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시작된 나의 수난기, 왼쪽 다리 앞부분에 종기가 났다.
벌레에 물렸는지, 어디서 긁혔는지 기억도 안 되는 작은 상처가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벌레들도 많고 나뭇가지, 수풀 속을 헤치며 걸어야할 때도 많다보니 다리의 조그만 상처쯤이야
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매일같이 샤워도 하면서 왜 나의 아픈 다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나도 참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다리가 하도 뻐근해서 들여다보니 작은 상처는 이미 성이 나서
크게 부어 있었고 염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한국에서 가져온 염증치료제 연고를 바르면서 진작 약을 발라주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을 했다. 연고를 바른지 일주일이 지나도 염증은 가라앉을 생각도 안하면서 점점 통증이
심해오는 것이 아닌가? 안에서 곪기 시작하는 듯, 열이 나고 다리와 발목까지 부어올라 걷기조차 불편했다.
이미 2주일이 지났으니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아 비서에게 상처를 보여주면서 좋은 의사한테 데려가 달라고 했다.
사실 이곳 카롱가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하나 있고 개인 병원도 몇 군데 있지만,
병원 시설이 안 좋아 오히려 병이 더 옮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기를 꺼려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어 왔지만, 이번 나의 상처는 만만치가 않았다.
병원을 가서 의사에게 보여야만 해결이 날 것 같아 비서가 추천한 좋은 의사가 있다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큰 병원으로 갔다. 11시로 예약을 했지만 의사는 방에 없었고 우리는 병원 복도에서 마냥 기다려야만 했다.
날씨는 얼마나 뜨거운지 마치 사우나에 앉아있는 것처럼 땀이 흘러내렸다.
아픈 사람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내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때, 의사는 나타나서 내 다리를 보더니 염증이 심해서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항생제가 싫지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상처는 치료를 안 해주냐고 했더니 소독약을 사서 소독하고
5일 동안 항생제를 복용하면 낫는다고 쉽게 말했다. 병원에 소독약도 없는지 날 보고 시내에 가서 사라고 했다.
카롱가에 약국 하나가 없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슈퍼에서 소독약은 구했는데 소독해야할 거즈나
솜은 시내를 다 뒤져도 살 수가 없었다. 물론 집에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있지만 8km를 자동차로 가야하니까
가능하면 시내에서 다 해결을 보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핸드백에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티슈를 적셔서 아픈 상처를 씻어냈다. 아~ 한국의 동네 병원에 가면 친절한 간호원이 이런 상처를 소독해주고 붕대로 감아 줄텐데,
이곳에서는 모두 내가 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몸이 아프니까 고향 생각이 나서 더 서러웠다.
항생제를 복용한지 5일이 지나도 나의 상처는 낫질 않았다. 의사한테 다시 찾아가니까
나의 상처를 한참 들여다본 후에, 이번에는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한다고 했다.
나는 항생제보다는 이 상처를 칼로 자르고 안에 든 고름을 짜야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니라면서 항생제만 5일치를 더 처방해주웠다. 나는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이 의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카롱가에서는 가장 유능하다는 의사인데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혹시 이번 항생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5일이 지나도 크게 차도가 없었다.
이제는 심기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선가 읽은 바에 의하면 오랜 동안 상처가 낫지 않을 때는 피부암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우리 외할머니께서 피부암으로 돌아가셨으니 가족력도 있는데다 아프리카에서 자외선을 많이 받아서 혹시 피부암이 생긴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의 마음은 착잡했다. 지금 뮤직센터 건축은 한창 진행 중이고
곧 개관식도 해야 하는데, 만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내가 벌려 놓은 이일은 누가 계속할 것인가?
나만 바라보고 있는 뮤직센터 학생들, 루수빌로 고아원 아이들, 마키홤바 미술학교 아이들, 4개의 유스센터,
나의 직원들.... 오, 하느님!!!
내가 공사장에서 절뚝거리는 모습을 본 베아트리스 수녀님이 어디가 아프냐고 했다.
나는 다리의 상처를 보여드렸더니 놀라시면서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큰 병원에서 두 번이나 항생제를 먹었는데
낫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러면 이번에는 루수빌로에서 경영하는 작은 보건소가 있으니 우선 그곳에 가서 간호사
수녀님께 상처를 보여드리고 상담을 하라고 했다. 나는 별로 확신이 가진 않았지만 수녀님의 호의를 생각해서
아주 작은 보건소를 방문했다. 마침 그때 젊은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내 상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처는 항생제로만 안 됩니다. 소독하는것도 무의미하고 상처를 열어서 고름을 짜내야만 하지요.”
내가 바라던 치료법을 이곳 작은 보건소 의사가 제의해오니 나는 반가워서 다리를 내밀고 빨리 손을 대서 상처
안에 든 고름을 짜 달라고 재촉했다. 지금 나의 고통이 사라지는 길은 오로지 그 길 밖에는 없었다.
그치료가 얼마나 아플 것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아픔을 잘 참아 받으면 치유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젊은 의사는 자기보다 훨씬 선배요, 이름 있는 의사가 못 고친 이 환자를 자기 손으로
고친다는 자부심으로, 정성껏 나를 보살펴 주었다. 물론 나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신음했지만 고름이 다 빠져
나간 후에 그 “시원함” 을 어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겠는가 !
물론 나는 다시 더 강한 항생제를 먹어야만했고 몇 번의 아픈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기쁨을 가졌다.
한 달 동안 원인도 모르게, 무지한 의사를 만나 몸과 마음 고생한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온다.
그것도 건축을 하면서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통이 함께 찾아왔기에 더욱 힘들었다.
물론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고 가르침이 있다. 우리가 작은 상처에 민감하지 않으면 엄청 큰 상처를
불러온다는 것과 상처를 받았을 때는 그것이 곪을 때까지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설사 그 상처가 안으로 곪았더라도 곪은 상처를 품고 다녀서는 안 되며, 그 고름을 짜내야만
그 상처는 아물게 되고 다시 건강한 피부가 솟아나게 되는 것임을 내 눈으로 확실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나 몸의 상처를 결코 키워서는 안 된다. 몸이건 마음이건 어딘가 아프면 들여다봐야 한다.
한 달 만에 나는 다시 제대로 걷기 시작했고 피부암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내 다리에는 아직도 상처로 인한 깊은 자국이 남아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내 다리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내가 큰 관심과 사랑 없이 내 몸의 한 부분을 막 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몸, 특히 그 연약한 피부가 맡고 있는 중책을 나는 알게 되었으며, 세포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하느님의 신비로운 창조계획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감사해서 또 눈물이 나온다,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이렇게 많은 것을 하느님께서는 잘 알고 계실테니,
“울지마, 카롱가”는 결코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오. 하느님..!! 혹독한 사순절 수난시기를 지낸 결과의 뮤직센타 개관식이였군요.!!!
그래서 더 아름다운 얼굴을 우린 보았지요,화보를 통하여..^^
그럼요.!! " 울지마, 카롱카."는 절대로 않되지요.!!! 무릅 상처를 통하여 하느님신비의 창조 안에 있슴을 확인한 새로움..!!
부활을 축하합니다. 곧,오는 축제를...^^ 알렐루야~~~ 알랠루야~~~ 노래하며,~^*^~
루시아 자매님, 그랬어요. 나의 사순절 작은 수난을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으로 위로를 했지요.
그렇게 작은 상처가 어쩜 그렇게 아프던지요! 아프다고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집에서 쉴 수도 없는 상황이
참 힘들었어요.이제 누구보다 부활의 기쁨을 이곳에서 맛보며 감사드립니다. 자매님께도 부활의 기쁨을
전하며 우리친구 노랑나비님의 건강이 걱정이 되는군요. 많이 위로좀 해주세요.
녜..!^*^ 하명 받고 위로갔다가^^ 되려 점심 대접받고 왔습니다. 이사를 했구요..!!
몸이 너무 않좋아 누워있다기에 " 상처가 주는 교훈" 읽어주고 윙 달려갔습니다.
함께한 기도시간 주신 주님께감사드리며..^*^~~
고생하셨어요. 어제 꿈에 보이셔서 들어왔는데 다행이예요. 사순절을 잘 지내셨으니 기쁜 부활이 오늘 이네요. 아무리 바쁘셔도 몸 돌보시는것 잊지마셔요. 다음달 2일이 오고있어요. 힘내셔요.
교수님 몸에 발이 늘 함께 했었음을 ... 다행입니다, 참으로 맘도 몸도 고생이시네요 !!! HAPPY EASTER ~~~~^^
이런..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우셨을지..
외지에서 특히나 의료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곳에서 아프게 되면 얼마나 심적으로도 고통스러울지 이해가 가요.. ㅠ
정말로 사순의 고통을 예수님과 함께 하셨네요~ ㅠㅠ
이제 완쾌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