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B급으로 치부하는 대개의 것들을 보면, 어째서인지 하나같이 재미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대박’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뭘까.
추리의 경우, 건조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 혹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현실과 너무 맞물려있기에 사람들의 호응이 더 뜨겁다. 사회가 낳는 불안에 대한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것들은 ‘해결’ 혹은 ‘범인의 죽음’등을 통해 일종의 안도감을 주기도 하는 데, 이러한 작품들은 몇 되지 않는다. 이는 영화에서의 결말이 현실에서의 것과 꼭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더 현실적인 상황이므로. 이것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불안감을 느낀다. 나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영화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 문제를 ‘나에게 적용’시킬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추리, SF, 판타지 등 왜 이러한 것들을 B급 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재미를 추구하는 면에서 이보다 더 재밌는 것이 과연 몇이나 있단 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또한 일반적 영화 -감성적인- 는 왜 B급의 갈래에 포함되지 않을까.
현실적이지 않으므로 B급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가능성 아래에서 우리는 B급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하지만 가능성에 포함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며, 우리는 비웃고 눈을 흘긴다.
나는 되려 B급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에게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잔잔한 이미지나 파문 같은 것을 남기는 데에는 B급만큼 애절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B급이 더 감성적인 것을 아는가.
B급 이란 말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노력의 결실이, 쉽게 평가되고 얕잡아 보인다는 게 우습기만 하다. 가령, 최근의 나온 디스트릭트9을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영화엔 숨겨진 내용이 굉장히 많다. 현실비판과 사회적 현실. 영화 속 숨은 내용은 이 영화만이 아니라 대단히 많이 산재해있다. 산재해있다는 말이 옳다. 그것을 보되 보지 못하므로. 앞선 것들이 B급이라고 치부되는 이유가 단순히 현실배경에 있다면, 영화적 기법만을 보는 게 ‘재미’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조금 더 차분히, 그 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