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돼지국밥은 서민들의 해장음식으로 유명하다. 부산물인 뼈를 사용하여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그래서 서민들의 대표 해장 음식이다. 사실 돼지국밥은 부산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난 고유의 향토음식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환경적인 토대위에서 탄생되었다. 부산 사람들의 소탈하면서도 급하고 화끈한 성격을 그대로 담은 돼지국밥은 지역민은 물론 일반서민들도 선호하고 있는 음식이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국밥의 유래
국밥은 ‘국에 만 밥이나 국수 또는 미리 국에 밥을 말아 끓인 음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국말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탕반은 조선시대 이전에도 먹어왔지만 보편적인 일상 음식이어서 요리서에 기록하지 않았다. 탕반은 조선시대의 요리서인 1800년대 말의 ‘연세대 규곤요람’(1896)과 ‘시의전서’(1800년대 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밥은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상에 올린 개장국 보신탕에나 「조선요리학」(1940)과서 세종의 선농단(宣農檀)에서 친경(親耕)때 쓰던 농우(農牛)를 잡아 맹물에 끓여 먹었던 설렁탕(설농탕)에서 그 조리법이 유래되었다. 특히 설농탕(雪濃湯)에 매운 고춧가루가 가미돼 육개장, 쇠고기 국밥, 선짓국, 소핏국 등으로도 파생되었다. 이전부터 먹었던 찬보리밥을 쇠고기국으로 토렴한 것이 국밥이 된 것이다.
오늘 날의 국밥은 고기, 내장, 선지, 채소 등 여러 종류의 식재료가 혼합된 잡탕의 음식에서 파생되어 전형적인 국밥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밥에는 재료와 마는 방법, 붓는 장국, 얹는 고명에 따라 30~40가지가 있다. 육(肉)은 대부분 쇠고기를 말하므로 국밥도 쇠고기국밥을 말하며 각 지역마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국밥이 있었다.
탕반집은 장국밥집, 설렁탕집, 곰탕집으로 분류되고 특히 더운 장국에 만 밥 또는 장국을 붓고 산적과 혹살을 넣어 고명을 얹은 밥을 온반 · 장탕반 · 탕반(湯飯)이라 정의하고 있다. 장(醬)국밥은 장터에서 끓여내던 것으로 지역적 특성을 가진 국밥으로는 무교탕반, 가리국밥, 대구탕 등을 들 수 있다.
시대적, 사회적, 환경적 토대 지녀
설렁탕은 연골, 섯밑(혀밑살), 만하(지라), 콩팥 등의 내장이 들어가야 제격이다. 점잖게 먹는 음식이 아니고 쇠머리편육이 들어가므로 비싼 살코기를 사용하는 음식도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쇠고기를 푹 삶은 설렁탕이 부산지역에서도 다른 지역에서와 같이 먹어왔을 것으로 예측한다. 돼지국밥은 부산, 마산, 밀양, 대구 등의 경상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성이 강한 향토음식이다. 특히 경남지역에서는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모두가 편하게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돼지국밥은 유독 부산을 중심으로 그 독특한 맛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돼지국밥의 유래는 고려시대 때 나라님이 백성들에게 돼지고기와 개고기를 나눠준 것과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돼지로 설렁탕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돼지국밥집이 거의 없었지만 한국전쟁으로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각종 부산물과 재료를 사용한 국밥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따라서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때의 미군부대에서 여러 가지의 고기류를 넣고 만들어 먹었던 국밥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원래는 가리국밥같은 이북음식이었지만 월남하여 부산으로 피난 온 이북사람들이 정착하면서 경상도의 고유음식이 되었다는 설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 경기, 충청 등지에서는 순대국밥이나 쇠머리국밥 업소는 많지만 돼지국밥은 거의 없고 부산, 밀양,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돼지국밥은 서민들의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 음식으로 속을 든든하게 하는 한 끼 식사인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돼지뼈와 내장, 수육 등을 이용해 깊고 진한 맛을 가지며 쇠고기보다 돼지고기의 소비가 많아 돼지고기의 수급이 원활하다. 또 고기를 먹고 난 부산물인 뼈를 사용하여 가격이 저렴하다. 또한 칼슘,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영양 면에서도 우수하다.
부산의 돼지국밥은 이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난 고유의 향토음식이라기 보다 시대적, 사회적, 환경적인 토대위에서 탄생한 국밥이다, 여기에 각 지역의 탕반과 혼합되어진 잡탕(雜湯, 고기에 채소 따위를 섞어 끓인 국) 탕반, 즉 국밥으로 보인다. 돼지국밥은 부산의 기층(基層)저변에 깔린 평균적인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그러면서 지역민은 물론 기층인 일반서민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돼지국밥과 유사한 설렁탕, 곰탕
설렁탕은 쇠머리, 쇠족, 사골, 우설, 양지머리, 사태, 지라, 유통 등을 통파, 마늘, 생강을 넣고 덩어리째 오랜 시간 끓여서 먹는 음식이다. 돼지국밥에서 사용되는 고기의 부위와 고아내는 방법이 비슷하다. 곰탕은 양, 곱창, 곤자소니, 양지머리, 깃머리, 업진, 부아, 도가니 등과 무를 푹 곤 음식으로 조리 방법이 유사하다. 곰탕은 설렁탕과 같이 고아서 밥을 마는 국밥의 일종이다. 하지만 뼈가 아닌 육, 양, 곱창 등의 내장을 곤 음식이 원조로 지역에 따라 사골이나 도가니뼈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원래 곰탕을 조리할 때 뼈를 사용하지 않아서 돼지국밥과는 상이한 면은 있다. 그러나 설렁탕과 곰탕에 대한 기존의 구분보다는 최근의 경향이 동일한 음식이기도 하다. 설렁탕은 뼈를 고아 국물을 내는 것으로서 육수(국물)가 뽀얗고 담백한 맛이지만 곰탕의 국물은 진하고 기름지다. 또 설렁탕은 소금과 파를 각자의 기호에 맞추어 넣지만 곰탕은 끓일 때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내는 것이 원래의 조리 방법이다. 그러나 요즘은 설렁탕이나 곰탕은 소금으로 간을 하며 사용하는 식재료 역시 구분되지 않고 있어 설렁탕과 곰탕의 구분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터음삭안 장국밥의 유래
장(醬)국밥은 장터에서 끓여내던 음식으로 부산지역에서는 구포나루가 중심이 된 장터음식이었다. 장국밥은 보통 양지머리나 잡뼈를 고아 육수를 만들지만 돼지국밥과 같이 돼지사골 (잡뼈)를 사용하여 육수를 내기도 한다. 현재 부산지역의 장(醬)국밥 역시 돼지사골 육수를 사용하여 만든 음식이다. 현재 돼지국밥 외에도 재료와 지역적 입맛에 따라 콩나물국밥, 선짓국밥, 따로국밥, 쇠머리국밥, 순대국밥, 장터국밥 등의 국밥업소가 많다. 국밥의 명칭은 같으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술로 시달린 속을 풀어 준다는 뜻에서 해장국은 술국이라고도 한다. 이는 고려 말의 ‘노걸대(老乞大)’의 육즙에 정육을 잘게 썰어 국수와 함께 넣고 산초가루와 파를 넣은 성주탕(醒酒湯)에서 유래됐다. 이것이 토장국 형태로, 주막의 해장국으로 발달되어온 것이다. 국밥과 명칭은 다르나 국밥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전통적인 해장국은 소뼈를 푹 고아낸 국물에 된장을 심심하게 풀고 콩나물· 무· 우거지· 파 등을 넣어 끓이는 것이다. 여기에 선지를 넣고 다시 한 번 푹 끓이는 선지해장국이나 뼈다귀해장국은 대부분 소뼈다귀 대신 돼지등뼈 육수에 된장과 배추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밥이다. 따라서 해장국은 소뼈를, 돼지국밥은 돼지사골을 사용한 육수로 만드는 음식으로 같은 종류다. 하지만 뼈 대신에 돼지 뼈를 곤 육수를 사용하는 해장국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돼지국밥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넓은 의미의 돼지국밥 종류에는 협의의 돼지국밥, 내장국밥, 순대국밥이 있다. 협의의 돼지국밥에는 수육만, 내장국밥에는 내장만, 순대국밥에는 순대와 수육을 함께 넣는다. 업소에 따라 수육과 내장이 섞인 섞어국밥이나 수육, 순대, 내장을 다 넣기도 한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수육만 넣거나 순대 및 내장만 뺀 국밥도 있다.
돼지국밥의 주식재료인 돼지 조리법
육수는 대부분 생(生)돼지의 사골로 만들며 때로는 냉장사골을 사용한다. 냉동사골은 건조되어 있어 육수의 질을 저하시키므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골육수의 색은 맑은 우윳빛이다. 고기의 비율이 많아질수록 육수의 색은 우윳빛이 옅어지며 맑아진다. 업소의 육수는 대부분 맑은 우윳빛 육수이며 업소마다 육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돼지의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소주를 수시로 넣기도 하고 처음부터 물에 된장을 풀거나 생강을 같이 넣어 조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육수에 된장, 간장, 생강 등을 이용하면 돼지의 냄새를 억제하는 동시에 독특한 맛을 내기도 한다.
육수의 농도를 고객의 기호에 맞는 맞춤형 육수를 사용하는 업소도 있다. 이 업소의 경우 낮 고객은 농도가 적당한 육수의 국밥을 선호하고 밤이나 새벽(야간에 심한 육체적 노동이나 해장을 위하여)고객은 농도가 진한 육수의 국밥을 선호하여 고객의 기호에 맞게 돼지국밥의 육수를 조절하여 제공하고 있다.
고기부위는 삼겹살, 목살(항정육)을 사용하며 다리살 중 뒷다리는 퍽퍽하기 때문에 앞다리살을 주로 쓴다. 내장의 경우는 다른 내장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위(胃)와 소장(小腸)을 사용한다. 내장의 냄새는 밀가루나 소금으로 잘 문질러 씻어 제거하고 씻어서 탈수하면 제거된다.
순대는 업소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찹쌀, 멥쌀, 두부, 시래기, 무청, 숙주, 선지 등을 대(직)장속에 넣거나 무청, 선지, 무말랭이, 두부 등을 내장에 넣기도 한다. 뚝배기에 밥을 먼저 담고 국밥의 종류에 따라 삶아놓은 수육, 내장, 순대 등을 넣어 뜨거운 육수로 토렴하거나 한소끔 더 끓여 낸다. 국밥에는 국에 밥을 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밥과 국을 따로 내는 따로국밥도 있다. 업소에 따라 삶은 면을 별도로 곁들이기도 한다. 같이 제공하는 반찬으로는 배추김치, 깍두기, 부추무침, 생양파(양파초간장절임), 생마늘, 풋고추, 된장, 새우젓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