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보금자리 주택
문척면 죽마리. 흙 마당이 더 예쁘고 시골스럽겠지만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여름 땡볕에 달구어진 시멘트 열기로 한숨지을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처마 밑 흔들의자에 앉아 섬진강과 구례 읍내를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큼직한 방 2개와 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전부지만 매우 잘 수리되어 있다. 넓은 싱크대와 신발장이 마음에 든다. 주방 창문 쪽에 길쭉한 식탁 겸용 테이블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리면 창문 너머로 봄, 여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늦은 아침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커피 한잔이면 부러울 게 없는 보금자리 주택이다.
토지면 금내리.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이지만 겨우 7km 정도의 거리다. 토지면 사무소는 1km 거리에 있으며 근처에는 토지다슬기, 지리산고사리육개장, 옥산식당 등 맛집이 산재해 있다. 방 3개와 주방과 욕실이 있으니 부족함이 없다. 마을 끝자리로 조용하게 휴식하기에 적합하며 볕이 방안까지 잘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남쪽에 허물어져 가는 창고 건물이 전망을 잡아버렸으나 적절히 활용하면 짭짤한 수익과 더불어 무료함까지 달랠 수 있어 보인다. 닭이나 오리를 가둬 키우면 어떨까.
용방면 죽정리. 구례 오일장터 기준으로 9km 거리이며, 순천-완주 고속도로에서 겨우 300m에 떨어진 곳이라 자동차 소음이 마음에 걸린다. 마을회관 옆이고 마을 안쪽에 있는 주택으로 부담스러운 점은 있으나 사람은 사귀기 나름이니 장단점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깜짝 놀랄 만큼 예쁜 집이다. 방, 거실, 주방, 화장실이 각 1개씩 있다. 방은 장작을 지펴 난방하는 구조이며 거실에는 석유보일러와 화목 난로가 있고 천장 서까래가 드러나 있어 아름답고 귀엽다. 심미성이 뛰어났지만, 기능 면에서는 고려해 봐야 한다. 화장실이 너무 좁아 세탁기를 놓을 곳이 없다. 달리 어디를 둘러봐도 적당한 위치가 없어 아쉽다. 주방에는 냉장고를 둘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 거실에도 냉장고 공간 하나 정하기가 어려워 답답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극복하면 된다.
마산면 황전리. 2층 슬래브 건물이지만 단층만 보금자리 주택으로 계약될 모양이다. 방 4개와 화장실, 주방 겸 거실로 구성되어 있다. 천고가 높고 공간이 넓어 시원시원해 보인다. 현관 출입문은 문짝이 허술하고 주방 싱크대에는 음식 냄새를 제거할 후드가 없다. 주방과 붙은 옆방에는 콘센트를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한다. 채광 면적이 넓고 동선이 짧아 여럿이 살기에는 이점이 있어 보인다. 마당은 넓어 주차 공간이 충분하고 텃밭이 족히 20평은 되어 보인다. 싱싱한 푸성귀를 생각하면 봄날이 그리워진다.
봉서리와 산동면 2개의 보금자리 주택에 동기생들이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구례를 선택했다. 이제는 구례가 그대들을 갈구하게 만들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