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누구나 신경줄 하나가 고향과 맞닿아 있어 늘 고향에 대한 촉수가 깨어있죠.
제가 어제 고향나들이를 하고 왔는데요. 잠시 제 고향으로 초대해볼까 하구요. 날도 선선하고 마음이 동할때인지라.....
자 그럼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땅을 한자만 파도 물을 몇 동이 길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지하수가 넉넉한 고장이어서 ‘우물 정(井)’자를 지명으로 쓰게 됐다는 샘골 정읍으로---.
평소엔 거의 어둑어둑할 때 다녀오는지라 고향의 맛을 제대로 못 느끼고 돌아올 때가 많은데 어제는 환한 대낮에 다녀와서 그런지 정겨운 풍경들이 한가득 들어오더라구요.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그런 모습들도 눈에 들어오고, 가장 눈에 확 띄었던 건 제 추억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내장천의 모습이었답니다. 대개 도시를 끼고 도는 하천들은 오염이 되어서 수영하기엔 적절치 않죠. 그런데 내장천에선 꼬맹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더라구요. 이 신선한 충격. 물놀이장 아래로는 수생식물들이 건강하게 푸르름을 빛내고 있었고, 천변 곳곳에서는 백로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고..... 수심은 얕은 편인데 물이 어찌나 맑은지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도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입니다.
처음 내장천변 정비공사를 할 때는 좀 걱정이 됐더랬는데 그래도 이렇게 자연이 숨쉬는걸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휴!) 갑자기 제고향 샘골이 자랑스러워지는데요.(어깨가 으쓱^^ ^^)
천변둔치에는 다양한 체육시설들을 갖춰놓아(농구장, 게이트볼 경기장, 배드민턴 경기장 등등)언제고 시민들이 와서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고,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게 봄날의 벚꽃터널입니다. 천변을 끼고 도는 도로가에 심어져 있는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어서 아주 화사한 꽃길을 만들어준답니다. 연인들은 꼭한번 다녀와보시길. 가족나들이로도 좋구요. 특히 밤에 가면 더 운치 있답니다. 덕분에 특색없는 지역축제이긴 하나 벚꽃축제도 일주일간이나 열리고요.
그러고보니 정읍엔 유난히도 행사가 많은거 같아요. 단풍축제, 정읍사 문화제, 벚꽃축제, 동학농민혁명 기념제, 장승창작 경연대회등등.....아, 숨차.
사람들은 정읍하면 으레 내장산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참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 바로 정읍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평야가 바로 지척에 있고(저희 마을에서도 지평선이 보이긴 해요. 전형적인 비산비야라 툭 트인 시원함은 없지만 그런대로 눈맛은 있죠.), 동학혁명의 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저희 동네에도 사발통문과 무명동학농민군 위령탑, 동학혁명 모의탑이 있어 종종 답사를 오곤 한답니다.-기회가 되면 따로 소개)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고장으로서의 맥을 이어가고 있고(제가 아마 동학의 정기를 이어받아 당원이 되지 않았을까요?^^*), 내장산이 불타는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사계절이 제각기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저는 늦가을과 초겨울문턱의 그 중간 어디메쯤인 내장산을 손꼽고 싶네요. 가을의 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그 적막함이라니....
여정이 너무 길었죠. 하고픈 이야기는 더 많지만 쉬엄쉬엄 가야지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면 탈나잖아요. 그리고 정읍이 간직하고 있는 멋과 맛이 너무 깊어 제 짧은 식견으로는 소개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요.^^*
직접 오셔서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가심이 어떨런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혹 가이드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제가 좀 길눈이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제 고향인데 버벅대기야 할려구요.
지금까지 여정에 동참해주셔셔 감사드리구요. 담에 여러분들의 성화(?)가 있음 또 올릴께요.
감기 조심하세요.
참, 그거 아세요? 연수원에 새식구가 생겼다는 거. 순돌이를 쏙 빼 닮은 새끼 진돗개인데 아직 이름을 짓지 않아서 그냥 순돌이 투라고 부른답니다. 좋은 이름 있음 지어주세요. 그새 지었으면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