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연출에서 김달중 연출로 바뀌면서 더 오리지널에 가깝게 간다고 했었던가요?
음.. 지난 시즌 연출의 그림자에 가리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연출이 바뀌었다는 걸 일부러 광고라도 하듯이 사소한 대사들이 너무 많이 바뀌었고, 설명도 많아졌고, 장면 연출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라이브에 비해서 무대도 더 넓어졌고, 객석의 구조도 다르고 하니... 당연히 장면 연출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되구요. 그런데 오븐 씬은 뭔가 좀 어색하더라구요.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있는 헤드윅의 동작도 불편해 보였고, 거기서 자신의 반쪽에 대해서 상상하는 대사 또한 너무나 길고 설명적이어서 좀.... ㅡㅡ;;
그리고 대사며 가사들이 바뀐 것들 중에 크게 어색하거나 거슬리는 건 없었는데, 지나치게 말이 많아진듯한 느낌이 드는 건 좀 아쉽더라구요. 헤드윅이 한마디를 하려면, 서두부터 너무 장황하다는 말이죠... 그렇게 굳이 설명 안해줘도 다 알만한 내용들인데 말입니다.. ^^;;
그런데... 이렇게 설명이 많아져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도 있었답니다. 헤드윅이 무대 앞쪽의 관객들을 쳐다보면서... 이거... 뭔지는 아나? 하는 투로 묻는 질문이 몇개 있었거든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내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니네들 하나도 모르지?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가소로운듯이 알려주면서 대사를 치고 넘어가곤 했는데... 제가 1열에 앉았던 터라 눈이 몇번 마주쳤었죠... 조정석씨의 입을 삐죽이 내밀고 살짝 찌푸린 표정이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츠학이 연기하던 루터를 헤드윅이 직접 하는 걸로 바뀌었고..
가발도 공연 중에 세번이나 바뀌었고..
의상도 꽤 달라졌죠...
네명의 배우들마다 의상이며 가발등이 좀 다르게 간다는 얘길 들었던거 같은데..
세상에나... 조정석씨의 헤드윅은 첫 장면에서 부터 스커트를 입고 등장하시더군요... 헤드윅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쫄바지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오프닝 곡은 원래 의상 스타일이 더 좋더라구요... (엄드윅의 예쁜 다리 라인을 강조해주던 호피무늬 쫄바지 이뻤었는데.. ㅋㅋㅋ)
또 달라진 것들 중 인상적이었던 건, 무엇보다 이츠학의 감정 표현들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던데... 이건 꽤 흥미로웠답니다. 사실 지난 시즌에서는 이츠학은 말그대로 헤드윅의 그림자같은 존재였잖아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다가 가끔 헤드윅의 성질을 긁어 놓는 존재 정도... ㅋㅋ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이츠학의 감정들이 살짝씩 보이게 잡아 놓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음.. 괜찮더라구요. ㅎㅎ 하나만 예를 들자면, 헤드윅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정션 시티로 가기전에 잠깐 퇴장을 하잖아요. 그 사이에 이츠학이 솔로곡을 하나 부르는 거구요.
이번엔, 지난 시즌과 달리 이때 헤드윅이 퇴장하면서 너무나도 경쾌하게,"나는 여자. 이제는 준비된 완벽한 여자." 라면서 이츠학이 부를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어가더라구요.
그때 이츠학의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 "에이 씨발..."
이 장면에서 느리고 감정 깊은 노래를 아주 가볍게 불러버리는 헤드윅과 그걸 보면서 이츠학의 살짝 표현된 분노가 너무 귀여워서 킥킥대면서 한참을 웃었다는... ㅋㅋㅋㅋㅋ
또 결정적으로 느낌이 확 달라진 대사...
우는 것보다 웃는 게 쉽다면서... "난 우느니 웃는 걸 택했습니다." 라고 말하던 그녀가...
"난 울어요. 울지 않으면 웃어?" 라던가
"우습죠? 웃을 수 밖에요. 웃지 않으면 울고만 있을 꺼 같으니까" 라고 얘길 하더라구요.
캐릭터의 색깔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죠?
그리고 대사의 어미 부분을 ~~했어요.. 라는 형식으로 바꾼 게 많던데.. 이것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헤드윅의 성격을 약간 다르게 설정했구나.. 라는 걸 보여주었죠...
일명 뽀드윅이라고 불리는 조정석씨의 헤드윅... 이름 만큼이나 뽀샤시한 외모로 저의 눈을 시종일관 즐겁게 만들어주더군요... ㅋㅋㅋ
제가 너무 예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애기 했었던 엄드윅보다, 뽀드윅이 살짝 더 예쁜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답니다... 물론 미모의 판가름은 두 분이 한 무대위에서 겨뤄봐야겠지만.. 당분간은 엄드윅을 볼 수 없으므로... 일단 뽀드윅이 조금 우세인 듯한 기분이라는... ^^;;
제가 사랑했던 기준오빠의 헤드윅... 그녀는 이런 느낌이었죠...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아.. 씩씩하게 살아 갈테니깐... 그래서 오히려 더 화려하게 치장하고, 과하게 슬픔과 기쁨을 표현하고, 요란하게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조정석씨의 헤드윅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답니다... 난 하나도 괜찮지 않아, 라고 계속 투덜거리는 소년같은 느낌이랄까... 전혀 어른 스럽지 않고, 마냥 어린 아이 같은 헤드윅이더라구요. 이런 일, 저런 일, 산전 수전 다 겪어서 상처 받고, 닳을 데로 닳은 여자 같다기 보다... 있잖아... 실은 토미라는 애가 나한테 이런 짓을 했어... 하고 달려와서 이르는 아이 같은 느낌... ㅋㅋㅋㅋ 그런데... 저렇게 예쁜 몸매를 가지고 있는, 덩치가 이미 커지고 성인이 되어 버린 이가 아이처럼 보이니... 안쓰러워서 오히려 더 연민이 생기더라구요... ^^;;
조정석씨.. 노래도 나쁘지 않았고, 연기도 괜찮았는데... 유난히 토미가 참 약하다고 느꼈거든요. 저쪽 자이언트 스튜디오에서 공연 중이던 토미의 목소리 연기... 그것 마저 좀 약하다는 느낌... 그런데... 공연 중에 보여지는 토미 스펙 시절의 사진을 봐도 그렇고... 조정석씨의 토미는 참... 아이 같다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약하다는 생각을 했었던게, 저이의 표현이구나.. 저이가 잡아 놓은 캐릭터가 저렇구나... 뭐 이렇게 이해가 되더라는... ^^
아... 그리고 또 괜찮았던 건 바로 뽀드윅의 표정들 이었는데요...
뭐라고 해야 하나...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삐죽 거리면서 내밀면서 토미에 대해서 투덜거리고, 이츠학에게 깐죽거리는... 그때 그순간의 표정들...
슬픔과 즐거움과 분노와 의기소침함이 교묘하게 섞인 그것...
그렇게 수많은 감정의 틈바구니에서 기적적인 균형을 유지하며 미소 짓는 데 성공하는 순간.. 그녀가 참.. 예뻐 보이더라구요... 물론 이건 객관적인 평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워낙 제가 아름다운 대상에 대해서는 분별력을 종종 잃어 버리곤 해서 말이죠... ㅋㅋㅋㅋ
아마도 뽀드윅은 더 보러 가게 될꺼 같구요... ㅋㅋ
두번째 만날 용드윅과 세번째 만날 석드윅도 어떤 색깔일지 아주 기대중이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