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훈화(8월18일-23일)-제15장; 레지오의 선서문
레지오의 초창기 회합에서 단원들은 수련기와 선서식에 대해 결의하였다. 곧 수도회의 수련기와 허원식을 모방해서 예비 단원의 수련 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정규 단원이 되려면 반드시 레지오 단기를 손에 쥐고 선서문을 읽는 선서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레지오의 선서문은 정규 레지오 단원으로 등록되기 위해 성모님께 의탁하면서 성령께 봉헌하는 기도문이다. 이 선서문은 그리스도교 문학 작품으로서 성령과 마리아, 사도직 정신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지닌 걸작 중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이 선서문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봉헌문을 모방해서 프랭크 더프가 만들었는데 언젠가 그는 성령 강림 대축일에 맞추어 시토회 봉쇄 수도원에서 지냈다. 그는 그곳에서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 체계 안에 선서 제도가 있어야 하며 그 선서는 반드시 성모님을 통해 성령께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은총의 전달자는 성모님이시지만 은총을 베푸시는 분은 성령이시기 때문이었다.
선서문의 첫 구절은 "지극히 거룩하신 성령이시여, 저(성명과 세례명)는 오늘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등록되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러나 저 스스로는 합당한 봉사를 드릴 만한 능력이 없사오니 저에게 오시어 저를 당신으로 채워 주소서."이다. 이처럼 모든 레지오 단원은 예수님 탄생 예고 때에 마리아께서 "예,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응답한 것을 본받아 성령께 봉헌하면서 성령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성령은 모든 은총과 거룩함의 근원이시고 영성 생활의 원동력이시다. 단원들의 성화와 사도직 활동에서 성령 신심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레지오는 회합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성령께 대한 기도부터 한다. 성령의 역사하심이 없으면 어떠한 사도직 활동도 결실을 맺지 못한다. 레지오 단원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사도직 활동을 수행한다. 성령께 봉헌한 레지오 단원은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로써 내실을 기하고 밖으로는 선행, 봉사와 선교 활동을 한다. 곧 행동이 따르는 믿음을 실천한다.
그러므로 레지오의 선서문을 알지 못하면 레지오의 성령 신심뿐 아니라 레지오의 사도직과 영성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본은 선서문의 해설서인 쉬에넨스 추기경의 [사도직 신학]을 소개하고 있다(교본 13장, 128면 참조). "레지오 선서문은 성령과 성모의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두 사랑의 계약임을 드러낸다. 곧 성령은 우리 쪽으로 내려오는 하느님의 사랑이고 성모님은 하느님께 올라가는 인간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라는 사도신경 구절처럼 두 사랑이 만나는 지점으로서 계약의 매듭이다"([사도직 신학], 41-42면). 이처럼 예수님을 중심으로 이 두 사랑이 맺은 계약의 의미를 알게 되면 성령과 성모께서 우리를 예수님께 이끌어 그분과 하나 되게 해 주심도 알게 된다.
이러한 해설을 통해 단원들은 다음과 같은 레지오 선서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레지오 단원으로서 충실하게 봉사하는 비결은 당신께 완전히 하나 되어 계시는 성모 마리아와 온전히 일치하는 것임도 잘 알고 있나이다. ......당신의 권능으로 저를 감싸주시고 제 영혼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시어 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성모님의 사랑과 뜻에 일치하게 해 주소서."
성령께 선서를 한 모든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본받아 은총을 베푸시는 성령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성모님처럼 성령의 인도를 따라 개인 성화와 사도직 활동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