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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10수] '정치' 배제하면 무상급식 길이 있다
초ㆍ중ㆍ고 학생들에 대한 급식이 지방선거의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야권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생활정치를 내세우며 현재 13%선인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자 여권을 포함한 보수층은 이를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면서 재원 확보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여권은 현재처럼 서민층에 한해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이고, 야권은 계층 구분 없이 모두에게 무상급식의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다.
논쟁은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복지ㆍ세금정책 기조를 건드리는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야권은 이 문제를 4대강 예산 감축과도 연계해 정부ㆍ여권의 입지 약화 효과까지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어쨌든 당장의 혜택을 마다할 리 없는 국민정서상 여권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우리는 학교급식이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당연히 국가에 그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양질의 급식 관리를 넘어 중ㆍ상층에게까지 무상급식의 혜택을 주는 것은 부의 공정한 분배 차원에서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 보편적 복지의 일방적 강조는 전체적으로 자원과 부의 편재(偏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재정부담도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다. 물론 학교현장에서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일부 학생들이 상처를 입는 현재의 비교육적 측면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절충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무상급식 학생들이 노출되는 것이므로, 급식비를 학교에서 걷을 것이 아니라 관할 행정관청이나 금융기관이 고지하고 받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급식비 액수도 지금처럼 유ㆍ무상으로만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과 연계해 무료에서부터 100%까지 여러 단계로 차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설계를 새로 하면 교육적, 재정적, 또 부의 균배(均配) 등 여러 측면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 역시 정치적ㆍ이념적 동기를 배제한다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10수] 감독 무방비 상조업, 소비자 피해 없도록 해야
상조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조업 등록제 도입 등을 담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상조업을 할 수 있게 되고 업체들은 재무상태와 회원들에게 받은 선수금 보전 방법 등을 공개해야 한다.
문제를 사회복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상조업체들이 얼마나 불안한 상태에 있는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2008년 말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281곳의 업체 가운데 63%가량이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다. 또 회원들이 납입한 돈을 다 쓰거나 빚이 많아 사실상 한푼도 갖고 있지 않은 업체가 47곳이나 된다. 기존 회원이 꾸준히 할부금을 내고 신규 회원을 계속 확보하지 않는 한 부실을 피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상조업체 의존도가 부유층보다 서민층,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높은 경향이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어려운 살림에 돈을 쪼개 장례 따위를 대비하는 서민들이 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종교단체나 봉사단체 등과 연계한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310수] ‘공짜 천국’ 만들 듯한 선거공약, 서민이 피해자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짜 선심공약이 춤을 추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초중학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대학등록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다. 가정의 소득수준도 따지지 않고 아동수당을 신설하겠다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같은 것도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에게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3조 원이 필요하다. 초중학생만 대상으로 실시해도 연간 약 2조 원이 더 든다. 이만한 예산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복지 혜택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런데도 공짜 공약을 남발하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실효성 있는 재원 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을 더 걷을 경우 부자들만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작년 총국세수입 164조 원 중에서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들이 내는 세금 비중은 재산 관련 세금 17.2%와 종합소득세 납세분 3.7%를 합친 약 20% 정도다. 총국세의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를 제외하더라도 결국 중산층과 서민층이 세금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공짜 공약의 혜택을 받기만 하고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을 것처럼 선전하는 공약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 예산 일부를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린다면 서민 자녀에게 돌아갈 다른 혜택이 줄게 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복지예산의 비중이 급증해 의원 세비나 공무원 봉급을 줄이지 않는 한 서민용 복지 예산이 깎일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이나 부유층 자녀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할 돈으로 서민층 자녀의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 훨씬 실속 있는 서민정책일 것이다.
1940년대 남미를 휩쓸었던 포퓰리즘은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던 서민층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만 안긴 채 실패로 끝났다. 빚내서 퍼주기, 성장 없는 분배로는 도저히 재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역시 공짜 선심공약으로 표를 얻은 뒤,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돼 문제가 커졌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일부 북유럽 국가의 조세부담률은 40∼50% 수준으로 높다. 국민이 기꺼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동의해야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은 무상급식 외에도 아동수당 지급과 노인 및 장애인 복지 확대 같은 공동 선거공약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재정투자의 효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공짜 점심’ 공약 경쟁을 벌인다면 나라 살림은 더 나빠지고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물려주기 십상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310수] 대법관 전원이 매일 7건씩 사건 처리해야 하는 대법원
대법원에 2009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상고(上告) 건수가 3만2361건으로 처음으로 3만 건을 넘어섰다. 대법관 14명 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빼고 실제 재판을 하는 12명의 대법관이 1인당 평균 2700건을 맡은 것이다. 이들 사건 재판을 1년 내에 마치려면 대법관 12명 모두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다 해도 한 사람당 매일 7건 이상의 기록을 검토해야 가능하다. 대법원에 이렇게 사건이 몰리다 보니 사건 기록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대법관을 보좌하는 총 89명의 재판 연구관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대법원의 본래 기능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따지는 게 아니라 법령(法令)의 최종적 해석을 통해 국민들에게 '무엇이 법인가'를 선언하고 법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낙태나 교사들의 학생 체벌(體罰)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허용 한계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중요한 사건만을 가려 깊이 있는 검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에 사건이 몰리는 것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하급심(下級審)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2009년의 경우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비율은 민사사건이 34.8%, 형사사건은 30.2%다.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 법원에 항소하는 비율도 합의부 사건 기준으로 민사는 41.3%이고 형사는 60.2%나 된다. 미국이나 일본은 항소율이 10~20% 수준이다. 양형(量刑) 기준을 명확히 해 항소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심 형량을 깎아주지 않게 해야 '묻지 마 항소'를 막을 수 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일정한 기준 안에 드는 사건만 상고를 받아주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대법원이 본래 기능을 다할 수 있으려면 사건 부담을 줄이는 것과 함께 재판 연구관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역할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미국 대법원의 경우 명문 법과대학 우등 졸업생들이 우리의 재판 연구관 격인 클러크(clerk)로 들어와 재판 경험을 쌓고 대학교수나 판사가 되는 것이 흔한 일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310수] 외신 한국비하 불쾌하나 자성도 필요하다
일부 외신 기자들이 한국을 비하하는 행태를 보여 우리 국민들을 불쾌하게 했다. 일국의 경제부처 수장에게 룸살롱을 문제삼는 저질 질문을 하고, 그 중 한 기자는 외신 대변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수모에 가까운 봉변이자 우리 국민들에게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모욕적인 행동이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내뱉은 ‘룸살롱’ 질문은 주제와 동떨어져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악의가 다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한치도 없느냐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는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저조한 원인을 룸살롱으로 돌렸다. 한술 더 떠 룸살롱에서 재정부 직원들이 기업체 접대를 받는다는 말을 확인된 사실처럼 내놓았다. 윤 장관이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함으로써 황당 질문을 피해간 것은 다행스럽다. 그 기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욕설까지 했다. 재정부가 그에게 공보 서비스를 중단하고 본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한 것 역시 이해되는 조치로 보여진다. 그는 지난번에도 욕설을 했다가 사과 편지를 쓴 전력이 있는 만큼 두 번은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람스타드와 또 다른 기자가 룸살롱 질문을 한 것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생산적인 게 아니다. 그들이 지적한 사안들 가운데 우리가 자성할 대목들이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여성의 사회 참여 문제만 해도 비경제 활동 여성이 1042만명을 넘었다. 룸살롱은 한국식 접대문화의 상징이 돼버렸고, 그래서 치부이자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순기능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끼치는 해악은 적지 않다. 낮은 보수를 받는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그들이 일터로 가기를 주저케 한다.
외신 기자들이 한국의 역사나 문화, 경제 등에 대해 소상히 알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인종적 편견이나 개인적 오해로 냉소적인 보도를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정부는 외신 기자들의 한국 바로알기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처하면 된다. 아울러 그들이 비웃는 여성 차별 문제를 포함해 접대문화 등도 수준이 격상될 때 선진 국격을 갖출 수 있다.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자는 어느 정당의 논평이 와 닿는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10수] 北의 국경지대 개방, 국제사회 신뢰부터 얻어야
북한이 중 · 러 접경지대 개발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이다. 나진항 이용권을 중국에 최대 20년,러시아에는 50년간 허용하는가 하면,신압록강대교를 오는 10월 착공하면서 이 지역 비단도를 경제특구로 개발한다고 한다. 나진 선봉이 6개월 후면 완전 개방된다는 소식도 있고,외자 100억달러 유치설까지 있었다.
이렇듯 '국경특구'개발과 개방의지에다 외자유치설까지 최근에 밀려들지만 실제로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것은 없다. 더구나 이전에도 북이 개방과 외자유치를 요란하게 내걸고 나섰으나 결과는 유야무야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너무 과민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나진 선봉 지구만 해도 1991년에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됐고 일부 제한적인 개방조치도 있었으나 이렇다 할 외자유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정부당국이 "중국의 투자 개발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경과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북이 대외개방에 나섰다면 우리로서는 일단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근래 핵을 담보로 고립과 대립 일변도로 치달은 북의 경제상태가 어떤지는 충분히 짐작도 된다. 이런 경제난까지 감안해 화폐개혁이라는 초강수를 감행했으나 뒷파장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많다. 농촌경제연구원과 유엔식량농업기구 등에 따르면 당장 올해 식량부터 100만t 이상,100일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니 개방과 해외자본을 끌어오는 것 외에 대안(代案)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북 당국이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개혁개방은 특구라는 식으로 선만 긋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북 · 중 당국간 회담과 같은 형식만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개방을 뒷받침해야 하며,어떤 경우든 투자나 안전 보장도 해나가면서 국제적인 신뢰부터 쌓아가야 한다. 출발점은 폐쇄경제를 택한 북의 실상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에 과도하게 기대는 것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개성공단의 발전 등 남북경협을 도외시한 개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핵개발로 인한 유엔의 경제제재를 푸는 문제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10수] 방만한 의료급여체계 대수술해야
올해부터 건강보험 적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건보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2억원에 불과했던 적자폭이 올해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건보 누적 적자폭이 확대돼 오는 2015년 누적적자 규모는 37조원으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무려 191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전망이다. 당장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보재정 파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적적자 증가는 보험료 인상이나 재정지원 확대로 이어져 국민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건보재정이 이처럼 급격히 악화되는 근본적 원인은 건보수입을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의료급여체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액예산제 도입 등으로 의료급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사전정산 방식의 총액예산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면 전국민 의료보장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지불 시스템이다. 총액예산제가 도입되면 전년도에 지출총액을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의료계와 수가협상을 하게 되므로 현행 사후정산 방식에 비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령화에 따른 한국의 의료비 급증을 우려하며 과잉진료와 처방 등을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의료계의 반대가 없지는 않다. 총액예산제를 실시하면 당장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또 급여총액과 비급여총액을 일정 비율로 연동시킬 경우 건보재정 한도에 따라 의료계의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크게 늘렸는데도 급여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의료계가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 등 각종 비급여진료를 대폭 늘리는 데도 원인이 있다.
건보재정 파탄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총액예산제에 의한 의료 시스템부터 손질해야 한다. 공단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체납보험료 징수, 부당진료비 지출 억제 등으로 재원누수를 막는 동시에 관리운영비 절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방만한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310수] 꽃샘추위
봄이 오는가 싶더니 허울뿐인 동장군(冬將軍)이 아직은 위세를 부리고 싶은 모양이다. 어제 오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니 눈발마저 심상찮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 벌레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경칩(驚蟄)이 지나고 매화도 봄소식을 전한 뒤건만 대설경보라니…. 봄꽃 필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매섭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조금도 반가울 리 없지만 이 추위마저 겪어내야 진정 봄이 오는 게 자연의 섭리일 터다.
꽃샘추위는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다 물러난 찬 대륙고기압이 초봄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쳐 갑작스레 찾아오는 추위다. 물론 공식 기상(氣象)용어는 아니다. 예부터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이 피지 못하도록 차가운 바람을 불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가 전한다.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추위’라니 꽤나 운치가 있다. 이 무렵의 추위를 일컫는 중국의 봄추위(春寒), 일본의 꽃추위(하나비에·花冷え)란 말보다 고상하기가 한 수 위다.
꽃샘추위는 잎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에서 ‘잎샘추위’라고도 한다. ‘꽃샘잎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나 ‘꽃샘잎샘 추위에 두루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이 나온 까닭이다. 쌀쌀한 바람을 의미하는 ‘꽃샘바람’ 또한 꽃샘추위의 다른 이름이다.
흔히 시련 극복을 꽃샘추위에 빗대기도 한다. “나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이 추위와 혼란은 잠시 나타난 꽃샘추위일 뿐이라는 것을. 아무리 칼바람처럼 매섭다 할지라도 소리 없이 장엄하게 다가오는 봄을 결코 막을 수 없다는 것을”(한완상, 『우아한 패배』). 1970년대 어두웠던 시절을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시인 이종욱의 ‘꽃샘추위’란 시(詩)도 비관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한다. ‘(前略)/바람이 셀수록 허리는 곧아진다/뿌리는 언 땅속에서 남몰래 자란다/햇볕과 함께 그림자를 겨울과 함께 봄을/하늘은 주셨으니’
이달 중순 꽃샘추위가 한 차례 더 찾아올 거라고 한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도도한 봄기운을 가로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꽃샘추위는 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자연(自然)이 마련한 통과의례일 뿐이다. 그런 추위를 이겨냈기에 봄꽃이 더 아름다운 게 아니던가. 사람 사는 이치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어렵고 힘겨운 때가 지나면 봄날은 오게 마련이다. 가슴을 한껏 펴고 봄을 맞을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100310수] 앉고 싶은 여성들
상냥한 미소에 단정한 태도, 모델 뺨치는 훤칠한 키에 산뜻한 복장. 스튜어디스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항공기 여승무원은 높은 연봉에 ‘1등 신붓감’이라는 호의적 인식까지 더해져 여성 취업준비생들을 늘 들뜨게 한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스튜어디스에게도 마음 한구석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복병이 있다. 직업병 때문이다. 야간비행을 피할 수 없는 스튜디어스들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불규칙한 수면이 체내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덴마크 암학회는 6년 이상 야간근무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여성에 비해 70%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도 야간근무를 암 발병 요인으로 인정했고, 덴마크에서는 스튜어디스의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고 한다.
잠을 도둑 맞은 여성들은 스튜어디스뿐이 아니다. 판매직 여성들이나 종합병원 응급실 간호사 등도 마찬가지다. 야간근무에 시달리는 이들은 임신 성공률이 낮고 유산·조산율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성들이 고통 받지만 가볍게 여기기 쉬운 직업병이 또 하나 있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하지정맥류이다. 다리에 거미줄처럼 실핏줄이 나타나고, 피부 정맥이 꼬불꼬불 비틀리는 질환이다. 다리가 붓고 통증에 시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서 일하는 여성이 20만명에 달하고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근로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동부는 의자를 비치토록 하는 등 산업안전 보건기준을 마련했지만, 구속력이 없는 데다 매출 증대에 혈안이 된 백화점에서 통할 리 만무하다. 미국에서는 백화점 매대에 발끝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바닥에 푹신한 깔개를 놓도록 하는 등 보건행정안전국이 강력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앉고 싶다.” 서서 일하는 여성들의 소리없는 외마디다. 여성계는 여성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24시간 영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거창한 여성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할인매장 여성점원을 위한 의자부터 마련해줄 것을 권유해 본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특파원 칼럼/채수환(도쿄 특파원)-20100310수] 일본의 한국 배우기와 영화 `더 코브`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 코브`(The Cove)라는 영화가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영화 배경은 일본 와카야마현에 있는 작은 어촌 다이지(太地). 이곳에서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행되는 충격적이고 잔혹한 돌고래 사냥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곳에서 식용으로 팔기 위해 살육하는 돌고래들은 매년 2만3000마리에 달한다. 작은 만(Cove)의 앞바다가 돌고래 피로 시뻘겋게 물드는 장면들이 영화 중간중간에 여과없이 나온다. `환경보호`나 `동물애호`라면 서양인 못지않게 국민의식이 높은 일본에서 매년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라고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때아닌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경제, 기업,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의 활력을 본받자는 얘기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노(No) 골드`에 그친 일본은 공무원들을 파견해 태릉선수촌 등 한국의 스포츠 시설을 견학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베트남 등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국가에 친서를 보내 일본 기업이 수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술 더 떠 정부출자로 해외 원전 수주를 전담하는 공기업도 만든다고 한다. 작년 말 UAE에서 한국에 패배한 사례를 교훈삼아 한국의 적극적인 수주전략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 주최로 최근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기업 IR포럼에 참여했던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회사 정보를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주 "세계에서 활동 중인 한국기업에 배워라"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NHK도 러시아 극동지역에 투자한 현대중공업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농지개발권을 획득한 대우로지스틱스 사례를 제시하며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자국 기업을 질타하는 특집방송을 최근 내보냈다. 삼성전자 등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한국기업들에 대한 일본의 분석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안 된다.
올해는 경술국치로 불리는 강제 한일병합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일본에서 최근 불고 있는 `한국 배우기` 열풍을 지켜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듯싶다. 반도체와 스포츠, 원전 등 일부 분야에서 한국에 추월당했고 격차가 좁혀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이 5배가 넘는 경제 대국이다. 더구나 일본인들은 내놓고 속마음(혼네)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무표정하게 돌고래들을 살육하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일제 식민치하에서 우리 선조들이 당했던 잔혹한 수난사들이 불현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본이 우리를 배우고 나섰다고 마냥 우쭐해 하다가는 언제 어떤 형태로 또 국가적 치욕을 당할지 모른다. 우리 육군이 일본 자위대를 전멸시킨 것은 실제 전투가 아니라 서바이벌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