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 이어서 표면 목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상세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히노키 목재의 경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상식과는 다르게 사실 느리고 부드러우며 약한 목재에 해당합니다. 과거 히노키 일펜으로 팡팡 한 방을 때려 대던 시절이 있어서 히노키가 빠른 목재로 알고 계신 분들이 계셔서
이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즉 히노키의 경우는 목재 자체가 느린 편이므로 두껍게 가져 가지 않으면 위력 있는 공을 만들어 내지 못 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두께는 10mm 이상이지요.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9mm 합판으로 일펜을 만들어 사용해
왔구요, 그 영향인지 지금도 히노키는 느리다 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히노키의 경우는 목재의 겉쪽과 안쪽의 성질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수령이 짧은 나무와 수령이 긴 나무의 성능은 아주 큰 차이가 있지요.
수령이 짧은 나무는 울림이 심하고 반발력도 떨어지며 감각이 깊숙하지 못해서 블레이드로는 부적격합니다.
겉쪽 나무는 일반적으로 결이 촘촘하고 목재의 색이 더 진합니다. 속살은
결이 넓고 색도 연하며 타구감도 부드럽지요. 그러나 반발력이 약합니다.
목재의 수급으로 보면 수령이 오래된 목재에서 몇 자루의 블레이드를 만들어 낼 때, 안쪽 목재는 수량이 적게 나오고 바깥쪽은 수량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격은 안쪽 목재로 한 것이 훨씬 비쌉니다만, 안쪽 목재가 반드시 더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만큼 반발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상급 보다 그 이하의 블레이드에서 만족하시는 경우도 상당히
있어 왔지요.
또 한 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히노키가 자라나는 지역 자체가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이다 보니 햇빛을 받는 곳과 받지 않는 곳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햇빛을 받는
곳은 목재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어 결 사이 사이가 더 멀지요. 상대적으로 무게는 더 가볍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햇빛을 덜 받는 곳은 성장이 더디어 결 자체가 좁습니다. (히노키의 결은 겨울철의 더딘 성장과 여름철의 빠른 성장이 만들어 내는 무늬입니다.)
그러므로 히노키 목재를 사용해서 전체적으로 고른 타구감각과 성능을 가진 블레이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령이 많으면 나무 자체가 두껍기 때문에 중심층에서 뽑아낼 때 비교적 양면의 차등이 적은 목재를 잘라낼 수 있습니다만, 수령이 짧을수록 좌우의 편차는 커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일본 업체들은 양질의 히노키 나무를 구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블레이드도 히노키라는 소재에 묶여 어떻게 보면 개발에 제약이 좀 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히노키를 중심으로 한 블레이드 개발은 목재의 구성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가져 가느냐, 혹은 어떤 새로운 특성을 가미할 수 있느냐 하는 그런 연구 개발적 측면 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목재를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더욱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몇 개의 메이저 업체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결성하여 좋은 목재를 선점, 혹은
독점하는 것이 일본 업체들의 중심적인 개발 방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이저 업체가 확보한 목재를 재구매하게 되는 업체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쌀 수 밖에 없구요, 메이저 업체가 확보하지 않은 나무들 중에서 좋은 목재를 구하는 것도 역시 어렵지요. 그러므로 히노키 통판 블레이드를 비 메이저 업체가 생산할 경우 생산 원가 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반면에 유럽 업체들은 그런 구하기 어려운 특정한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제약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럽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다양한 실험을 행할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티바를 보면 상상 외의 제품들이 출시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로
보면 티바의 정체성을 이루는 획기적인 개발 방향을 수립하지 못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블레이드에 있어 그처럼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업체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장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넥시 제품을 개발하느라고 다른 브랜드를 들여다 보지 않아서, (슬프게도
이 다른 브랜드에는 티바도 포함됩니다.^^) 티바의 제품 라인업이 어떤 행보를 이루고 있는지를 제가
잘 알지는 못 합니다. 그런데 무척 다양한 제품을 우후죽순 격으로 뽑아 내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티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미리 읽어 내기 어려운 다양한 상상력의 바다에 빠져 든다는 것과 같습니다. 예측 불허의 바다이지요.
이러한 흐름에 비하면 스티가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이네요.
첫댓글 히노끼가 점차 귀해지면 히노끼 통판으로 된 탁구라켓 만들기가 어렵겠군요.
앞으로 그렇게 되어 가겠지요. ^^ 상대적으로 히노키 통판을 원하시는 분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쉐이크핸드의 경우 충분한 두께가 되지 않으면 반발력에 문제가 있고 울림이 많아지는 히노키의 특성상 두껍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되면 무게도 무겁고 두께로 인한 감각적 부담도 있어 쉐이크 핸드에서는 상당히 불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보 단계에서는, 특히 일펜에서 쉐이크나 중펜으로 전환하신 분들의 경우 한번씩은 미련을 갖고 구매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을 첨언하면요, 일본 브랜드들은 2번째 층과 잘 묻어 나지 않는 표층인 히노키를 표면재로 사용하면서 바로 그 아래에 카본 복합 소재를 집어 넣고 전체 목재와는 단절 시키는 방식으로 쉐이크핸드 블레이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관심을 가지고 블레이드 생산에 전념하지요. 바로 양질의 히노키 목재 확보와 새로운 복합 소재의 발굴입니다. 그러나 스티가와 티바 등의 유럽 브랜드는 목재의 다양한 조합을 통한 지속적인 새로움이 이어지게 됩니다. 동의가 되실지 모르겠네요 ^^
어쩌면 아프리카쪽에서 목재를 운반하는 비용이 유럽쪽보다 비싸서 자국에서 생산되는 히노끼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목재 시장 자체가 다르지요.
유럽은 다양한 목재로 양질의 가구와 악기 등을 만들어 왔지만 일본은 그런 일상적인 공예품 소재 자체를 히노키를 사용해 왔습니다. 향이 좋고 가공이 쉽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원가의 면보다 생활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
티바의 레드싸이프레스는 유럽지방의 히노끼 목재를 사용한 제품이었나봅니다. 굉장히 느리고 ALL급의 부드러운 제품이었습니다.
아,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사실 북미산 히노키 목재가 유럽 브랜드들에서는 많이 사용되었어요.
아마 그 나무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 추측입니다.
제가 그동안 잘못된 내용으로 히노끼를 이해하고 있었군요.....말씀하신 것처럼 완전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ㅉㅉㅉ 일펜에서 히노끼는 개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통 단단하고 잘나간다고 생각 했었는데.....히노끼가 느리고 부드러우며, 약한 목제 였다니...살짝 당황 스럽네요. 그렇다면 셰이크의 경우 히노키 표면에 블래이드들은 카본에 의한 단단함과 반발력 이었던것이겠네요. 아~~오늘 또 하나 배워갑니다. 글잘보았어요^^
예, 많은 분들이 거꾸로 알고 계시지요~^^
히노키는 잘 찍히고 러버 뗄 때에도 잘 떨어져 나가는 약한 목재에요~^^ 손톱으로 누르면 푹푹 들어가지요.
9편을 기다렸는데.. 8편이 마지막인가 봅니다~~
그간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삼 궁금증이 생겨서요~~영업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스티가 블레이드 판매 순위(수량은 빼고)좀 알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너무 궁금해서요...
뭐 2015년 순위만 알려주셔도 좋구요?
혹 스티가 블레이드 세계 판매 순위를 알려주셔도 좋구요..
공개가능한 범위에서 살짝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들은 스티가 블레이드 중에 무엇을 선호할까 궁금해서요..
아직 많이 남았어요~^^
글 곧 올릴께요~^^
그동안 가장 많이 팔린 블레이드는 클리퍼류, 오펜시브 클래식, 에벤홀즈, 인피니티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 에벤홀즈만 못만져 봤네요~장기 구매용으로 목록에 두어야겠네요~ 새로 영입한 블레이드도 손을 못대고 있는터라~~
가장 좋아하시는 스티가 블레이드 한 녀석만 말씀해주신다면 무럿일까요? ^^;;
에벤홀의 업그레이드 판인 에머랄드가 일순위이죠~^^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사용하기가 아까울 정도이지요.
성능을 본다면 카보나도 145가 여전히 대세 같아요.
네~~ 저도 가지고 있는 라켓 중에 가장 사랑하고 아낍니다~^^ 감사합니다^^
정보 소중히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