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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서의 고뇌
“시인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중국의 현대시인 아이칭의 『시론』에 나오는 제일 첫 문장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언어를 다는 저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므로 시인은 양심을 속이거나 거짓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 “표연히 흩어지거나 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일체의 것을 고정시켜 선명하게, 마치 종이 위에 도장을 찍듯이 또렷하게 독자의 면전에 드러나게” 하는 시의 기교를 함께 강조한다.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러한 견해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중국시론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경융합론’을 펼친 왕부지王夫之의 시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정情과 경景은 이름은 둘이지만, 실제로 그것은 분리될 수 없다. 시를 묘하게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양자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킬 수 있어 가장자리를 남기지 않는다. 정교한 시는 정 가운데 경을 나타내고, 경 가운데 정을 나타낼 수 있다.¹³⁵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이덕무도 문장이란 “굳세면서도 막히지 않고, 통창하면서도 넘치지 않으며, 간략하면서도 뼈가 드러나지 않고, 상세하면서도 살찌지 않아야 한다”¹³⁶는 말로 조화와 통합의 문장론을 내세웠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시적인 언어를 “내적인 경험, 감정 및 사고들이 마치 외적 세계에서의 감각적 체험과 사건들인 것처럼 표현된 언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마음/말, 진실/기교, 내용/형식, 정/경, 강함/부드러움, 내적 경험/외적 표현 등 모든 이항대립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조화와 결합을 이룰 때 좋은 시가 태어나는 법이다. 심지어 시인의 재능/노력도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유동적인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한 편의 시는 이처럼 시인들의 고뇌의 집적이며 총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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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유약우, 『중국시학』, 이장우 옮김, 명문당, 1994, 150쪽.
136 이덕부, 『국역 청장관전서 III』, 민족문화추진회, 197, 110쪽.
-안도현의 시작법「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 써라」중에서
2025. 3. 24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