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몸짓, 마임축제가 다가온다
[박종선의 발칙한 시선]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이 9월 15~16일 대전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에서 열린다. 아직까지 낯선 예술영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15년을 변함없이 가을이 오면 관객들과 대전시민들에게 ‘몸이 소외되지 않는 마임축제, 대전에 美친 마임!’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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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술영역의 공연과 다르게 신나는 음악도, 흥미를 유발할 스타도 볼 수 없는 축제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마임아티스트들이 뿜어 내는 ‘몸짓’ 향연에 매료된 관객들이 1년을 기다려 대전을 찾는 축제이기도 하다.
런던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마임축제의 반열에 오른 춘천마임축제에 비하면 빈약한 규모이지만
척박한 지역문화생태계에서 15년째 마임으로 축제가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마임공연이 깊은 사유를 유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마임’의 어원은 그리스어 ‘흉내 내다’의 ‘마모스(mimos)’에서 유래되어 언어를 쓰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하는 연극이나 연기를 이르는 말이다.
일찍이 그리스·로마시대의 오락극이 시초였다. 언어의 제작에서 벗어나 감정과 상황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은 20세기 초 프랑스 마르셀 마르소에 의해
‘사일런트 스피치’라는 개념이 제시되며 발전되었다. 1920년대 무성영화시대 찰리채플린의 몸짓과 표정 연기도 어쩌면 마임의 영상화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들어 ‘마임’은 신체극, 무언극 등의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환경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오직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이 주는 울림과 사유는 큰 위로가 되어 준다. 무언(無言)의 아티스트 손짓 하나, 몸짓에 따라 관객들은 극(劇) 안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감정을 공유한다. 인간은 ‘몸’이라는 가장 근원적 표현수단을 가지 고 태어난다.
본능적인 몸짓에서부터 내면깊이 감추고 꺼내놓지 못하는 감정들까지 ‘마임’은 끌어내 몸의 언어 ‘몸짓’으로 풀어낸다.
마임은 매력은 소리 없는 몸짓에 몰입하는 순간 머릿속에 펼쳐지는 상상력이 함께 일어나는 경험한다는 것이다.
마임이 본격적으로 대전에서 시작된 것은 마임아티스트 ‘최희’가 파리에서 돌아온 2003년부터였다.
그가 떠난다고 말했을 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우리 앞에 광대로 나타났다.
20년 전 그때를 생각하면 충격적이었다. 겉으론 고생했다 말했지만 속으론 ‘광대라니…. 파리에서 고작 광대 짓을 공부했다고?’
당시 우리가 알고 있던 ‘마임’은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의 예술이거나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노래제목을 벗어나지 못할 때였다.
‘마임’은 당시 서울 중앙무대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아웃사이더 예술이었다. 프랑스 파리 유학파 마임아티스트라고 환대받을 무대도 없는 현실에서 대전마임은 시작된 것이다.
지역 연극무대에서 치열한 20대를 살아내며 무대 위에서의 작은 몸짓까지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아티스트의 고민과 갈증을 풀기 위해 감행한 가난한 유학생 아티스트의 꿈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멘토가 되어 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마임을 축제로 만날 수 있는 곳은 춘천과 대전뿐이다. 5월 춘천은 마임의 도시가 된다. 1989년 유진규 선생이 서울을 떠나 춘천에서 마임 축제를 연 것이 시발이 되었다.
해를 거듭하며 춘천은 세계적인 마임도시로 성장했다. 올해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관객 10만여 명이 춘천을 찾았다고 한다. 춘천시민을 제외한 외지방문객이 쓴 지역경제유입액도 1인당 27만여 원에 이르고 축제의 경제효과도 243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굳이 문화예술을 경제적 입장에서 보지 않더라도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이 대한민국에서 마임을 즐길 수 있는 단 두 곳 중 하나이자 9월 그것도 가을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축제인 점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경험하려는 관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싶다.
말이 필요 없는 축제, 대전ART마임페스티벌 대전에 美친 마임을 보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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