밑에 있다. 중국에는 황학산이 여러 곳에 있는
데, 선인(仙人)과 황학의 고사가 있는 곳은 본래 이 학림사가 있는 황학산이 아니고, 호북성(湖北省) 무창현(武昌縣)에 있는 황
학산이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4.태상인(太常引) 저물녘에 길을 가면서
잠자리 찾는 까마귀들 다 가버리고 먼 산 푸른데 / 棲鴉去盡遠山靑
어둠이 교외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 看暝色入林坰
등불은 반딧불보다 작고 / 燈火小於螢
사람은 보이지 않으며 이끼 낀 문짝이 반쯤 닫혀져 있다 / 人不見苔扉半扃
말안장 비추는 서늘한 달 / 照鞍涼月
옷에 가득히 내린 흰 이슬 / 滿衣白露
말을 매어놓고 추운 대청에서 잔다 / 繫馬睡寒廳
오늘밤 새벽별 기다려 / 今夜候明星
또 어디가 장정이며 어디가 단정일까 / 又何處長亭短亭
[註海]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태상인(太常引) : 태청인(太淸引)ㆍ납전매(臘前梅) 등 별칭이 있다. 쌍조 50자, 전단 4구 4평운, 후단 5구 3평운. 《詞譜 7 太
常引》
[주D-001]장정(長亭)이며 …… 단정(短亭) : 옛날에 10리(里)마다 하나씩 두었던 역참(驛站)을 정(亭) 즉 장정이라 하고, 5리에 하나씩
둔 것을 단정이라 했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완계사(浣溪紗) 아침에 길을 가면서
객지의 베개에 찬 기운 생겨나 밤은 처량한데 / 旅枕生寒夜慘悽
뜨락의 밝은 달 찬 이슬 어리고 / 半庭明月露凄迷
지친 하인은 잠꼬대하고 말은 자주 울어댄다 / 疲僮夢語馬頻嘶
인간 세상 그 얼마나 젊음을 간직하리 / 人世幾時能小壯
벼슬살이에 어찌 동쪽 서쪽을 따지랴 / 宦遊何處計東西
일어나 잠시 때아닌 밤 닭 소리에 춤추려 한다 / 起來聊欲舞荒鷄
2 황제(黃帝)가 세 발 솥을 주조한 들판
말하기로는 황제 헌원씨가 이곳에서 선단(仙丹)을 연조(鍊造)하여 / 見說軒皇此鍊舟
용 타고 가버리니 아득하여 따라 오르기 어려웠는데 / 乘龍一去杳難攀
정호의 흐르는 물은 그대로 맑고 한가하구나 / 鼎湖流水自淸閑
부질없이 남기고 간 활을 가지고 지상에서 외치고 / 空把遺弓號地上
선약을 인간 세상에 남겨두는 혜택 받지 못해서 / 不蒙留藥在人間
고금에 걸쳐 붉은 얼굴 머물러 있게 할 길 없어졌다 / 古今無計駐朱顔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완계사(浣溪紗) : ‘紗’는 ‘沙’로 쓰기도 한다. 소정화(小庭花)ㆍ완단사(玩丹砂)ㆍ원제견(怨啼鵑)ㆍ완사계(浣紗溪)ㆍ엄소제
(掩蕭齊)ㆍ청화풍(淸和風)ㆍ환추풍(換追風)ㆍ최다의(最多宜)ㆍ감자완계사(減字浣溪沙)ㆍ양류맥(楊柳陌)ㆍ시향라(試香羅)
ㆍ만원춘(滿院春)ㆍ광한지(廣寒枝)ㆍ경쌍춘(慶雙椿)ㆍ취중진(醉中眞)ㆍ취목서(醉木犀)ㆍ금전두(錦纏頭)ㆍ상국황(霜菊黃)
ㆍ빈재주(頻載酒) 등 별칭이 많다.
이제현이 사용한 완계사는 쌍조 42자, 전ㆍ후단 각 7언 3구, 전단 3평운, 후단 2평운이다. 《詞譜 4 浣溪沙》 완계사의 결구(結
句)는 정감이 언외(言外)에 풍겨 함축이 짙은 것을 중시한다.
[주D-001]일어나 …… 춤추려 한다 : 진(晉) 나라 때 유곤(劉琨)이 젊어서부터 협기가 있었는데 조적(祖逖)과 친교를 맺어, 항상 첫닭이
울 때마다 일어나 춤을 추며 비분강개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주D-002]황제(黃帝)가 …… 들판 : 황제가 수산(首山)의 동(銅)을 채집해다가 형산(荊山) 아래에서 세 발 솥을 주조하였다. 세 발 솥이
완성되자 용(龍)이 나타나 턱수염을 드리우고 내려와서 황제를 맞이하였다. 황제가 그 용에 올라타자 군신(群臣)과 후궁(後宮)
으로 그를 따라 올라탄 자가 70여 인이나 되니 용은 그제서야 올라갔다.
나머지 소신(小臣)들은 올라타지 못해서 다들 용의 수염을 잡았는데 용수염이 뽑혀서 떨어졌고 황제의 활이 떨어졌다. 백성들이
우러러보는데 황제는 이미 하늘에 올라가버려 그들은 그 활과 용의 턱수염을 부둥켜안고 오호라고 외쳤다. 그래서 후세에 그곳을
이름하여 정호(鼎湖)라 하였고 그 활을 오호(烏號)라 하였다. 《史記 封禪書》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6.대강동거(大江東去) 화음(華陰)을 지나면서
기이한 세 산봉우리 / 三峯奇絶
하늘이 아끼는 풍물 눈앞에 드러내었다 / 儘披露一掬天慳風物
듣자 하니 한림이 / 聞說翰林
마침 이곳을 지나며 푸른 솔 깎아지른 절벽에 길게 휘파람 불고 / 會過此長嘯蒼松翠壁
정신은 세속을 벗어나고 / 八表游神
석 잔으로 도에 통달하고 / 三杯通道
나귀 등에서의 수염은 눈 같았다 / 驢背鬚如雪
티끌세상 속된 눈으로야 / 塵埃俗眼
어찌 천상의 인걸을 이해하였겠는가 / 豈知天上人傑
지금도 생각하네 거사의 가슴속은 / 猶想居士胸中
하늘에 뻗치는 천 길 기운이 / 倚天千丈氣
별같이 무지개같이 가끔 나타나는 것을 / 星虹間發
아득히 먼 신선의 자취를 / 縹杳仙蹤
어디에서 묻나 전괄령(箭筈嶺)엔 하늘 빛만 명멸하는데 / 何處問箭筈天光明滅
어떻게 하면 훨훨 날아 / 安得聯翩
구름 같은 옷자락에 노을 같은 패옥으로 / 雲裾霞佩
나와 함께 기린 머리털 풀어헤치고 / 共散騏驎髮
꽃 사이 옥정에서 / 花間玉井
한 통의 술로 가을 달에 만취할 수 있으려나 / 一樽轟醉秋月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
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대강동거(大江東去) : 염노교(念奴嬌)의 별칭으로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염노교 즉 적벽회고시(赤壁懷古詩)의 첫구를 딴
것이다. 이밖에 염노교는 천추세(千秋歲)ㆍ대강서상곡(大江西上曲)ㆍ대강동(大江東)ㆍ대강승(大江乘)ㆍ태평환(太平歡)ㆍ고
매곡(古梅曲)ㆍ백설사(白雪詞)ㆍ백자령(百字令)ㆍ백자요(百字謠)ㆍ행화천(杏花天)ㆍ적벽사(赤壁詞)ㆍ회전춘(淮甸春)ㆍ상
월(湘月)ㆍ무속념(無俗念)ㆍ남수지(南壽枝)ㆍ뇌월(酹月)ㆍ뇌강월(酹江月)ㆍ호중천(壺中天)ㆍ호중천만(壺中天慢)ㆍ경장춘
(慶長春) 등 별칭이 퍽 많다.
그만큼 이 사조(詞調)를 써서 지은 사가 많이 나온 것이라 하겠다. 이제현이 따른 염노교의 사체는 쌍조 전단 9구 4측운(仄韻),
후단 10구 4측운으로 된 소동파의 적벽회고의 사체이고, 운도 동파사의 그것과 같다. 이 사체는 본래 염노교의 별격(別格)이었으
나 동파사가 절창(絶唱)으로 찬허(讚許)됨에 따라 후세 사람들에 의해 많이 쓰여지게 되었다. 《詞譜 28 念奴嬌》
[주C-002]화음(華陰) : 지금의 중국 섬서성(陝西省) 화산(華山) 남쪽에 있는 현명(縣名).
[주D-001]세 산봉우리 : 화산(華山)은 중국 오악(五嶽) 중의 서악(西嶽)인데, 그 중봉(中峯)인 연화봉(連花峯), 동봉(東峯)인 선인장(仙
人掌), 남봉(南峯)인 낙안봉(落雁峯)을 말하며 화악삼봉(華嶽三峯)이라 한다.
[주D-002]석 잔으로 …… 통달하고 :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제2수에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3]나귀 …… 같았다 : 반낭(潘閬)을 가리킨다. 반낭은 북송(北宋) 초기의 광방(狂放)한 인물로 시를 잘하고, 한때 변경(汴京)에서
약을 팔기도 하였는데 환관 왕계사(王繼思)의 천거를 받아 태종(太宗) 때에 기용될 뻔하다가 광망하다 하여 쫓겨났었고, 진종
(眞宗)때에 인정받아 저주참군(滁州參軍)을 지내기도 하였다. 절름발이 나귀 타고 휘파람 불며 화산을 유람한 것은 그의 풍류 중
의 하나다. 《宋史 卷466 王繼思傳, 宋人軼事彙編 151》
[주D-004]전괄령(箭筈嶺) : 중국 섬서성(陝西省) 기산현(岐山縣) 동북에 있는 산. 옛날 그곳에 관문(關門)이 있었다.
[주D-005]기린 머리털[騏驎髮] : 신선을 기린객(麒麟客)이라고도 하는 데에 부쳐 신선의 머리털을 말한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7.접련화(蝶戀花) 한 무제(漢武帝)의 무릉(茂陵)
석실과 천단에 봉선을 끝냈으며 / 石室天壇封禪了
푸른 새는 글을 물고 와 / 靑鳥含書
장생하는 길을 자세하게 알렸으나 / 細報長生道
보배로운 세 발 솥은 광채가 없어지고 선인장은 쓰러지고 / 寶鼎光沈仙掌倒
무릉의 지는 해는 가을 풀을 부질없이 비치고 있다 / 茂陵斜日空秋草
인생 백 년은 정녕 잠깐인데 / 百歲眞同昏與曉
그 누가 날개 돋아 / 羽化何人
한 번인들 봉래섬을 보았겠는가 / 一見蓬萊島
바다 위의 안기생도 지금은 늙었으리 / 海上安期今亦老
오이만한 대추 다 먹게 했어도 / 從敎喫盡如瓜棗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
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
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접련화(蝶戀花) : 일라금(一籮金)ㆍ강여련(江如練)ㆍ서소음(西笑吟)ㆍ권주렴(卷珠簾)ㆍ명월생남포(明月生南浦)ㆍ도원행
(桃源行)ㆍ동화봉(桐花鳳)ㆍ망장안(望長安)ㆍ세우취지소(細雨吹池沼)ㆍ어수동환(魚水同歡)ㆍ황금루(黃金縷)ㆍ봉서오(鳳
棲梧)ㆍ전조접련화(轉調蝶戀花)ㆍ작답지(鵲踏枝) 등 별칭이 많다. 쌍조 60자 전ㆍ후단 각 5구 4측운으로 되어 있다.
[주D-001]석실과 …… 끝냈으며 : 한 무제는 신선을 희구하여 대실(臺室)ㆍ오단(五檀) 등을 축조하여 천지의 신(神)을 제사하였다.
《史記 封禪書》
[주D-002]푸른 새 :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로, 어느 해 7월 7일에 한 무제의 궁전에 나타났고 동방삭(東方朔)이 그것을 알아보았
다 한다. 《漢武故事》
[주D-003]보배로운 …… 쓰러지고 : 한 무제는 재위 28년 되던 해 6월에 분음(汾陰) 땅 속에서 발견된 기이한 큰 세 발 솥을 예를 갖춰 맞
아왔으니, 그것이 보정(寶鼎)이다. 선인장은 승로선인장(承露仙人掌)으로 한 무제가 선계(仙界)의 이슬을 받아마시기 위해 만
든 기구이다. 《史記 封禪書》
[주D-004]바다 위의 …… 했어도 : 안기생(安期生)은 진(秦) 나라 사람으로 동해가에서 약을 팔았는데, 진 시황(秦始皇)에게 “수십 년 뒤
에 봉래산에 와서 나를 찾으십시오.” 하고 갔다고 하며, 한 무제 때 이 소군(李少君)이 무제에게 말하기를 “신(臣)이 일찍이 해
상(海上)에서 안기생이 오이만한 대추를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였다는 고사이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8.인월원(人月圓) 마외(馬嵬)에서 오언고(吳彦高)를 본받아 짓다.
오색 구름 수놓은 산 명주로 장식한 궁전 / 五雲繡嶺明珠殿
조비연이 갓 단장한 모습이라 / 飛燕倚新粧
약간 찌푸린 속에 들려왔거니와 / 小顰中有
어양의 호마 소리에 / 漁陽胡馬
놀라 예상우의 곡을 망쳐 버렸다 / 驚破霓裳
해당화는 마침 아름답게 피어났는데 / 海棠正好
동풍은 짓궂게도 / 東風無賴
봄 경치를 짓밟았다 / 狼籍春光
밝은 눈 흰 이는 / 明眸皓齒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건가 / 如今何在
부질없이 사람의 애를 끊는다 / 空斷人腸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인월원(人月圓) : 청삼습(淸衫濕)이라는 별칭이 있다. 쌍조 48자, 전단 5구 2행운, 후단 6구 2평운 체에 따른 것이다.
[주C-002]마외(馬嵬) : 지금의 중국 섬서성(陝西省) 흥평현(興平縣)의 경내에 있던 역명(驛名). 당 현종(唐玄宗)이 안록산(安祿山)의 반
란으로 수도 장안을 버리고 촉(蜀)으로 몽진(蒙塵) 길에 올라 마외역에 당도하였을 때, 수행하던 군신들의 강요로 양 귀비(楊貴
妃)를 내주어 죽게 한 고사가 있다.
[주C-003]오언고(吳彦高) : 언고는 금대(金代) 말기의 유명한 사가(詞家) 오격(吳激)의 자이며 호는 동산(東山)이다. 그의 인월원사에
대한 주석에서 선화전(宣和殿)의 소궁희(小宮姬)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지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주D-001]조비연(趙飛燕) : 조비연은 한 성제(漢成帝)의 황후로 무희 출신의 절색이다. 이 백(李白)의 청평조사(淸平調詞) 제2장의 “可
憐飛燕倚新粧"의 5자를 끌어 쓴 것으로 양귀비의 미모를 형용한 말이다.
[주D-002]어양(漁陽) : 지금의 하북성(河北省)에 있던 현명(縣名)인데, 그곳에 안녹산 휘하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주D-003]놀라 …… 망쳐 버렸다 : 예상우의 곡은 당 현종이 월궁(月宮)에서 들은 가락을 기보(記譜)하여 전한 것이라는 고사가 있다.
양귀비는 취중에 예상우의 무를 추어 현종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전해진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9.수조가두(水調歌頭) 대산관(大散關)을 지나면서
푸른 시냇물 굽이돌아 / 行盡碧溪曲
깊은 산 속으로 다다르네 / 漸到亂山中
산 속에선 밝은 해도 광채가 없고 / 山中白日無色
범 울부짖으니 골짜기에 바람 인다 / 虎嘯谷生風 /
만 길 무너져 내리는 벼랑과 포개진 병풍바위 / 萬仞崩崖疊嶂
천 년 묵은 마른 등덩굴과 기괴한 나무에 / 千歲枯藤怪樹
푸른 산기운만 자욱하다 / 嵐翠自濛濛
내 말은 땀이 비처럼 흐르고 / 我馬汗如雨
긴 오솔길은 높은 하늘로 돌아든다 / 脩逕轉層空
절정에 올라가 / 登絶頂
조화의 위대한 작용 보자니 / 覽元化
그 뜻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 意難窮
무리진 산봉들은 하늘 밖에 솟아 있고 / 群峯半落天外
가을 기러기는 아득히 사라지는구나 / 滅沒度秋鴻
사나이 한평생의 큰 뜻과 / 男子平生大志
조물주의 참된 기교 / 造物當年眞巧
서로 마주 대하니 어느 쪽이 더 센가 / 相對孰爲雄
늙어서 산골에 누워 살 때에 / 老去臥丘壑
이 일 이야기하여 아이들에게 자랑하는 거라 / 說此詫兒童
2 화산(華山)을 바라보면서
천지의 조화가 진기하고 특이함 부여하여 / 天地賦奇特
천고에 걸쳐 서쪽 고장에서 웅장함 드러내고 있구나 / 千古壯西州
세 개의 산봉우리 우뚝 솟아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 三峯屹起相對
긴 검 같은 무지개는 맑은 가을철에 써늘하다 / 長劍凜淸秋
철쇄교(鐵鎖橋)는 푸른 절벽에 높이 걸려 있고 / 鐵鎖高垂翠壁
옥정은 은하수를 차게 머금고 있을 것이니 / 玉井冷涵銀漢
그것들이 저 오색 구름 언저리에 있음을 안다 / 知在五雲頭
조물주는 형체가 없어야 할 터이지만 / 造物可無物
그 손바닥 자국이 완연히 남아 있다 / 掌跡宛然留
기억하고 있지만 순(舜) 임금이 / 記重瞳
제사의 격식을 높여 / 崇祀秩
신명(神明)의 상서(祥瑞)를 보답하였다 / 答神休
진실된 정성이 만약에 진실된 경지와 합치한다면 / 眞誠若契眞境
푸른 새가 붉은 누각으로 인도하여 줄 것이다 / 靑鳥引丹樓
나는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 我欲乘風歸去
단지 두렵기는 안개 놀 깊은 곳 / 只恐煙霞深處
그윽이 단절되어 있어 사람을 시름겹게 만들까 하는 거라 / 幽絶使人愁
다리 저는 나귀 등에서 한바탕 휘파람 분 / 一嘯蹇驢背
반낭 역시 풍류객이다 / 潘閬亦風流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수조가두(水調歌頭) : 강남호(江南好)ㆍ화범염노(花犯念奴)ㆍ원회곡(元會曲)ㆍ대성유(臺城遊)ㆍ개가(凱歌) 등의 별칭이 있
다. 쌍조 95자 전단 9구 4평운, 후단 10구 4평운체에 따른 것이다. 《詞譜 23 水調歌頭》
[주C-002]대산관(大散關) : 지금의 중국 섬서성(陝西省) 보계현(寶鷄縣) 서남에 있는 대산령(大散嶺) 위에 설치된 관문인데 험하여 요새
지로 이름났다.
[주D-001]세 개의 산봉우리 : 주 12) 참조.
[주D-002]옥정(玉井) : 별이름. 28수(宿)의 하나.
[주D-003]기억하고 …… 높여 : 순(舜) 임금이 요(堯) 임금에 의해 등용되어 섭위(攝位)한 첫해 8월에 서쪽을 순수(巡狩)하여 서악(西
岳 화산(華山))에 당도해서 태산(泰山)에 지낸 것과 같은 규모의 제사를 지낸 데서 나온 말이다. 《書經 虞書 舜典》
[주D-004]푸른 새 : 주 18) 참조.
[주D-005]반낭 : 주 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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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옥루지(玉漏遲) 촉(蜀) 지방에서 중추절(仲秋節)에 비를 만났다.
한해에 오직 하루인지라 / 一年唯一日
길 나선 사람들 함께 아끼는 오늘 저녁의 밝은 달 / 遊人共惜今宵明月
이슬로 씻고 서리로 갈고 하여 / 露洗霜磨
한량없는 금빛 물결이 넘쳐난다 / 無限金波洋溢
다행히 요금과 옥적이 있고 / 幸有瑤琴玉笛
거기다 또 이곳은 강가의 누각 깨끗하기 그지없다 / 更是處江樓淸絶
준수한 인사들 맞이하여다 / 邀俊逸
올라가 굽어보며 한바탕 취해서 / 登臨一醉
중추가절을 뜻있게 지내렸는데 / 將酬佳節
어찌 짐작하였겠는가 여러 무더기 드센 구름이 / 豈料數陣頑雲
홀연히 하늘가 광한궁을 덮어 버릴 것을 / 忽掩却天涯廣寒宮闕
갓 차린 잔치에서 실망하면서 / 失意初筵
오직 가을 벌레 흐느끼는 소릴 듣는다 / 唯聽秋蟲鳴咽
항아의 박복한 상을 한탄하지 말고서 / 莫恨恒娥薄相
잠시 잔 속의 물건 다 들이켜 버릴 일이다 / 且吸盡杯中之物
둥글어졌다 또 이지러졌다 하여 / 圓又缺
부질없이 흰 머리 일찍 나게 하네 / 空使早生華髮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옥루지(玉漏遲) : 쌍조 94자, 전단 10구 6측운, 후단 9구 5측운체에 따른 것이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11.보살만(菩薩蠻) 배 안에서 밤을 묵으며
서풍이 비를 몰아 강가의 나무 울리고 / 西風吹雨鳴江樹
한쪽 어스름 속에 청산이 저물어 간다 / 一邊殘照靑山暮
뱃줄을 매고 어부의 집에 가까이 가니 / 繫纜近漁家
뱃머리에서 사람의 말소리 왁자지껄한다 / 船頭人語譁
흰 물고기에 흰 술을 겸했는지라 / 白魚兼白酒
곧장 무하유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 徑到無何有
창주에 누워 있음 스스로 기뻐하고 있는 터이니 / 自喜臥滄洲
이것이 벼슬살이인지 어찌 알랴 / 那知是宦遊
2 배가 청신(靑神)에 머물렀다.
장강에 해 떨어지고 아름다운 물결 푸른데 / 長江日落煙波綠
배를 옮겨 점차로 푸른 산 모퉁이로 다가간다 / 移舟漸近靑山曲
대나무를 사이에 두고 등불 하나 밝고 / 隔竹一燈明
바람 따라 배 끄는 줄이 가볍다 / 隨風百丈輕
밤이 깊어 배 안에서 자자니 / 夜深篷底宿
어둠 속의 물결이 금과 축의 소리를 낸다 / 暗浪鳴琴筑
꿈속에서 백구와 맹약을 맺었거니와 / 夢與白鷗盟
아침이 되어도 마구 놀라게 하지 말라 / 朝來莫漫驚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보살만(菩薩蠻) : 무산일편운(巫山一片雲)ㆍ자야가(子夜歌)ㆍ화간의(花間意)ㆍ화계벽(花溪碧)ㆍ성리종(城裏鐘)ㆍ중첩금
(重疊金)ㆍ매화구(梅花句)ㆍ만운홍월(晩雲烘月)ㆍ보살만(菩薩鬘) 등 별칭이 많다. 이 사는 쌍조 44자, 전ㆍ후단 각 4구 2측
운 2평운으로 되어 있다.
[주D-001]무하유(無何有)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완전 해방의 경지. 여기서는 술로 인해 얻어진 즐거운 기분을 말한 것이다.
[주D-002]창주(滄洲) : 물빛이 푸른 섬으로 은자(隱者)가 거처하는 고장을 말한다.
[주D-003]청신(靑神) : 지금의 중국 사천성(四川省)의 현명(縣名). 장강연안(長江沿岸)의 한 성진(城鎭)이다.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12.동선가(東仙歌)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
백화담 가에는 / 百花潭上
황량한 안개낀 가을 풀뿐인데 / 但荒煙秋草
그래도 그대의 집 지붕의 까마귀도 좋게 생각된다 / 猶想君家屋烏好
기억하거니와 그 당시 먼 길을 흰머리하고 돌아왔는데 / 記當年遠道華髮歸來
처자는 춥게 지내고 / 妻子冷
짧은 헌 옷의 천오같이 꺼꾸러져 있었다 / 短褐天吳顚倒
거처를 정하니 속된 일 적고 / 卜居少塵事
자루의 돈 남아 있어 / 留得囊錢
술을 사고 꽃을 찾아 봄에게 마음 괴롭힌다 / 買酒尋花被春惱
조물주는 또한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훌륭한 인재를 그르쳐서 / 造物亦何心枉了賢才
나그네 길 떠돌며 헛되이 늙게 하였지마는 / 長羈旅浪生虛老
그래도 시의 명성을 다 없앨 줄은 몰랐는지라 / 却不解消磨盡詩名
백대 후에도 사람으로 하여금 몰래 가슴속을 슬프게 한다 / 百代下令人暗傷懷抱
[註解]
[주-C001] 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
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
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
되기고 하였다.
[주-D001] 동선가(洞仙歌) :
우선가(羽仙歌)ㆍ동선가령(洞仙歌令)ㆍ동선사(洞仙詞)ㆍ동중선(洞中仙)ㆍ동선가만(洞仙歌慢) 등의 별칭이 있다. 이 사는
83자 전단 6구 3측운, 후단 7구 3측운 체에 따랐다. 《詞譜 20》
[주-D002]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 :
당(唐)의 두보(杜甫, 712~770)는 상원(上元) 원년(760) 정월에 촉주(蜀州),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관현(灌縣) 서방 40리
에 초당(草堂)을 짓기 시작하여 동년 3월에 낙성했다. 이제현은 이 유서 깊은 두보의 초당을 보고 불우했던 대시인을 생각하며
동선가를 써낸 것이다.
[주-D003] 백화담(百花潭) :
두보의 초당이 백화담 북쪽에 있었다. 《杜甫 懷錦水居止詩》
[주-D004] 그래도 …… 생각된다 :
그 집 주인을 좋아하는 정이 그 집 지붕에 앉아 있는 까마귀에까지 옮겨져 그것을 좋게 여기게 된다는 뜻. 두보를 숭앙하는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쓴 것이다. 《韓詩外傳 3》
[주-D005] 천오(天吳) :
인면(人面)에다 팔수 팔족 팔미(八首八足八尾)의 괴기한 해신(海神). 두보 초당에 있던 해도(海圖)에 그려졌던 것. 《杜甫 北
征 天吳及紫鳳顚倒在短褐》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13.만강홍(滿江紅)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사마교(駟馬橋)
한 대의 문장으론 / 漢代文章
누가 독보하였나 하면 상림부(上林賦) 지어낸 문사(文士)였다 / 誰獨步上林詞客
외지에 나다니며 지치도록 배웠지만 집은 한갓 사방의 벽뿐이었고 / 遊曾倦家徒四壁
기세는 칠택(七澤)을 삼켰었다 / 氣呑七澤
화표에 말을 남겨 궁금(宮禁)에 입조(入朝)하였고 / 華表留言朝禁闥
사신으로 광채 드러내며 고향으로 돌아와 / 使星動彩歸鄕國
웃었다 지난날의 부로들이 지금에 와서야 / 笑向來父老到如今
호걸 알아보는 것을 / 知豪傑
인간 세상의 일은 / 人世事
참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 眞難測
그대 역시 그러하였으니 / 君亦爾
누구를 책하겠는가 / 將誰責
그런데 돈 많아지고 녹이 두둑해지자 / 顧金多祿厚
급작스레 예전 일을 잊어버렸다 / 頓忘疇昔
금곡(琴曲)으로 일찍이 마음 합하자 기약했었는데 / 琴上早期心共赤
거울 속에서 어찌 차마 머리를 먼저 희게 하였나 / 鏡中忍使頭先白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단지 촉강가의 / 能不改只有蜀江邊
청산의 빛뿐일 게라 / 靑山色
[註解]
[주B-001]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C-001]만강홍(滿江紅) : 상강홍(上江虹)ㆍ염양유(念良遊)ㆍ상춘곡(傷春曲) 등의 별칭이 있다. 이제현은 쌍조 93자, 전단 8구 5측
운, 후단 10구 6측운의 체에 따랐다. 다만 사운(詞韻) 통용에 있어 약간 무리한 점이 없지 않다. 《詞譜 22》
[주C-002]사마상여(司馬相如)의 사마교(駟馬橋) : 사마상여는 한 무제(漢武帝) 때의 문사(文士)로 부를 잘 했다 하여 그를 부성(賦聖)으
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중랑장(中郞將)이 되어 조정의 사신으로 파촉(巴蜀)에 파견되어 그곳의 혼란을 평정한 일이 있다.
그의 사신 행렬이 지나간 다리를 사마교라 명명하였던 것이다.
이에 앞서 사마상여 자신이 후에 반드시 사두마차를 타는 귀인이 되지 않고서는 이 다리를 지나가지 않겠다고 교각에다 썼다는
전설이있다. 이 다리는 사천성 성도현(成都縣) 북쪽 유자하(油子河)의 분류(分流)에 걸려 있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漢
書 卷57 司馬相如傳》
[주D-001]상림부(上林賦) : 사마상여는 먼저 자허부(子虛賦)를 지어 그 이름이 한 무제에 알려졌고, 그 후 다시 무제를 위해 상림부를 지
어바쳐 일약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2]외지에 …… 벽뿐이었고 : 사마상여는 처음 낭관(郎官)으로 경제(景帝)를 섬겨 무기상시(武騎常侍)가 되었으나 그 일은 그가
좋아하는 바가 아니었고, 거기다 경제가 문사(文辭)를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문인을 거느리는 양 효왕(梁孝王)을 따라 양으로 갔
다. 수년 후 자허부를 지었으나 양 효왕이 죽어 버려 고향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안이 씻은 듯이 가난하여졌고 할 일이 없어졌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3]칠택(七澤) : 사마상여의 자허부에 ‘楚有七澤’이라는 말이 나온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4]화표(華表)에 …… 입조(入朝)하였고 : 화표는 화표주(華表柱)로 성문 앞 같은 데 세워놓는다. 이 구절은 사마교의 기둥에 사마
상여가 대성하여 사두마차를 타지 않으면 지나가지 않겠다고 써 놓고 간 것과 그 후 촉인(蜀人) 양득의(楊得意)가 구감(狗監)으
로 있으면서 무제(武帝)에게 사마상여가 그의 고향 사람이라 일러주어 사마상여가 불려가 무제를 만나 문명을 떨쳤던 일을 요약
한 것이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5]웃었다 …… 것을 : 앞서 사마상여가 몰락하였을 때에 그곳 현령의 주선으로, 촉의 임공(臨筇) 땅 거부 탁왕손(卓王孫)의 과부
딸 문군(文君)과 동거했는데 그는 계교를 써서 탁왕손으로부터 많은 재물을 얻어내어 부자가 되었다. 탁왕손은 심중 괘씸하게
여겼었으나 후에 사마상여가 사신으로 촉(蜀)에 행차하자, 그 인물을 일찍 알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史記 卷117
司馬相如傳》
[주D-006]급작스레 …… 잊어버렸다 : 사마상여가 벼슬이 높아지고 재물이 많아지자 탁문군과의 애정을 저버리고 무릉(茂陵)의 소녀를
맞아들이려 했다. 《西京雜記》
[주D-007]거울 속에서 …… 하였나 : 무릉의 소녀를 맞아들이겠다는 계획을 알게 된 탁문군은 백두음(白頭吟)을 지어 사마상여와 단연코
인연을 끊어 버리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이 일에 관해서는 이설이 있다. 《西京雜記》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14.목란화만(木蘭花慢) 장안(長安)에서 옛 생각하다.
시인은 감개 많은데 / 騷人多感慨
하물며 옛 도읍에서 가을 바람 만났음에랴 / 況古國遇秋風
천리에 펼쳐진 아름다운 도성 바라보니 / 望千里金城
한 자리 천연의 요새가 / 一區天府
그 기세 맑고 웅장하다 / 氣勢淸雄
번화했던 일들은 물어볼 곳 없고 / 繁華事無處問
다만 산천의 경물만이 고금에 다름없다 / 但山川景物古今同
학은 푸른 구름 걸린 태백산으로 사라지고 / 鶴去蒼雲太白
기러기는 단풍나무 있는 신풍에서 소리친다 / 雁嘶紅樹新豐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물은 동쪽으로 가는데 / 夕陽西下水流東
흥망은 꿈속 같다 / 興廢夢魂中
우습다 약자가 토해내면 강자가 집어삼키고 / 笑弱吐强呑
세로 이룩하였다가 가로 깨어지고는 하였는데 / 縱成橫破
새는 먼 하늘로 날아간다 / 鳥沒長空
이 어찌 서수가 술마시며 / 爭如似犀首飮
달팽이 뿔 위에다 궁달을 맡겨 버린 것만이야 하랴 / 向蝸牛角上任窮通
기린대의 그림을 보라 / 看取麟臺圖畫
다만 무덤에 쑥대가 남아 있을 뿐이다 / 維餘馬鬣蒿蓬
2 이 장군 집 벽에 쓰다.
장군은 참으로 좋은 사나이라 / 將軍眞好士
반면식만으로도 내 일생 만족한데 / 識半面足吾生
하물며 서쪽 민아로부터 / 況西自岷峨
북쪽으로 연조까지 오는 동안 / 北來燕趙
고삐 나란히하고 심정을 논했음에랴 / 竝轡論情
서로 끌고서 고향으로 돌아오니 / 相牽挽歸故里
문전에서 어린 것들이 도연명을 기다리던 광경이 있다 / 有門前稚子候淵明
술 앞에서 온 좌석 얼근해져서 / 對酒歡酣四坐
등잔 심지 돋우며 삼경까지 이야기했다 / 挑燈話到三更
벌목시(伐木詩)의 새 앵앵 우는 구절을 소리 높여 노래하니 / 高歌伐木鳥嚶嚶
마음이 그대에게 기울어진다 / 懷抱向君傾
객지 길에서의 시간 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 任客路光陰
돌아가는 말 멈춰놓고 / 欲停歸騎
다시 술잔 다 비운다 / 更盡飛觥
인간 세상의 만남과 헤어짐이란 / 人間世逢與別
뜬 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고 달이 기울었다 차는 것 같다 / 似浮雲聚散月虧盈
다만 소중한 몸 건재하게 하라 / 但使金軀健在
흰 머리 되면 우정의 맹세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니까 / 白頭會得尋盟
[註解]
[주-C001] 장단구(長短句) : 사(詞)의 별칭.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이제현의 장단구는 익재사(益齋詞)라는 명칭으로 청 나라 주효장(朱孝臧 본명 조모(祖謀)이 편찬한 중국 역
대사총집인 《강촌총서(彊村叢書)》 끝에 원대사(元代詞)의 하나로 편입되기고 하였다.
[주-D001] 목란화만(木蘭花慢) : 쌍조 1백 1자, 전단 9구 4평운, 후단 9구 5평운의 체에 따른 것이다. 목란화만의 사조는 그 구법과 운법
이 다양해서 구두를 가려내기 힘들다. 엄인(嚴仁)의 동풍취무우사(東風吹霧雨詞)의 사조와 같다. 《詞譜 29》
[주-D002] 태백산(太白山) : 섬서성(陝西省) 미현(郿縣) 남부에 있는 태백산. 장안에 가는 길에서 멀리 보인다. 《水經 渭水注》
[주-D003] 신풍(新豐) : 섬서성의 임동현(臨潼縣) 동북부에 있는 성진(城鎭) 이름. 역시 장안 길에서 멀리 볼 수 있는 곳이다.
[주-D004] 세로 …… 하였는데 : 세로 이루어진 것은 합종책(合從策), 가로 깨어진 것은 연횡책(連橫策)을 말하는데 성립되었다 와해된
것을 말한다.
[주-D005] 서수(犀首)와 …… 하랴 : 서수는 관명(官名)으로 즉 전국 시대 서수의 직책을 가진 공손연(公孫衍)을 가리킨다. 위 혜왕(魏惠
王)이 전후모(田侯牟 제 위왕(齊威王))가 배반한 것에 분개하여 자객을 보내 그를 죽이려고 하자, 그 소식을 들은 서수는 그 일
을 부끄럽게 여기고 정식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전후모를 토벌해서 그를 잡아다가 곤욕을 보이도록 하라고 권했다.
그러자, 서수의 말을 들은 계자(季子)가 다시 그 말을 반대하고 정도를 찾아 행하라고 일러주니, 대진인(戴晉人)이 혜자(惠子)
에게 이것이 모두 와각지쟁(蝸角之爭) 격인데 무슨 싸우고 어쩌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으로 이야기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雜篇 則陽》
[주-D006] 기린대(麒麟臺) : 한 선제(漢宣帝) 때의 기린각(麒麟閣)을 말한다. 거기에는 곽광(霍光) 등 11인의 공신상(功臣像)이 그려져
있었다. 《漢書 蘇武傳》
[주-D007] 민아(岷峩) : 주 2) 참조.
[주-D008] 연조(燕趙) : 북방 하북성 일대의 땅.
[주-D009] 문전에서 …… 있다 : 도연명(陶淵明)이 팽택 영(彭澤令)을 자진 사직하고 향리의 집으로 돌아오자 문전에서 아이들이 그를 기
다려 맞아주었다. 《歸去來辭》
[주-D010] 벌목시(伐木詩) :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으로 친구를 구(求)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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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난고 제10권
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
1 소상 팔경(瀟湘八景)
2 송도 팔경(松都八景)
소상 팔경(瀟湘八景)
평사에 내리는 기러기[平沙落雁]
옥새에는 주살이 많고 / 玉塞多繒繳
금하에는 먹이가 떨어져 버렸는지라 / 金河欠稻粱
서로 나란히 줄 이루어 / 兄兄弟弟自成行
만리를 날아 소상에 당도하였다 / 萬里到瀟湘
멀리 뻗은 맑은 물 흰 깁을 끌고 가는 듯 / 遠水澄拖練
평평히 깔린 모래 이슬 희게 반짝이는 것 같다 / 平沙白耀霜
나루터에 사람들 흩어졌으니 석양이 가까운 거라 / 渡頭人散近斜陽
앉으려다가 다시 멀리 올라간다 / 欲下更悠揚
먼 포구에 돌아오는 돛배[遠浦歸帆]
남쪽 포구엔 찬 밀물 다급하고 / 南浦寒潮急
서쪽 산봉엔 지는 해가 빠르다 / 西岑落日催
구름같은 돛들이 바람 따라 펼쳐져서 / 雲帆片片趁風開
멀리 푸른 산에 비치어 온다 / 遠映碧山來
위아래로 나는 갈매기 경쾌한 춤을 추고 / 出沒輕鷗舞
치달으며 줄지은 말들이 돌아오는데 / 奔騰陣馬回
뱃머리의 흰 물결이 눈꽃처럼 부서지고 / 船頭浪吐雪花堆
그림 그려진 북 소리는 봄철의 우레같이 울린다 / 畫鼓殷春雷
소상강에 내리는 밤비[瀟湘夜雨]
갈대 서걱이는 포구에 밀물 빠지고 / 潮落蒹葭浦
귤나무 물섬에 안개 가라앉았는데 / 煙沈橘柚洲
황릉사 아래에는 가을철 빗소리라 / 黃陵祠下雨聲秋
고금에 변하지 않는 무한한 이 시름 / 無限古今愁
막막하게 깔려 있는 고기잡이 불 어지럽고 / 漠漠迷漁火
쓸쓸한 나그네 배 머물러 있다 / 蕭蕭滯客舟
그 가운데서 어느 뉘와 더불어 맑고 그윽한 운치 함께 즐기나 / 箇中誰與共淸幽
오직 한 마리의 모래밭 갈매기가 있을 뿐이네 / 唯有一沙鷗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만리에 걸쳐 하늘은 물에 떠 있고 / 萬里天浮水
한가을 이슬이 허공을 씻었는데 / 三秋露洗空
달은 해문 동편으로 떠올라와 / 氷輪輾上海門東
푸른 물결 속에서 그림자 희롱한다 / 弄影碧波中
출렁출렁 은빛 궁궐 펼쳐져 있고 / 蕩蕩開銀闕
우뚝하니 옥 무지개 꽂혀 있는데 / 亭亭揷玉虹
문득 구름 같은 돛 서풍에 달아올려 / 雲帆便欲掛西風
곧장 광한궁으로 가려고 든다 / 直到廣寒宮
강 하늘의 저녁 눈[江天暮雪]
바람이 세어 구름 모습 참담하고 / 風緊雲容慘
날씨가 차 눈내리는 기세 삼엄한데 / 天寒雪勢嚴
체로 쳐 흰 빛 뿌리듯 보드랍게 내리어 / 篩寒酒白弄纖纖
만 채의 지붕엔 소금을 쌓은 듯하다 / 萬屋盡堆鹽
먼 포구엔 고기잡이 배 돌아오고 / 遠浦回漁棹
외로운 마을엔 술집 깃발 내려졌는데 / 孤村落酒帘
삼경에 갠 눈빛 은빛 달 시샘하여 / 三更霽色妬銀蟾
다시 성긴 발을 묶어서 달아맨다 / 更約掛疏簾
연기 낀 절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 소리[煙寺暮鐘]
초 나라 땅에는 가을 장마 걷히고 / 楚甸秋霖捲
상강 봉우리엔 저물녘 안개 짙은데 / 湘岑暮靄濃
한 번 치고 끝나면 또 한 번 치고 / 一舂容罷一舂容
어디에서 해질녘의 종이 울리나 / 何許日沈鐘
달을 흔들며 빈 골짜기에 퍼져와서 / 搖月傳空谷
바람 따라 먼 산봉우리로 건너가고 / 隨風度遠峯
다리 위엔 한 나그네 대지팡이 짚고 가는데 / 溪橋有客倚寒筇
한 가닥 길이 구름 속 소나무 사이로 들어간다 / 一逕入雲松
산시에 갠 아지랑이[山市晴嵐]
먼 산마루들은 천 점의 소라 같고 / 遠岫螺千點
긴 시냇물은 한 아름의 옥덩이인 듯 / 長溪玉一圍
해 높이 돋았어도 산골 주막은 문을 안 열었고 / 日高山店未開扉
산기운 푸르른데 남은 안개 가셨다 / 嵐翠落殘霏
은은하게 보이는 누대는 멀고 / 隱隱樓臺遠
무성한 풀과 나무는 희미한데 / 濛濛草樹微
장터 다리로는 물고기 사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하지마는 / 市橋曾記買魚歸
한 번 더 바라보니 그게 아닌 것도 같다 / 一望却疑非
어촌의 저녁놀[漁村落照]
먼 산봉우리엔 낙조 머물러 있고 / 遠岫留殘照
여린 물결엔 한 조각 난 놀 비치는데 / 微波映斷霞
대나무 울타리의 초옥은 어부 집이고 / 竹籬茅舍是漁家
한 가닥 길은 수풀 곁으로 돌아갔다 / 一逕傍林斜
초록 강언덕에는 쌍쌍의 백로 있고 / 綠岸雙雙鷺
푸른 산엔 점점이 까마귀 앉아 있는데 / 靑山點點鴉
이따금씩 갈대꽃 사이에 두고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 들려오고 / 時聞笑語隔蘆花
탁주를 물고기와 새우로 산다 / 白酒換魚鰕
평사(平沙)에 내리는 기러기
취중에 칠한 먹인 양 성글었다 또 빽빽했다 하고 / 醉墨疏還密
망가진 바둑판인 양 가지런했다 또 기울었다 하는데 / 殘棋整復斜
짐작건댄 발자국이 모래에 남아 있을 것이고 / 料應遺跡在泥沙
오고 가고 하는 게 해마다 틀림이 없다 / 來往歲無差
물 따뜻해지니 까치무릇 피었고 / 水暖仍菰米
서리 차지니 갈대꽃 피었네 / 霜寒尙葦花
마음이 편하면 이곳을 집으로 삼지 / 心安只合此爲家
무엇하러 하늘 한 끝에서 나그네살이 하는가 / 何事客天涯
먼 포구에 돌아오는 돛배
닻줄 풀어 회수의 땅을 떠나 / 解纜離淮甸
작은 배 초 나라 고장 향해가는데 / 揚船指楚鄕
바람 소리 솨솨 물은 망망하고 / 風聲颯颯水茫茫
돛대를 높이 올렸다 / 帆席上危檣
뜬 구름 흘러 보내고 / 斷送浮雲影
기러기 놀라 돌아가는데 / 驚廻過雁行
강가의 여인 지는 햇빛 속에 서 있어 / 江樓紅袖倚斜陽
멀리 나그네의 마음 설레게 한다 / 遠引客心忙
소상강(瀟湘江)에 내리는 밤비
검푸른 단풍 나무와 / 暗澹靑楓樹
엉성한 반죽의 수풀 / 蕭疏斑竹林
선창의 밤비 소리엔 금하기 어렵구나 / 篷窓夜雨今難禁
베갯머리에 우러나는 고향 생각을 / 欹枕古鄕心
두 여인이 뿌린 상강의 눈물과 / 二女湘江淚
삼려대부가 남긴 물가의 비탄 / 三閭楚澤吟
흰 구름 아래 천년토록 그 한이 쌓이고 쌓여 / 白雲千載恨沈沈
창해도 그보다는 깊지 못하리 / 滄海未爲深
동정호(洞庭湖)의 가을 달
형산은 널찍하니 북쪽에 임하여 있고 / 衡岳寬臨北
군산은 자그마하게 남쪽으로 다가 있는데 / 君山小近南
그 가운데 칠백 리의 호수가 펼쳐져서 / 中開七百里湖潭
오 나라 땅과 초 나라 땅이 들어와 포함되었다 / 吳楚入包含
은하수에 가을 기운 닿아 있고 / 銀漢秋相接
금빛 물결이 온 밤을 장식하는데 / 金波夜正涵
잔 들어 길게 휘파람불며 난새 수레 기다리고 / 擧杯長嘯待鸞驂
잠시 그림자 마주하여 셋을 이룬다 / 且對影成三
강 하늘의 저녁 눈
저녁으로 접어들어 가는 배 돌려 / 向夕廻征棹
추위를 무릅쓰고 술집으로 올라가니 / 凌寒上酒樓
장강의 구름 눈이 되어 사람을 시름겹게 만들고 / 江雲作雪使人愁
옛 담주가 보이지 아니한다 / 不見古潭洲
소리 야무진 구름가의 기러기와 / 聲緊雲邊雁
정신이 맑은 물 위의 갈매기 / 魂淸水上鷗
천금가는 준마 타고 담비 갖옷 두르고 있는 것이 / 千金駿馬擁貂裘
어찌 고기잡이 배에 누워 있는 것만이야 하겠는가 / 何似臥漁舟
산시(山市)에 갠 아지랑이
바다 기운은 가을 더위에 쪄오르고 / 海氣蒸秋熱
산의 모습은 아침 비 개어 고운데 / 山容媚曉晴
무성한 소나무 소리 없이 서 있고 / 森森萬樹立無聲
빈 하늘 푸르름이 사람까지 맑게 한다 / 空翠襲人淸
거울 속에 여인의 눈썹인 듯 / 鏡裏雙娥斂
베틀에 흰 깁 가로지른 듯 / 機中匹練橫
시내 건너 어디에선가 자고새 울고 / 隔溪何處鷓鴣鳴
구름과 해는 가렸다 또 밝았다 한다 / 雲日翳還明
어촌(漁村)의 저녁놀
비 개어 장강이 푸르르고 / 雨霽長江碧
구름 돌아가는 먼 산봉우리 싱그러운데 / 雲歸遠岫靑
한 쪽의 남은 낙조가 수풀에 비치고 / 一邊殘照在林坰
초록빛 그물이 이끼낀 문에 널려 있다 / 綠網曬苔扃
물빛은 두꺼운 비단보다 밝고 / 波影明重綺
모래는 먼 별같이 반짝이는데 / 沙痕射遠星
농어와 흰 술로 취했다 깨었다 하고 / 鱸魚白酒醉還醒
일신의 일은 부평같이 맡겨버린다 / 身事任浮萍
안개 낀 절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없어졌다.
[註解]
[주B-001]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 : 쌍조 44자, 전후단 각 4구 3평운체에 따른 것이다. 전후단 제3구가 7언구로 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다 5언구로 되어 있다. 전후단 제1ㆍ2구는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이 통례다. 이제현은 무산일단운조에 의해 소상팔경과 송도
팔경각 2편을 써서 이 땅의 사경사(寫景詞)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조선 시대까지 무산일단운조로 사경사가 여러 문사에 의해 지
어졌다. 《詞譜 6》
[주C-001]소상 팔경(瀟湘八景) : 중국 호남성(湖南省) 동정호(洞庭湖) 남쪽 영릉(零陵) 부근에서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친 곳을
소상이라 부르는데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송대(宋代)의 풍경화가 송적(宋迪)이 소상의 풍경을 8폭으로 그려 평사낙안(平沙落
雁)ㆍ원포귀범(遠浦歸帆)ㆍ산시청람(山市晴嵐)ㆍ강천모설(江天暮雪)ㆍ동정추월(洞庭秋月)ㆍ소상야우(瀟湘夜雨)ㆍ연사만
종(煙寺晩鐘)ㆍ어촌석조(漁村夕照) 여덟 가지의 화제(畫題)를 달았다. 그 후부터 소상팔경을 시사(詩詞)로 노래하게 되었다.
이제현이 소상팔경을 직접 답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夢演筆談 書煙》
[주D-001]옥새(玉塞) : 감숙성(甘肅省) 돈황현(敦煌縣) 서북에 있는 옥문관(玉門關). 서역(西域)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요새지였다.
[주D-002]금하(金河) : 중국 북부 수원성(綏遠省)에 있는 강. 흑하(黑河)라고도 한다. 그 물은 황하(黃河)로 들어간다.
[주D-003]황릉사(黃陵祠) : 호남성 상음현(湘陰縣) 북부에 있는 황릉묘(黃陵廟). 순(舜) 임금의 두 비(妃)인 아황(娥皇)ㆍ여영(女英)이
멀리 순 임금을 찾아와 슬퍼하고 상강(湘江)에 빠져 죽었는데 그곳 사람들이 그녀들을 위해 상강 가에 지었다고 전해진다.
《水經 湘水注》
[주D-004]해문(海門) : 동정호의 물이 좁아져 장강(長江)에 연결되는 부분을 가리킨 것이라 하겠다. 해문이란 본래 육지 사이로 빠져나가
는 바다의 통로이다.
[주D-005]두 여인이 …… 눈물과 : 순(舜) 임금의 두 비(妃) 아황(娥皇)과 여영(女英). 순 임금이 죽은 곳에 찾아와 비탄 끝에 상강 물에
빠져 죽었다.
[주D-006]삼려대부(三閭大夫)가 …… 비탄 : 삼려대부는 전국 시대 초 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말하는데 그의 벼슬이 삼려대부이기 때문
에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그는 충신이면서도 방축(放逐)되어 물가에서 세상을 비탄하다가 멱라수(汨羅水)에 투신자살했다.
《史記 屈原傳, 王逸 楚辭章句》
[주D-007]형산(衡山) : 중국 오악(五嶽) 중의 하나인 남악(南嶽). 호남성에 있는데 상수(湘水)와 자수(資水)의 분수령(分水嶺)을 이루고
있다.
[주D-008]군산(君山) : 동정호 안에 섬같이 서 있는 산들 중 가장 큰 것으로 일명 상산(湘山)인데 상비묘(湘妃廟)가 있다. 《水經 湘水注》
[주D-009]난새 수레[鸞驂] : 순 임금이 난새 방울 장식이 있는 수레를 탔다고 한다. 《禮記 明堂位, 周禮 春官 冡人》
[주D-010]잠시 …… 이룬다 : 나와 그림자와 술잔에 비친 나를 합해서 셋이라는 뜻.
[주D-011]담주(潭洲) : 지금의 호남성 장사시(長沙市). 수당(隋唐) 때 장사를 담주로 개칭했었다. 《讀史方輿紀要 湖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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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팔경(松都八景)
자하동으로 중을 찾아가다[紫洞尋僧]
돌 곁 맑고 얕은 물을 건너 / 傍石過淸淺
수풀을 뚫고 산에 올라 / 穿林上翠微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다시 중의 집을 묻겠나 / 逢人何更問僧扉
오시의 불공 소리가 안개 날리는 데서 울려 나온다 / 午梵出煙霏
풀이슬이 짚신 적시고 / 草露霑芒屨
송화 가루가 갈포 옷에 점을 찍었다 / 松花點葛衣
귀밑머리 하얘가지고 선탑에서 세상일 잊고 앉아 있는데 / 鬢絲禪榻坐忘機
산새는 마구 돌아가길 재촉한다 / 山鳥謾催歸
청교역에서 객을 전송하다[靑郊送客]
꽃다운 풀 나 있는 성 동쪽의 길과 / 芳草城東路
성긴 소나무들 서 있는 들 밖의 언덕 / 疏松野外坡
봄 바람 불면 이곳에선 이별이 많아져서 / 春風是處別離多
전송연 장막에는 귀인의 말 모여든다 / 祖帳簇鳴珂
마을 따뜻한데 닭이 집에서 소리치고 / 村暖鷄呼屋
비 갠 모래밭에 제비가 물결 스쳐 난다 / 沙晴燕掠波
헤어지는 마당에 말을 세우고 다시 머무적거리는데 / 臨分立馬更婆娑
한 가락 위성의 노래 들려온다 / 一曲渭城歌
북산의 안개비[北山煙雨]
산골짜기에 안개 움직이고 / 萬壑煙光動
많은 수풀에 비기운 돌고 있다 / 千林雨氣通
오관산 서쪽 언저리와 구룡산 동쪽은 / 五冠西畔九龍東
수묵화의 옛 병풍이다 / 水墨古屛風
바위의 나무에는 짙푸르름 엉겨 있고 / 巖樹濃凝翠
시내의 꽃은 어지럽게 붉은 빛 흘려보낸다 / 溪花亂泛紅
사라지는 무지개와 낙조 사이에 / 斷虹殘照有無中
한 마리 새가 먼 하늘로 사라져 간다 / 一鳥沒長空
서강의 눈보라[西江風雪]
바다를 지나가니 차가운 바람 세차고 / 過海風凄緊
구름에 잇닿아 눈이 까마득하다 / 連雲雪杳茫
지는 꽃과 나부끼는 버들솜 강 마을에 가득하여 / 落花飄絮滿江鄕
몰래 한 봄의 미친 가을 드러내 본다 / 偸放一春狂
어촌 장터는 문 여는 것 이르고 / 漁市開門早
돛배 포구에 들어가느라 바쁘다 / 征帆入浦忙
술집은 어디이길래 관현 가락 목메어 / 酒樓何處咽絲篁
맹 양양을 시름에 시달리게 하는가 / 愁殺孟襄陽
백악의 비 갠 구름[白岳晴雲]
창포와 살구꽃은 봄에 피었고 / 菖杏春風後
초가집은 들판 물가에 있다 / 茅茨野水頭
비 갠 구름 가볍게 날고 수풀 언덕에 안개 덮였는데 / 晴雲弄色靄林丘
비 올 기색이 가시지를 못한다 / 雨意未能休
경기 고을엔 백성들 부세 없고 / 京縣民無賦
들판의 밭엔 농사가 풍년이라 / 郊田歲有秋
내일 아침엔 가서 오이 심은 동릉후(東陵侯)를 배우고 / 明朝去學種瓜侯
일신은 별장에 은거하겠다 / 身事寄菟裘
황교의 저녁놀[黃橋晩照]
숨었다 보였다 하며 시냇물 돌아가고 / 隱見溪流轉
가로 세로 들판의 밭두둑 나뉘어 있다 / 縱橫野壟分
수풀 너머의 사람 말소리 멀리서 들을 만하고 / 隔林人語遠堪聞
마을의 오솔길 푸르기가 치마 같다 / 村逕綠如裙
솔개는 오공산(蜈蚣山) 나무에 앉고 / 鳶集蜈山樹
까마귀는 곡령 구름 속으로 날아든다 / 鴉投鵠嶺雲
오는 소 가는 말 다시 번잡해지자 / 來牛去馬更紛紛
성곽에는 아침해 돋는 듯하다 / 城郭日初曛
장단의 석벽[長湍石壁]
물에는 석벽 솟구치고 / 揷水雲根聳
공중에 검은 절벽 펼쳐져 있다 / 橫空黛壁開
물고기와 용들이 모퉁이에서 회전하고 / 魚龍吹浪轉隅隈
초록이 백리토록 덮여 있다 / 百里綠徘徊
달이 잠기니 파리옥의 빛이고 / 月浸玻瓈色
꽃이 떨어지니 수비단 무더기라 / 花分錦繡堆
그림배 술을 싣고 관현 가락 재촉하여 / 畫船載酒管絃催
하루에 천 바퀴나 돌아다닌다 / 一日繞千廻
박연폭포(朴淵瀑布)
해가 비추니 뭇 산봉우리가 빼어나고 / 日照群峯秀
구름이 끼어 있으니 한 골짜기가 깊다 / 雲蒸一洞深
사람들 말이 옥련이 옛적에 왔었다고 하거니와 / 人言玉輦昔登臨
반석이 소 복판에 있다 / 盤石在潭心
흰 비단이 천 자나 날아 오르고 / 白練飛千尺
청동 같은 절벽은 만 발이나 내려가 있다 / 靑銅徹萬尋
달이 밝으면 신선 태운 학이 먼 봉우리에 내려와서 / 月明笙鶴下遙岑
물 속의 용이 울려내는 소리를 불러 보낸다 / 吹送水龍吟
자하동으로 중을 찾아가다[紫洞尋僧]
늙어도 몸 아직 건강한 것 기쁘며 / 老喜身猶健
한가하여도 흥 더욱 더해감 알게 된다 / 閑知興更添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개의 바위 건너 가는데 / 芒鞋竹杖渡千巖
맞이하고 보내주는 푸른 수염의 소나무 있다 / 迎送有蒼髥
오래 앉아 있으니 구름이 산봉우리로 돌아가고 / 坐久雲歸岫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달이 처마에 걸려 있다 / 談餘月掛簷
다만 술 받아놓고 도연명 데려오게 한다면야 / 但敎沽酒引陶潛
왔다갔다 하는데 기분 어찌 싫겠나 / 來往意何厭
청교역에서 객을 전송하다[靑郊送客]
들판의 절에선 송화가 떨어지고 / 野寺松花落
비 갠 내에는 버들솜이 난다 / 晴川柳絮飛
바람 속에 서 있는 백마 붉은 쇠재갈 물고서 / 臨風白馬紫金鞿
떠나가려 하면서도 꽃다운 마음 아까워한다 / 欲去惜芳菲
모이고 헤어지는 건 지금도 옛날과 같고 / 聚散今猶古
공명이란 꿈이 아니겠는가 / 功名夢也非
청산은 말은 하지 않고 몰래 나무라고 있거니와 / 靑山不語暗相譏
이소 돌아가는 걸 본 사람 누구인가 / 誰見二疏歸
서강의 눈보라[西江風雪]
눈은 강가의 집을 짓누르고 / 雪壓江邊屋
바람은 포구의 돛대를 울려댄다 / 風鳴浦口檣
때때로 누각에 올라 남쪽 창을 열어 놓으면 / 時登草閣掛南牕
구름 바다가 아득히 망망하다 / 雲海杳茫茫
생선회 잘라놓으니 은실같이 가늘고 / 斫膾銀絲細
술통을 여니 녹의주 향기롭다 / 開樽綠蟻香
한 가락 예성강곡 소리높여 부르니 / 高歌一曲禮成江
하두강 애끓는다 / 腸斷賀頭綱
북산의 안개비[北山煙雨]
담담하니 푸른 하늘 멀고 / 澹澹靑空遠
우뚝하니 푸르른 봉우리 포개져 있다 / 亭亭碧巘重
천둥비가 나는 용 보내는 것에 홀연히 놀라거니와 / 忽驚雷雨送飛龍
옥부용을 씻으려고 하는 것이리라 / 欲洗玉芙蓉
바위문의 절 좀 알 듯하다가도 / 稍認巖門寺
아무튼 골짜기의 소나무에 길을 잃는다 / 都迷壑底松
재주 좋은 화공도 형용하지 못하니 / 良工吮筆未形容
구의봉인가 의아해진다 / 疑是九疑峯
백악의 비 갠 구름[白嶽晴雲]
새벽에 청교역을 지나 / 曉過靑郊驛
백악산으로 봄놀이 간다 / 春遊白嶽山
제호조 술 권하여 지저귀니 / 提壺勸酒語關關
한 번 듣고 한 번 웃는 얼굴을 짓고는 한다 / 一聽一開顔
마을 집들은 성긴 수풀 바깥에 있고 / 村舍疏林外
밭두렁은 어지러운 물 사이에 있다 / 田畦亂水間
들판의 빗발이 바람 따라 돌아가니 / 郊原雨足信風還
산등의 구름 한가한 것 부럽다 / 羨殺嶺雲閑
황교의 저녁놀[黃橋晩照]
활짝 뚫린 오이밭 바라보니 / 曠望苽田路
우뚝 솟은 버드나무 정원의 누각 / 嵯峨柳院樓
석양에 길을 가다 문득 머리 돌리니 / 夕陽行路却回頭
붉게 물든 나무는 오릉의 가을철이라 / 紅樹五陵秋
성곽의 남은 기초는 장대한데 / 城郭遺基壯
전쟁에 휘말렸던 지난 일 멀다 / 干戈往事悠
마을 집 동자는 시름 모르고 / 村家童子不如愁
피리 불며 소 거꾸로 타고 간다 / 橫笛倒騎牛
박연폭포(朴淵瀑布)
절벽에 팬 구멍 열려 있고 / 絶壁開嵌竇
긴 내가 공중에 걸려 있다 / 長川掛半天
구슬 뛰고 옥 뿜기 몇천 년 / 跳珠噴玉幾千年
상쾌한 기운 연기같이 희다 / 爽氣白如煙
어찌 서각(犀角) 태운 사람을 배우겠는가 / 豈學燃犀客
오직 학선인을 머물게 하길 바란다 / 唯期駐鶴仙
옷이 젖는 더위의 땀 흐르는 샘물 같더니 / 淋衣暑汗似流泉
이곳에 오니 솜옷을 입고 싶어진다 / 到此欲裝綿
장단의 석벽[長湍石壁]
깡마른 뼈대로 천 년을 서 있으면서 / 瘦骨千年立
푸른 뿌리가 백 리에 걸쳐 서리어 있다 / 蒼根百里盤
푸른 물결 사이에 가로 세로 뻗어 / 橫張側展綠波間
그 일대가 옥을 띤 험한 산이 되었네 / 一帶玉孱顔
사냥 말이 어찌 돌아보았겠으랴 / 獵騎何曾顧
어부는 단지 부질없이 볼 뿐 / 漁郞只漫看
시인이 억지로 하늘 아끼는 곳 그리려다가 / 詩人强欲狀天慳
귀밑머리만 세게 된다 / 贏得鬢毛斑
[註解]
[주B-001]무산일단운(巫山一段雲) : 쌍조 44자, 전후단 각 4구 3평운체에 따른 것이다. 전후단 제3구가 7언구로 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다 5언구로 되어 있다. 전후단 제1ㆍ2구는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이 통례다.
이제현은 무산일단운조에 의해 소상팔경과 송도팔경 각 2편을 써서 이 땅의 사경사(寫景詞)의 전통을 수립하였다. 조선 시대까
지 무산일단운조로 사경사가 여러 문사에 의해 지어졌다. 《詞譜 6》
[주C-001]송도팔경(松都八景) : 송도에는 전팔경(前八景)과 후팔경(後八景)이 있다. 전팔경은 이제현이 칠언절구(七言絶句)로 써낸 곡
령춘청(鵠嶺春晴)ㆍ용산추만(龍山秋晩)ㆍ자동심승(紫洞尋僧)ㆍ청교송객(靑郊送客)ㆍ웅천계음(熊川禊飮)ㆍ용야심춘(龍野
尋春)ㆍ남포연사(南浦煙蓑)ㆍ서강월정(西江月艇) 여덟 가지로 그 중 자동심승과 청교송객은 후팔경에도 들어 있다.
이 무산일단운조의 것이 후팔경이다. 송도팔경은 전ㆍ후가 다 이제현의 시사(詩詞)에 따른 것이다.
[주D-001]위성(渭城)의 노래 : 당 나라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로 양관곡(陽關曲)이라고도 한다. 그 첫구의 첫 두
글자가 위성(渭城)임을 취해 위성곡, 또는 위성가라고도 한다. 《樂府說集 近代曲辭 渭城曲》
[주D-002]북산(北山) : 송도의 진산(鎭山)인 송악(松嶽).
[주D-003]맹 양양(孟襄陽) : 성당(盛唐) 때의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 그의 관적(貫籍)에 따라 맹 양양으로 부르기도 한다.
왕유(王維)와 함께 자연파(自然派) 시인으로 꼽힌다. 여기서는 이제현 자신을 두고 한 말이다.
[주D-004]오이 심은 동릉후[種瓜侯] : 진(秦) 나라 때 동릉후(東陵侯)를 지낸 소평(召平)이 진 나라가 망하자 가난한 평민이 되어 장안성
(長安城) 동쪽에서 오이를 심었는데, 지난날의 부귀를 잊고 오이 가꾸기에 전념하여, 그 오이맛이 좋아 동릉과(東陵瓜)라고 불
렀다는 것이다. 그것을 배우겠다 함은 벼슬을 버리고 몸소 농사를 짓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史記 蕭相國世家》
[주D-005]은거[菟裘] : 도구는 본래 중국 춘추 시대 노(魯)의 읍명(邑名)으로 노 은공(魯隱公)이 거기서 은거하려고 하던 곳. 후에는 도구
를 은거지라는 뜻으로 썼다. 《春秋左氏傳 隱公 11年》
[주D-006]곡령(鵠嶺) : 송악의 별칭이다. 오공산(蜈蚣山)은 송악 서쪽에 있다. 《東國輿地勝覽 開城府上》
[주D-007]옥련(玉輦) : 임금이 타는 화려하게 꾸민 수레로 즉 임금을 뜻한다.
[주D-008]다만 …… 한다면야 : 진(晉) 나라 말년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서 불도(佛徒)들과 백련사(白蓮
社)를 조직하여 불사(佛事)에 정진하면서 도연명을 끌어들이려 했으나, 연명은 술을 마시게 하면 가겠다고 하여 완곡히 거절했
다. 술마시기를 허락하여 도연명이 동림사에 갔다가 범종(梵鐘) 소리를 듣고 눈쌀을 찌푸리고 말도 없이 돌아가 버렸다는 고사가
있다. 《廬山記》
[주D-009]이소(二疏) : 한 선제(漢宣帝) 때의 태자대부(太子大傅) 소광(疏廣)과 그 형의 아들 태자소부(太子少傅) 소수(疏受)는 벼슬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천자와 태자가 준 금 70근을 향당 종족(鄕黨宗族)에게 나누어 주어 버렸다. 《漢書 疏廣傳》
[주D-010]한 가락 …… 애끊는다 : 옛날 당(唐) 나라 상인 하두강(賀頭綱)은 장기를 잘 두었는데, 예성강(禮成江)에서 한 아름다운 부인
을 보고 욕심이 나서, 그 남편과 장기를 두어 처음에는 일부러 져주어 남편의 마음을 흥겹게 해놓고, 그 아내를 걸게 하고는 단판
에 이겨 그 부인을 배에 싣고 가버렸다. 그 남편은 회한 속에서 예성강이라는 노래를 지었다. 그녀는 정조를 지킨 끝에 결국은 돌
아와서 예성강의 후편을 지었다는 것이다. 《高麗史 卷71 樂志 禮成江》
[주D-011]옥부용(玉芙蓉) : 옥으로 만든 연꽃. 여기서는 북산인 송악(松嶽)을 두고 한 말.
[주D-012]바위문의 절 : 송악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석방사(石房寺). 《東國輿地勝覽 開城上》
[주D-013]구의봉(九疑峯) : 지금의 중국 호남성 영원현(寧遠縣) 남부에 있는 구의산의 봉우리. 주명(朱明)ㆍ석성(石城)ㆍ석루(石樓)ㆍ
아황(娥皇)ㆍ순원(舜源)ㆍ여영(女英)ㆍ소소(簫韶)ㆍ계림(桂林)ㆍ자림(梓林) 도합 9개의 산봉우리가 있다. 순 임금의 사당이
있다. 《水經 湘水註》
[주D-014]제호조(提壺鳥) : 새 이름인데 술을 권하는 새라고 한다.
[주D-015]오릉(五陵) : 중국 장안(長安)에 있는 한대(漢代) 다섯 황제의 능을 말하는데 유람지로 알려졌다.
[주D-016]서각(犀角) 태운 사람 : 진(晉) 나라 때 온교(溫嶠)가 서각을 태워 우저기(牛渚磯)의 심연(深淵) 속의 괴기한 수족(水族)을 비
춰보았다고 한다. 즉 견식이 투철한 사람을 말한다. 《晉書 溫嶠傳》
[주D-017]학선인 : 한대(漢代) 요동(遼東) 사람 정령위(丁令威)는 선술(仙術)을 배워 학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갔다. 《搜神後記》
ⓒ한국고전번역원 ┃ 송지영 (역) ┃ 198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