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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칼칼한 바람에 벚꽃 잎이 분분이 흩어지던 봄 밤, 벼르고 기대하던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바빠서 미처 못 가신 분들에게 또 메롱! 하는 것 같아 송구하지만 우리 다움 님들은 모든 예술을 망라하는 호기심과 능력을 갖춘 자들 일터, 궁금해 하실 것 같아 몇 자 올립니다. (억지로라도 궁금해 하길 바래요, 제발!) 친절한 영희씨 덕분에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서 호강하며 감상했습니다. (영희야, 고마워) 금난새씨는 해설을 재밌게 하기로 유명한 분이죠. 청소년 음악회도 몇 년씩 주관하며 클래식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왔고 장난 끼 있는 동안의 용모가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첫 곡부터 친절하고 재미있는 소개의 말씀을 해주셔서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서곡이 더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들렸어요. 부유하고 아름다운 상속녀 로지나를 두고 늙은 후견인과 젊은 백작이 벌이는 대결과 베짱 좋고 수단 좋고 말주변 좋은 스페인의 세빌리아라는 거리의 이발사 피가로가 백작과 로지나의 사랑을 열매 맺어 주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피가로가 얼마나 능력 있는 인간인가를 보여주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특히 전반부에 연주되는 오보에 소리가 참 인상적입니다. 지난해에 방송 되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순재님이 자주 연주한 ‘가브리엘 오보에’가 생각났고요. 두 번째는 김천이 낳은 바리톤 이응광씨가 부르는 오페라 <팔리아치>중 “신사 숙년 여러분”과 ‘신 아리랑’을 감상했습니다. 유럽 무대에 주목을 받으며 스위스의 보석 진주라 불리는 가수인데도 무대 위에서 다소 수줍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요. 너무 두텁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바리톤 특유의 음색이 봄밤을 부드럽게 적시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작년 한 해 고딩 파바로티로 이름을 날렸던 김호중군이 나와 경기 민요 ‘박연폭포’와 오페라 <투란도트>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습니다. (환호가 대단하드군요)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아직 적어서인지 적잖게 당황하더라고요. 귀여웠어요. 금난새님이 그때그때 순발력 있는 멘트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주었습니다. 아차, 클래식 공연에는 앙코르 대신 브라보!를 외치라고 하더군요.
어느새 오십 여 분이 훌쩍 지나 십 분간 인터미션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감상했습니다. 1악장에서 4악장까지 쉽고 간결하게 안내를 먼저 해 주어 40여 분의 연주가 좀 빨리 가는듯! 특히 2악장에서 연주되는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는 약간 쓸쓸하면서도 비단길을 걷는 듯 아름다운 선율이었어요. 연주한 뒤 모든 단원이 일어서는데 몇몇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더군요. 지휘하는 그 손길도 얼마나 열정적인지 환갑을 넘긴 나이로 보기 어려웠고 소리에 집중하는 모든 단원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몰입이었지요. 40여분을 쉬지 않고 악기 위에서 뛰었으니 얼마나 숨이 찰까요? 글을 쓸 때도 이렇게 숨이 멎는듯한 몰입이 있어야 온전한 문장을 만들 수 있겠지요.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모든 관객의 박수에 맞춰 더욱 멋지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회는 가만히 앉아서 조금만 바스락거리거나 기침만 해도 주변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감당해야 하죠. 가사도 없고 곡도 대부분 긴 편이라 감정을 잡아내기에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데 전 시간차를 두어 악기 별로 단원들의 연주 자세를 보는 편입니다. (인물도 봅니다.ㅎㅎ) 제일 좋아하는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부터 시작해 첼로, 바이올린, 목관악기. 관악기 순으로 연주곡 안에서 그 악기의 음색을 찾아 듣다 보면 전체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더라고요. |
첫댓글 그림이 그려지네요 부러버요 아름다운 음악과 애라씨 .....여기에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음악 깔아 주시어요
부러워~~ 애라씨 설명에 비록 음악은 없어도 한장면 한장면 떠올려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오 나도 음악회에 다녀 온것 같에 고마워~
저작권땜에 무서버서... 보기보다 내가 겁이 많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