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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8. 18
경남 고성 덕명리 공룡을 찾아 떠난 여행, 아침 햇살에 되살아나는 1억년 세월 호숫가 거닐던 공룡 모습 해안 퇴적층에 오롯이 남아있어
지난 3일 늦은 저녁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를 찾았다. 공룡발자국 화석을 보기 위해서였다. 어둠이 깔린 해안가엔 주택 몇 채만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겼다. 동네 아주머니가 더위를 피해 동네 어귀 길가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다.
이튿날 아침 햇빛에 물든 해변을 걸었다. 시루떡을 잘라 쌓아놓은 모양처럼 바위들이 신기했다. 거대한 공룡발자국 화석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이 살기 전 1억 4500만 년 전에 찍힌 발자국의 흔적이다.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공룡이 지나던 길. 혹은 전설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이 정말 과거 속에 현실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곳 해안을 따라 공룡이 걸었던 길을 나도 따라 걷고 있다. 화석은 지문처럼 과거를 드러내 다시 우리들 마음 속에서 태어나는 것 같다.
▲초식공룡 조각류 발자국 화석. 처음 본 공룡 발자국은 초식공룡인 조각류(발톱과 뿔이 있는 공룡)와 용각류였다. 상족암 쪽으로 향했다. 공룡 발자국이 많이 산재되어있고 풍광도 해안선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수많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펼쳐진다.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덕명리 해안가 마을. 10채 정도의 집이 있다.
▲꼬끼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모양이라 하여 상족암이라 부르는 곳.
이곳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중생대 백악기 전기) 커다란 호수 주변에서 쌓인 퇴적암층이 나타난다. 제전마을에서 실 바위까지 해안선을 따라 약 6km 거리에서 수많은 공룡발자국들이 발견된다. 목 긴 초식공룡인 용각류, 두발 또는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 조각류와 육식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이 모두 관찰되고, 두 종류의 새 발자국도 나타난다.
▲시루떡을 쌓놓은 듯한 퇴적암층. 과거 호수바닥이었다.
▲상족암
▲상족암 동굴 공룡발자국이 포함된 지층 전체 두께는 약 150m이며, 200여 퇴적층에서 약 2,000여 개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된다.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 제 411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공룡발자국은 호숫가처럼 완전히 마르지 않은 진흙 위에 공룡이 발자국을 깊게 남긴 뒤, 땅이 마르고 굳으면 그 자국이 남게 된다. 그 후 어느 날 홍수나 화산폭발이 일어나 그 위에 퇴적물이 쌓이면서 발자국은 순식간에 묻히게 된다.
. ▲바다로 간 초식 공룡 조각류 발자국 화석. 계속해서 퇴적물이 쌓이면 땅속 깊은 곳에서 퇴적물은 딱딱한 암석으로 변한다. 발자국이 들어있는 퇴적층이 오랜 세월 동안 솟아오르고 깎여나간 뒤 우리에게 모습울 드러낸 것이다.
▲초식공룡 용각류의 발자국 화석. 공룡발자국은 공룡 뼈에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공룡발자국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이라고 해서 공룡 뼈가 항상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초식 공룡 조각류 발자국.
공룡발자국을 분석하면 공룡이 얼마나 빨리 달리고 걸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또한 공룡이 싸울 때 발가락과 발바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공룡이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의 바위. 공룡발자국의 생김새는 공룡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육식공룡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어 발자국의 끄트머리에 선명한 발톱 자국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초식공룡의 발자국은 발톱이 날카롭지 않고 뭉툭하다.
▲초식 공룡 조각류의 발자국 화석.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는 해안. 중생대 때는 호숫가였다. 한반도 남해안에는 인간이 살기 훨씬 이전인 중생대 백악기(약 1억 4500 만 년~6500만 년 전)에 공룡들이 살았던 여러 흔적이 잘 보존되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해안 일대에 묻혀 있는 공룡과 익룡의 발자국, 새발자국, 공룡 알, 공룡 뼈 등 다양한 종류의 화석들은 아마도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조각류 공룡 모형
▲용각류 공룡 모형 정부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그리고 해남, 화순, 보성, 여수, 고성의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한국 백악기공룡해안’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귀중한 자연유산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