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삼(玩花衫) - 목월(木月)에게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상아탑 5호, 1946.4>
조지훈님의 화답시로 쓰여진 박목월님의 나그네.
완화삼(玩花衫) 이 시는 목월의 '나그네'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작품으로 암담한 현실 속에서 달랠 길 없는 민족의 정한을 스스로 나그네화하여 아름다운 시어, 시각적 이미지, 고전적 가락을 통해 탄식과 체념이 담긴 낭만적 시정(詩情)으로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시제 '완화삼'은 '꽃을 보고 즐기는 선비'를 의미한다.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첫댓글 장사익님의 노래를 들어 보았습니다.
나그네 ...
구성진 음성과 북 장단에 맞춰서 꺽어가는
그 님의 노랫말이 되었군요.
구름에 달 가듯이--.
참 멋있는 말이지요.
달은 가만히 있는데 구름이 가니 달도 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지요.
우리네 인생도 그와 같을 때가 많이 있지요.
그래서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