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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의 숲 카페》
## 제75화 ― 「세상에서 가장 짠 된장국」
부제: 완벽하지 않아도 맛있는 하루
여름비가 지나간 숲에는 풀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밤새 내린 비로 계곡물은 조금 불어났고, 카페 앞 돌담에는 빗방울을 머금은 이끼가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내려앉을 무렵, 소진의 숲 카페 주방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특별한 날이었다.
‘지영이 밥을 파는 날.’
평소에는 전통차만 내놓는 카페지만, 이날만큼은 신지영이 직접 만든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손님들은 그날을 기다렸다.
특히 지영의 된장국은 인기가 좋았다.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애호박과 두부, 버섯을 넣고 끓인 된장국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깊은 맛이 있었다.
소진은 가끔 지영에게 물었다.
“지영 씨, 된장국에 무슨 비법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지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비법은 무슨 비법입니까. 된장하고 물이 서로 싸우지 않게 만드는 거죠.”
“된장하고 물이 싸우기도 해요?”
“그럼요. 된장이 너무 많으면 물이 기를 못 펴고, 물이 너무 많으면 된장이 제맛을 못 냅니다.”
소진은 그 말을 듣고 웃곤 했다.
“지영 씨는 음식 이야기를 꼭 사람 이야기처럼 하시네요.”
“사람 사는 일이나 음식 만드는 일이나 비슷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하던 지영이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분주했다.
전날 주문해 둔 채소가 늦게 도착했고, 평소 도와주던 반찬가게 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들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영은 아침 일찍부터 혼자 재료를 손질했다.
애호박을 썰고, 두부를 깍둑썰기하고, 시금치를 데쳤다.
고사리나물에는 들기름을 조금 넣었고, 무생채는 너무 맵지 않게 버무렸다.
오늘의 반찬은 시금치나물, 고사리볶음, 무생채, 두부조림이었다.
소진은 주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영 씨, 오늘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거의 다 했습니다.”
“아침부터 쉬지도 않으셨잖아요.”
“이 정도야 늘 하는 일인데요.”
소진은 싱크대 옆에 쌓인 그릇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웃었다.
“그럼 그것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진은 앞치마를 고쳐 매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때 지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식재료 납품업체였다.
“네, 신지영입니다.”
지영은 전화를 받으며 가스레인지 앞에 섰다.
“아, 다음 주 주문이요? 잠시만요.”
그는 한 손으로 수첩을 펼쳤다.
“애호박은 지난번처럼 보내주시고…… 두부는 조금 더 필요하겠습니다.”
전화가 길어졌다.
그사이 된장국 냄비에서는 보글보글 소리가 났다.
지영은 무심코 뚜껑을 열었다.
국물 색을 살피더니 작은 그릇에 된장을 덜었다.
그리고 냄비에 풀어 넣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는 다시 반찬을 확인했다.
“이제 된장국 간만 맞추면 되겠군.”
그는 냄비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된장을 넣었나?”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인 탓에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다.
지영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보려다가 소진이 부르는 소리에 돌아섰다.
“지영 씨, 손님들이 벌써 오시는데요?”
“벌써요?”
“네. 열한 시 반인데요.”
지영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는 급히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된장을 아직 안 넣은 것 같은데…….”
그리고 평소 넣던 만큼의 된장을 다시 풀어 넣었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열한 시 사십 분.
카페 문이 열렸다.
“지영 씨! 오늘 된장국 하는 날이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박복순이었다.
그 뒤로 최말자와 윤옥분이 들어왔다.
세 할머니는 오늘도 함께였다.
복순은 주방 쪽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냄새 좋다!”
지영은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말자가 물었다.
“오늘 반찬은 뭐야?”
“시금치나물하고 고사리볶음, 무생채, 두부조림입니다.”
옥분이 웃었다.
“아이고, 오늘도 푸짐하네.”
복순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된장국이 제일 좋아.”
말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옥분은 조용히 덧붙였다.
“지영 씨 된장국은 집에서 끓인 맛이 나서 좋지.”
지영은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곧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소진은 세 사람에게 물을 내오며 웃었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복순이 말했다.
“늦게 오면 반찬 떨어질까 봐.”
말자가 옆에서 받아쳤다.
“반찬 떨어지는 게 아니라 네가 남보다 먼저 먹고 싶은 거겠지.”
복순은 눈을 흘겼다.
“그거나 그거나!”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뒤 손님들이 더 들어왔다.
숲길을 걷고 내려온 중년 부부, 근처에서 일하는 목수 두 사람, 혼자 식사하러 온 젊은 여자까지.
카페는 금세 활기를 띠었다.
지영은 국그릇을 꺼내기 시작했다.
된장국에서는 진한 구수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잘됐군.”
그런데 마지막으로 간을 확인하려고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은 순간이었다.
지영의 표정이 굳었다.
“어?”
그는 다시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입안에 짠맛이 강하게 퍼졌다.
지영은 황급히 물을 마셨다.
“이게 왜 이렇게 짜지?”
그는 냄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전화.
수첩.
된장 항아리.
두 번 풀어 넣은 된장.
“아이고!”
지영은 이마를 짚었다.
“내가 된장을 두 번 넣었구나!”
소진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지영 씨, 무슨 일이에요?”
지영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왜요?”
“된장국이 짭니다.”
소진은 웃었다.
“조금 짜면 물을 더 넣으면 되잖아요.”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짠 게 아닙니다.”
소진은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았다.
그리고 잠시 말을 잃었다.
“어머…….”
지영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소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된장이 아주 열심히 일했네요.”
지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농담하실 때입니까?”
소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그런데 정말 짜긴 하네요.”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소진은 냄비를 살펴보았다.
“아직 손님들께 나가지는 않았죠?”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첫 그릇을 담으려던 참입니다.”
“그럼 다행이에요.”
소진은 곧바로 큰 냄비를 꺼냈다.
“우선 이 국은 그대로 내놓으면 안 되겠어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일부를 덜어내고, 간하지 않은 육수와 채소를 더해서 다시 맞춰봐요.”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걸릴 텐데요.”
소진은 주방 밖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설명드릴게요.”
“뭐라고요?”
“된장국을 다시 준비하고 있어서 조금 늦는다고요.”
지영은 난처했다.
“손님들이 실망하실 텐데…….”
소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실망하시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드리는 게 낫죠.”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두 사람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주방 밖에서 복순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진 씨!”
소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네, 어르신.”
“우리 밥은 언제 나와?”
소진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된장국 간을 다시 맞추느라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복순이 물었다.
“왜?”
소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된장국이 조금 짜게 됐거든요.”
복순은 눈을 크게 떴다.
“지영 씨가?”
“네.”
복순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그 양반도 실수를 다 하네!”
카페 안에 웃음이 퍼졌다.
지영은 주방에서 얼굴을 붉혔다.
“아이고, 소문 다 나겠네…….”
소진이 손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대부분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손님은 조금 난처한 표정이었다.
근처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는 남자였다.
“저희는 한 시까지 돌아가야 해서요.”
소진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식사를 늦게 내드리게 됐어요.”
남자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국 없이 밥하고 반찬만 먼저 먹어도 될까요?”
지영이 주방에서 나왔다.
“물론입니다. 대신 식사값은 조금 덜 받겠습니다.”
남자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준비를 제대로 못 했으니까요.”
남자는 웃었다.
“그럼 다음에 된장국 잘 끓이셨을 때 다시 오겠습니다.”
지영은 고개를 숙였다.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두 남자는 밥과 반찬을 먼저 받아 식사했다.
그 모습을 본 복순이 말했다.
“우리도 밥부터 먹으면 안 돼?”
말자가 눈을 흘겼다.
“너는 국 없으면 밥 못 먹는다며?”
복순은 당당하게 말했다.
“오늘은 먹을 수 있어.”
옥분이 웃었다.
“그럼 반찬부터 먹자.”
소진은 세 할머니에게 밥과 반찬을 먼저 내왔다.
그런데 복순이 한 숟가락 먹더니 말했다.
“아이고, 반찬은 맛있네.”
말자가 대답했다.
“반찬까지 짜면 큰일이지.”
복순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그렇네.”
주방 안에서 그 말을 들은 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은 아주 놀림감이 됐군.”
그런데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소진과 지영은 된장국을 일부 덜어내고 간하지 않은 육수를 더했다.
애호박과 두부도 새로 넣었다.
국물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처음의 깊은 맛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지영은 국물을 맛보았다.
“이제 짠맛은 많이 줄었는데…….”
소진이 물었다.
“왜요?”
“맛이 좀 밋밋해졌습니다.”
소진도 맛을 보았다.
“그러네요.”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다시 끓이는 게 낫겠습니다.”
소진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미 열두 시 반이었다.
“지금부터 새로 끓이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제대로 해야죠.”
그는 새 냄비를 꺼냈다.
미리 준비해 둔 육수를 붓고, 된장을 조금씩 풀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간을 확인했다.
한 숟가락.
조금 더.
다시 한 숟가락.
소진은 옆에서 웃었다.
“지영 씨, 오늘은 된장국을 아주 조심스럽게 대하시네요.”
지영은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은 된장하고 물이 싸우다 못해 전쟁이 났습니다.”
소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화해시켜야겠네요.”
지영도 결국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새 된장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렸다.
작은 체구에 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할머니가 들어왔다.
일흔여덟 살의 나영자였다.
영자는 동네에서 음식 맛에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젊은 시절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했던 그녀는 된장국 한 숟가락만 맛봐도 된장의 숙성 정도를 짐작할 만큼 경험이 많았다.
소진의 숲 카페에도 가끔 찾아왔지만, 지영의 음식에 대해 쉽게 칭찬하지 않았다.
“오늘은 무가 조금 덜 익었네.”
“나물은 맛있는데 참기름이 조금 많아.”
“국은 좋은데 두부가 너무 작아.”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지영은 그녀가 오는 날이면 유난히 긴장했다.
그런데 하필 오늘 영자가 나타난 것이다.
“소진 씨.”
소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세요, 어르신.”
영자는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오늘 밥 파는 날이지?”
“네.”
“된장국도 있어?”
소진은 잠시 망설였다.
“있기는 한데요…….”
영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때 복순이 얼른 끼어들었다.
“영자 언니! 오늘 큰일 났어!”
소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복순 어르신…….
영자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복순은 신이 나서 말했다.
“지영 씨가 된장을 두 번 넣었대!”
영자는 눈을 크게 떴다.
“뭐?”
“그래서 된장국이 엄청 짜졌대!”
영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가 말했다.
“그럼 다시 끓여야지.”
복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러고 있대.”
영자는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진에게 물었다.
“처음 끓인 국은 어떻게 했어?”
소진은 대답했다.
“일부는 덜어놓고, 나머지는 간을 다시 맞춰보는 중이에요.”
영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처음 국을 조금만 맛볼 수 있을까?”
소진은 놀랐다.
“너무 짠데요.”
영자는 웃었다.
“알아. 그래서 맛보려는 거야.”
소진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작은 종지에 국물을 아주 조금 담아 가져왔다.
영자는 숟가락 끝에 국물을 묻혀 맛보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카페 안이 조용해졌다.
복순은 영자의 표정을 살폈다.
말자도 찻잔을 내려놓았다.
지영은 주방 문 앞에 서 있었다.
영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말했다.
“지영 씨, 오늘 된장국은 정말 특별하네.”
모두가 긴장했다.
지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뜻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영자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먹어본 된장국 가운데 손꼽히게 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복순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언니!”
말자도 웃었다.
옥분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소진도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지영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영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짜니까 짜다고 하지.”
복순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영자 언니는 못 말려.”
영자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지영 씨.”
지영이 고개를 들었다.
“네.”
“실수했다고 너무 기죽지 마.”
지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자는 말을 이었다.
“나도 식당 하면서 별일을 다 겪었어.”
영자는 젊은 시절 읍내에서 작은 백반집을 운영했다.
처음 식당 문을 열었을 때는 서른여덟 살이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갑자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요리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가족들 밥을 해 먹이던 솜씨를 믿고 식당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밥 같은 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손님이 늘었다.
그런데 개업한 지 석 달쯤 되었을 때였다.
영자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다가 미역국에 소금을 지나치게 넣었다.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첫 손님이 국을 한 숟가락 먹더니 말했다.
“아주머니, 이 국은 바닷물보다 짜겠어요.”
영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급히 국을 다시 끓였다.
하지만 이미 손님들은 기다리다 지쳐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돌아갔고, 어떤 사람은 불평했다.
영자는 그날 밤 식당 문을 닫고 혼자 울었다.
“내가 무슨 식당을 한다고…….”
그때 남편이 말했다.
“실수 한 번 했다고 식당을 접을 거야?”
영자는 대답했다.
“손님들이 다시 오겠어?”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당신 음식 먹고 좋다고 했던 손님들이 더 많잖아.”
영자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다들 화가 났어.”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내일은 더 잘하면 되지.”
영자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다음 날 그녀는 식당 문 앞에 작은 종이를 붙였다.
어제 국을 잘못 끓였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더 신경 써서 준비하겠습니다.
손님들은 하나둘 다시 찾아왔다.
어떤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소금 조금만 넣으셨죠?”
영자도 웃으며 대답했다.
“네. 오늘은 제가 먼저 세 번이나 맛봤습니다.”
그렇게 식당은 다시 문을 열었다.
영자는 그 뒤로도 수십 년 동안 음식을 만들었다.
완벽한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반찬을 태운 날도 있었고, 밥이 설익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실수한 날마다 배운 것이 있었다.
영자는 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식 만드는 사람은 실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쉬워.”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자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녀는 잠시 웃었다.
“중요한 건 실수한 뒤에 어떻게 하느냐지.”
지영은 조용히 들었다.
영자는 덧붙였다.
“짜게 끓였으면 짜다고 인정하고, 다시 끓이면 돼.”
그녀는 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이 돈 내고 먹는 음식이니까 제대로 내놓아야 하는 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만든 사람까지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지영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새로 끓인 된장국이 완성된 것은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지영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이번에는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는 다시 한 숟가락 맛보았다.
“됐습니다.”
소진이 물었다.
“괜찮아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는 제대로 됐습니다.”
소진도 맛을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정말 맛있어요.”
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살겠군요.”
그는 된장국을 그릇에 담았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세 할머니에게 내놓았다.
복순은 숟가락을 들었다.
“자, 이번에는 어떨까?”
말자가 말했다.
“제발 조용히 먹어.”
복순은 웃으며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아이고, 맛있네!”
옥분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지영 씨 된장국이야.”
말자는 조용히 국을 맛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조금 늦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
지영은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복순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됐어. 사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때 영자가 숟가락을 들었다.
모두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자는 천천히 국을 맛보았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듯 숟가락을 조용히 놓았다.
지영은 긴장했다.
“어떠십니까?”
영자는 잠시 생각했다.
“음…….”
복순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언니, 이번에는 어때?”
영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영자가 덧붙였다.
“다만 애호박이 조금 더 익었으면 좋겠어.”
카페 안에 웃음이 터졌다.
복순이 말했다.
“아이고, 언니는 정말 못 말려!”
영자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맛있는 건 맛있는 거고, 덜 익은 건 덜 익은 거지.”
지영도 결국 웃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애호박도 더 신경 쓰겠습니다.”
영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지.”
그날 오후,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였다.
지영은 주방에서 남은 재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진은 탁자를 닦다가 그에게 물었다.
“지영 씨, 오늘 많이 속상하셨죠?”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지금은요?”
그는 웃었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지영은 된장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제가 요리를 오래 했다고 자만했나 봅니다.”
소진은 고개를 저었다.
“자만해서 그런 건 아니죠. 오늘은 유난히 바쁘셨잖아요.”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그래도 간을 확인하지 않은 건 제 잘못입니다.”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요.”
지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진은 웃었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손님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소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셨죠.”
“기다려주시고, 웃어주시고…….”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영자 어르신 말씀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소진이 물었다.
“어떤 말씀이요?”
“실수했다고 만든 사람까지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요.”
소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은 웃었다.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소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그날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주 ‘지영이 밥을 파는 날’이 돌아왔다.
지영은 평소보다 더 일찍 카페에 나왔다.
그는 된장국을 끓이기 전에 작은 종이를 주방 벽에 붙였다.
된장 넣기 전 확인.
된장 넣은 뒤 표시.
마지막 간 확인.
소진은 그 종이를 보고 웃었다.
“지영 씨, 이제 된장국 점검표까지 만드셨어요?”
지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안 되니까요.”
소진은 웃었다.
“좋은 방법이네요.”
지영은 된장을 조금씩 풀어 넣었다.
그리고 수첩에 표시했다.
된장 넣음.
그는 국물을 맛보았다.
“좋아.”
다시 한번 맛보았다.
“아주 좋아.”
소진은 웃음을 참았다.
“오늘은 된장국하고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서로 양보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뒤 카페 문이 열렸다.
복순과 말자, 옥분이 들어왔다.
복순은 주방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영 씨!”
지영이 고개를 내밀었다.
“네!”
복순은 환하게 웃었다.
“오늘 된장국은 안 짜지?”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어르신, 그 말씀은 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복순은 웃었다.
“평생 해야지!”
말자가 복순의 팔을 툭 쳤다.
“그만 좀 놀려.”
옥분도 웃었다.
“오늘은 맛있겠지.”
지영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오늘은 완벽합니다.”
그때 영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완벽하다고?”
지영은 깜짝 놀랐다.
“아이고, 어르신!”
영자는 웃었다.
“그럼 내가 맛봐야겠네.”
복순이 손뼉을 쳤다.
“아이고, 오늘도 심사위원 오셨다!”
카페 안에 웃음이 퍼졌다.
잠시 뒤 된장국이 나왔다.
영자는 숟가락을 들었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영도 주방 문 앞에 서 있었다.
영자는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음…….”
지영은 긴장했다.
“어떠십니까?”
영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어.”
지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응.”
복순이 물었다.
“언니, 오늘은 흠잡을 데 없어?”
영자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있지.”
지영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뭡니까?”
영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국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한 공기 더 먹게 생겼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복순은 손뼉을 쳤다.
“아이고, 언니도 농담할 줄 아네!”
말자는 웃느라 고개를 숙였다.
옥분도 크게 웃었다.
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어르신. 사람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영자는 웃었다.
“지난주에는 내가 좀 심했지?”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영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됐어.”
그녀는 된장국을 한 숟가락 더 먹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음식은 정성으로 만들지만, 실력은 실수를 고치면서 느는 거야.”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소진은 카페 문을 닫은 뒤 창가에 앉았다.
숲에는 여름밤의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계곡물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풀벌레들이 조용히 울고 있었다.
소진은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제목을 적었다.
‘세상에서 가장 짠 된장국.’
그녀는 잠시 웃었다.
된장을 두 번 넣어버린 지영.
손님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던 모습.
그런 지영을 놀리면서도 기다려주던 세 할머니.
그리고 누구보다 냉정하게 맛을 평가하던 영자.
그날의 소동은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소진은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해오던 일에서도 실수할 수 있고,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뜻밖의 실패를 겪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실수한 일보다 실수한 자신을 더 미워한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소진은 잠시 펜을 멈추었다.
영자의 말이 떠올랐다.
실수했다고 만든 사람까지 형편없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소진은 다시 글을 이어갔다.
잘못된 음식은 다시 만들어야 한다.
잘못한 일은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까지 함부로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
솔직한 말과 따뜻한 말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잘못을 분명히 말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
그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카페 앞 돌담이 희미하게 보였다.
소진은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완벽한 하루는 오래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수한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운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때 지영이 주방에서 나왔다.
“소진 씨, 아직 안 가셨습니까?”
소진은 웃었다.
“글을 조금 쓰고 있었어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소진은 웃었다.
“된장국 이야기요.”
지영은 잠시 멈칫했다.
“설마…….”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세상에서 가장 짠 된장국이요.”
지영은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시면 안 됩니까?”
소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아주 좋은 이야기인데요.”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짠 날이었습니다.”
소진은 웃었다.
“그래도 다음 주에는 맛있게 끓이셨잖아요.”
지영은 조금 으쓱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소진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지영 씨.”
“네?”
“다음 밥 파는 날에는 무슨 국을 끓이실 거예요?”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맑은 콩나물국을 끓일까 합니다.”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지영은 덧붙였다.
“된장하고는 당분간 거리를 좀 두려고요.”
소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된장한테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은 한참 웃었다.
창밖에는 여름밤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날의 카페에는 특별한 음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손님들이 먹고 간 그릇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주방에는 내일 사용할 찻잔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러나 지영의 마음에는 새로운 것이 하나 남았다.
실수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을 때 솔직하게 말해주면서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고마움.
소진은 수첩을 덮었다.
세상에서 가장 짠 된장국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를 망친 음식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한 끼의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소진의 숲 카페에는 내일도 새로운 이야기가 찾아올 것이었다.
― 제75화 끝 ―
### 다음 편 예고 ― 제76화 「숲속의 작은 노래자랑」
부제: 잊고 지낸 목소리가 다시 피어나는 날
여름이 깊어가는 어느 날, 소진의 숲 카페에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우리도 노래자랑 한번 해보면 어떨까?”
제안을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박복순 할머니.
처음에는 모두가 웃어넘기지만, 복순은 이미 참가자까지 모집하고 있다.
최말자는 옛날 유행가를 부르겠다며 연습을 시작하고, 윤옥분은 노래는 못 한다면서도 몰래 가사를 외운다.
지영은 심사위원을 맡으라는 부탁에 난감해진다.
“제가 음식 맛은 알아도 노래는 잘 모르는데요.”
그런데 행사 당일, 평소 말수가 적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던 한 노인이 뜻밖에 참가 신청서를 내민다.
“저도…… 한 곡 불러도 될까요?”
그가 부르려는 노래에는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웃음과 박수로 시작된 작은 노래자랑.
그러나 마지막 무대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뜻밖의 감동을 마주하게 된다.
노래는 잘 부르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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