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의 디자인리뷰 - 스포티지R
신형 스포티지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티지라는 이름의 크로스오버 SUV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그리고 2세대의
스포티지 모델은 2004년에 등장했고, 이제 2010년이 된 시점에서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현대/기아가 개발한 고성능 디젤엔진의 이
름 R엔진을 의미하는 이니셜 R을 붙여서 스포티지R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오늘의 디자인 리뷰 이전에 신형 스포티지의 첫인상을 이야기할 때도 언급했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포티지R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무려 18인치의 대형 휠이다. 아마도 국산차 중에서는, 그리고 2,000cc 내외의 차량 중에서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가장 큰 기본규격의 휠을 가진 차량일 것이다. 커다란 휠로 새로운 차체 비례를 가진 스포티지R의 디자인 특징을 살펴보자.
■ 차체 비례의 변화
새롭게 등장한 스포티지R의 차체 측면 비례를 살펴보면, 크게 경사진 앞 유리와 높은 카울, 그리고 높게 설정된 벨트라인 등으로, 최
근의 모노볼륨 형 소형 승용차의 비례와 유사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무려 18인치에 이르는 최대의 휠 사이즈와 휠 아치의 안쪽
을 채우고 있는 검은 색의 휠 아치 가드 등으로 차체의 측면 비례에서 휠의 크기가 정말로 큰 이미지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휠의
강조로 인해서 차체 측면의 인상은 건장한 SUV의 이미지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단지 휠의 크기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형 스포티지 R의 차체 비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려
면, 1세대 스포티지의 차체 비례와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17년 전에 등장했던 1세대 스포티지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
도 혁신적인 요소들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우 짧은 앞/뒤 오버행이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디
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차체의 디자인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오버행 같은 비례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는 것 같다.
차체 비례의 아름다움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나는 요소가 바로 앞과 뒤의 오버행이다. 그러나 사실 오버행은 소비자의 입맛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형 차를 개발할 때 얼마나 비례를 아름답게 만드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1세대 스포티지의 측면도를 보면 앞 범퍼의 돌출을 제외한 앞 오버행은 570mm이다. 그리고 실제로 차를 보면 앞 범퍼 밖에 없는 것
처럼 보일 정도로 짧다. 그런 점에서 1세대 스포티지의 앞/뒤 오버행은 그 당시의 국내외의 차량들 중에서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
렇지만 한편으로 너무 짧은 오버행 때문에 4기통 엔진 밖에 탑재할 수 없어서 미국시장에서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
다. 그에 비해서 2세대 스포티지는 시각적으로 앞 오버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엔진룸을 확보해서 6기통 엔진의 탑
재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늘어난 후드 길이만큼 앞 유리의 카울 포인트도 앞쪽으로 이동된 비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3세대 스포티지 역시 엔진룸과 카울은 2세대와 거의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앞 유리 위쪽의 프론트 헤
더(front header)가 뒤로 옮겨지면서 지붕도 약간 낮아져서 앞 유리가 더욱 뒤로 누운 이미지를 주면서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보여준
다. 2세대와 3세대를 겹쳐 비교해 보아도 전면부와 앞 유리의 경사가 늘어나고 전고가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3세대 스포티지는 전장×전폭×전고가 4,440×1,855×1,635mm이고, 휠베이스는2,640mm이다. 이것은 1세대의
4,045×1,735×1,655mm, 휠베이스 2,650mm인 것과, 2세대의 4,350×1,840×1,730mm, 휠베이스 2,630mm과 비교하면 전장은 길어지
고 폭은 넓어지고 높이는 낮아졌으며, 휠베이스는 10mm 범위에서 늘거나 준 것이다. 전체적으로 길고 넓고 낮아진 것이다. 사실 1세
대 스포티지는 프레임이 분리된 ‘바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에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4륜구동, 말하자면 트럭구조의
SUV였지만, 2세대는 준중형 승용차의 플랫폼을 쓴 일체구조식 차체(monocock)를 가진 전륜구동 기반의 4륜구동 SUV였고, 3세대
역시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높이가 낮아지면서 도시형 차량의 안정적인 구조로 발전한 것이다. 물론 정통 오프로더의 하드코
어적인 성격은 상대적으로 옅어졌지만, 크로스오버 차량의 속성은 정통 오프로더와는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비례의 이야
기가 좀 길어진 듯하다. 이제부터 디자인 이미지를 살펴보자.
■ 차체 디자인의 특징
신형 스포티지의 인상은 짧은 후드와 커다란 실내 공간으로써, 역동적이고 경쾌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여기에 치켜 올라간 눈매의
헤드램프와 기아 특유의 ‘호랑이 그릴’은 이제 거의 기아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정착된 듯하다. 게다가 후드 양쪽의 ‘어
깨’에 세워 놓은 엣지는 헤드램프의 눈매를 강조하는 눈썹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의 디자인 경향이 감성을 중시하는 것이지만, 그에 더해지는 요소들이 바로 상상력과 꿈이다. 만약에 한 대의 자동차 디자인에서
상상력이나 꿈이 없다면, 자동차는 단지 배기가스를 뿜으며 돌아가는 톱니바퀴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런 단순한 톱니바퀴 덩어리를
사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상상력과 꿈, 그것은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의 기아차의 디자인은 단지 깔끔하고 번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 있고 에너지가 들어있는 형
태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아’라는 브랜드만이 가진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말로
써 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라는 매개체로써 하는 것이다. 신형 스포티지의 뒷모습에서도 표정이 느껴진다. 약간은 코믹한 듯하지만,
범퍼에 붙은 긴 램프와 그 위쪽에 만들어진 오목한 면 그리고 위쪽의 테일 램프까지 사다리꼴의 형태로 조화를 추구했으면서도 테일
게이트 중앙에 붙은 기아 배지가 어우러져 마치 눈, 코, 입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뒷 범퍼에 별도로 장착된 방향지시등은 새로운 이미지이다. 게다가 범퍼 위쪽으로 약간 높게 붙은 뒤쪽 번호판과 그 아래쪽을
블랙아웃 처리한 것은 실제로 자동차를 쓰게 되는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실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차체의 이미지를 좀 더 경쾌
하고 깔끔하게 보이게 해 줄 것이다.
■ 실내 디자인의 특징
신형 스포티지의 실내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수평적인 이미지이다. 실내를 가로지르는 볼륨은 시각적인
중량감을 주기 때문에 SUV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그리고 마치 선반처럼 살짝 돌출된 느낌의 센터 페시아 패널 양측으로 만들어진 수직형 통풍구는 국산 차량의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써는 새로운 이미지를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자리 잡은 히터 조절 패널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 설정을 독립적으로 제
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이제는 거의 기본 장비처럼 돼 버린 버튼식 시동버튼이 설치돼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전체 이미지가 주는 인상은 수평적으로 넓은 느낌을 만들어내면서도, 기능적인 요소를 강조한 느낌이 잘 나타
나 있다. 게다가 이제는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에 상당히 많은 스위치 류가 장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기술력이 높아진 결과이
지만, 그만큼 조작의 용이성을 높이고 운전의 집중도를 높이려는 시도일 것이다.
■ 투싼과의 차별화는?
새로운 스포티지 R의 차체 외부 디자인과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은 그것을 구성하는 조형요소가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
장하는 로봇 같은 느낌으로 돼 있는 인상이다. 말하자면 투싼은 얼핏 여성스러운 측면이 있다. 차체 디자인이 장식적인 요소들이 상
대적으로 많고, 또 선의 사용이 우아한 느낌으로 마무리되면서 매우 ‘현실적’이며, ‘현재적’ 이다. 그렇지만 스포티지 R의 이미지는 현
재적이라는 느낌보다는, 미래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다분히 남성적이다. 그리고 이런 형태들이 내부와 외부에서 서로 관련된 이
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실내에 앉았을 때 차체 외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만일 내/외장 디자인의 조형 성향이 다르다면, 차 안에 앉아
서 운전할 때의 감성은 자동차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기아가 같은 플랫폼을 가지고 만든 투싼ix와 스포티지 R은 서로의 차별화가 가장 큰 과제이다. 그 차별화는 바로 디자인과
그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의 차별화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3세대의 스포티지는 소형 SUV에 대한 기아자동차의 강점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2세대 스포티지가 1세대의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그것을 다듬어서 디자인한 것이었다면, 3세대는 그러한 두 세대의 디자인
적인 연결을 끊은 모습이다. C필러의 디자인이 그렇고 앞모습과 뒷모습 역시 앞서의 두 세대의 디자인과는 맥을 달리하고 있다. 물론
신형 차가 반드시 앞 모델의 이미지를 이어받을 필요는 없다. 때로는 혁신도 필요하고 때로는 완전한 개혁도 필요하다. 3세대 스포티
지는 국산 차로써는 혁신적인 면모를 여러 곳에서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자동차들에게 혁신이란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과 꿈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산차에서 지
금까지 부족했던 상상력과 꿈의 요소에 스포티지 R이 한 걸음 다가선 것이라는 인상이 든다. 그것이 이제 국제무대에서의 독자성을
가지기 위한 선택의 결과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오토글로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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