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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동안 치열하게 아르헨티나 적응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인 개인레슨을 앞 둔 월요일,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인 El Ateneo 에 갔다. 오래된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개조한 아테네오는 크기도 했지만 분위기가 매우 우아하고 화려했다. 서가 사이에 놓인 의자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곳에서 단테의 <신곡>이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다면 작품 몰입도가 남다를것 같았다. 오페라극장 무대는 카페로 탈바꿈했다. 인생이란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서 쓰고 달콤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셨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게 꿈만 같았다. 성격상 모험을 좋아하지도 않고 일을 저지르고 보지도 않았던 내가 덜컥! 탱고를 배우고 지금 이 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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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게 예정되어 있던 일일까? 저 높은 곳에 계신 분은 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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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서 La Recoleta 공동묘지에 갔다. 아르헨티나 국립묘지인 레콜레타에는 대통령부터 시인에 이르기까지 유명인사들의 납골실 1700여개가 조성되어 있다. 공동묘지라고 해서 으스스할 것 같았는데 아르헨티나의 건축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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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에바 페론의 묘지에는 365일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렇게 늘 꽃이 꽂혀있다고 한다. 가난하게 태어나 가수이자 배우로 성공하고, 페론 대통령과 결혼해 First Lady가 되기까지 그녀의 삶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죽어서도 이토록 사랑받는 그녀는 참 복많은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탱고를 추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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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콜레타 옆 공원에는 화가들이 그림 한 두점씩 들고 나와서 팔거나 수공예품을 파는 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어디선가 탱고 음악이 들려서 가까이 가보았더니 공원 한쪽에 댄서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에는 거리 곳곳에서 댄서들이 탱고 공연을 할거라고 막연히 상상했었다. 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사람들이 출퇴근 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팔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일상을 사는, 서울과 다르지 않은 도시였다. 이날 공원에서 처음으로 댄서들의 길거리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마침 식사 시간이어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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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처음으로 개인레슨을 받게 된 Lucy & Diego 커플은 한국에서 face book 친구로 먼저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아르헨티나 현지인들과 정보를 주고받으려고 한동안 안하던 페이스북을 시작했을때 알 수 없는 경로로 Go tango라는 이름의 친구요청 메세지가 떠서 무심코 수락을 했다. 그런데 그들이 올리는 동영상과 게시물을 보고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면서 공연도 하고 강습도 하는 댄서커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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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물게 될 날짜에 그룹수업을 한다는 포스터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뭔가 특별한 느낌이 왔다. 그 넓은 아르헨티나에서 좋은 선생님을 어떻게 찾을지 고민하던 차에 한줄기 빛처럼 그들이 다가왔다. 메신저로 연락을 해봤다. 그랬더니 너무도 친절하게 수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면 꼭 연락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런 인연으로 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첫 개인지도 선생님이 된 Lucy와 Diego는 참으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사진보다 훨씬 우아하고 멋진 댄서인 그들은 내가 탱고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부분들을 정확히 가르쳐주고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빅터님과 함께 첫수업 장소인 스튜디오에 갔을때 더 깜짝 놀란건 그곳이 록산나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라는 것이었다. 대만 탱고페스티발에서 록산나 아차발과 춤을 추었다고 말했더니 록산나의 어머니도 깜짝 놀라면서 반갑게 베소를 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고도 놀랍다. 스쳐갈 줄 알았지만 질기게 엮이기도 하고, 영원할 줄 알지만 어느새 끊어져 사라진다. Lucy와 Diego는 강습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은 절대 알 수 없는 특별하고 좋은 밀롱가를 소개해주고 테이블 예약도 직접 해주었다. 떠나오기 전 마지막 날에는 '라 보카'의 분위기를 그대로 닮은 환상적인 밀롱가에 우리를 초대해줘서 함께 술마시고 춤추며 탱고의 본고장에서 그야말로 탱고의 모든걸 만끽했다. 그들을 만난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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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그 유명한 Caning 에 두 번째 갔다. 지난 토요일 낮밀롱가 후에 밤에 잠깐 갔다가 자리도 구석이고 전부 할아버지들만 있는데다가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빅터님과 한 딴따만 추고 철수했었다. 역시 하루에 밀롱가 두 탕 뛰는건 무리라는걸 뼈저리게 느꼈었다. 이 날은 Diego가 좋은 자리로 미리 예약도 해주었고 록산나 빈첼리에서 산 새 드레스를 입어서인지 왠지 자신감이 넘쳤다. 까치룰루 까닝이 유명하지만 이 날은 까치룰루는 아니고 다른 밀롱가였다. (까치룰루는 밀롱가 이름, 까닝은 장소 이름이다)
특이하게 꼬르띠나때 가수가 나와서 직접 노래를 했다. 기타 연주도 노래도 너무 훌륭해서 까베할 생각도 없이 홀린듯 심취해 들었다. 파리의 어느 레스토랑에 앉아있는 듯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밀롱가는 음악소리부터가 한국과 달랐다. 스피커 차이인지 장소의 울림 차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탱고음악이 흐르면 소리가 내 온몸을 관통해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도저히 춤을 안추고는 배길 수가 없다. 온 몸을 휘감는 음악에 맞춰 멋진 땅게로들과 춤을 추다보면, 심장이 터질듯이 두근거리며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희열이 차오른다. 탱고가 마약이 되는 순간이다. 그 마약에 한 번 중독되면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도, 이태리, 프랑스, 포루투갈, 콜롬비아, 인도, 미국에서도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순도 100%의 탱고라는 마약을 찾아서......
댄서들의 공연도 있었다. 큰 감동은 없었다. 월드 클래스 댄서들의 공연을 여러번 직접 봐서인지 눈만 높아졌다^^ 이들의 배경음악 또한 꼬르띠나때 그 가수가 옆에서 Live로 부르는 노래다.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첫댓글 제이드님..새벽4시가 여전히
부에노스의 오후4시처럼 글이 생생히 살아있네요.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탱고를 함께했네요^^♡
단테와 괴테가 같은 테자 돌림이네요? 형제인가? ㅎㅎㅎ 쿠키와 카프치노도 마치 땅게로스처럼 우아하게 느껴지네요... 세번째 알헨 여행기도 잼나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