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벙커원교회에서 설교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몇 년 동안 참석을 꺼렸던 것은 목회윤리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벙커원교회는 제가 소속된 예장(통합) 서울노회 지역에 있고 또 동숭교회의 담임목사가 제 대학후배(강원대, 장신대) 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히 목사, 장로 등 직제(職制)를 두지 않는 교회에 참석함으로 많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일이면 가까운 교회 1부예배(7시)에 참석한 후 집사람을 벙커원교회까지 승용차로 실어다 주고 돌아가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9일 추수감사주일에 벙커원교회 성례식을 집례하면서 제가 벙커원교회 주일예배 참석하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매주 벙커원교회 예배 참석하면서 도무지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장로교회 예배에 익숙한 입장에서 벙커원교회의 자유로운 예배모습에 너무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배에 참석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나름대로 예배에 젖어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면서 40년 동안 예배를 인도한 경험자로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어서 예배위원들에게 몇 가지 조언(助言)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1. 예배에 대해서
예배는 하나님과 성도, 성도와 성도 간에 만남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예배를 통해서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 찬양과 기도, 헌신과 헌금을 바치고 고백할 때 하나님은 친히 회중 가운데 임재하시고 응답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순서(신앙고백, 찬송, 기도, 헌금)가 있고 하나님이 응답으로 임하시는 순서(말씀과 축복)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배시간에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발전하는 교회를 보면 예배가 살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은 예배 한 시간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벙커원교회도 좀 더 예배를 업그레이드 시켰으면 합니다. 특별히 찬송 선정에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어느 때는 두 세곡을 전혀 몰라서 목회 전문가인 저조차도 문외한처럼 앉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앙연조가 짧은 분들에게는 얼마나 멋쩍은 시간이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잘 아는 복음성가나 찬송가를 주로 하고 새로운 곡은 한 곡 정도 넣는다면 예배가 더 활기가 넘치고 참석하는 분들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나눔기도 시간도 미리 신청을 받는 것으로 하되 한두 번 권고해서 나오는 분들이 없으면 더 이상 강요하지 말고 예배를 진행했으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설교에 대해서
벙커원교회 설교를 들으면서 ‘어떻게 저런 설교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일반교회 안에는 보수 교인들과 진보 교인들로 나누어 있고, 보수적인 교인들이 교회를 우지좌지 하기에 벙커원교회 식의 설교를 한다면 많은 사임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혹 버틴다 한다고 할지라도 많은 반대파들이 떠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벙커원교회에 와서 그런 설교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어 속 시원합니다. 그러나 설교를 맡은 아들은 요즈음 너무나 많은 프로를 맡다보니 설교준비를 등한히 하는 느낌이 듭니다. 성경본문을 미리 주지 않아 주보에 본문이 비어 있고 예배 시간에도 종종 늦습니다. 좀 힘은 들지만 미리미리 준비하는 성실성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예배의 핵은 설교입니다.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영적으로 충족해지는 것입니다.
3. 헌금에 대해서
벙커원교회 특징은 예배 중에 헌금이 없고 각자의 헌금을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처음 벙커원에서 교회를 시작할 때 김어준 총수가 헌금을 안 걷는 조건으로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기성교회들이 너무나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거나 재정적인 남용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오래가면 안 될 일입니다. 헌금은 교회가 걷어서 교회 이름으로 선교비용이나 구제비용을 사용해야 옳습니다.
각자 양심에 따라 사용하다 보면 하나님의 이름보다는 자기 이름을 나타내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은 무료로 장소를 사용하기 때문이지만 어느 날 이 장소를 떠날 때는 재정적인 큰 문제에 봉착할 것입니다. 만약에 그 때 가서야 헌금을 걷기 시작한다면 이미 헌금하지 않는 습관에 익숙한 교인들로부터 적지 않은 반대를 만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재정적인 장기대책을 지금부터 세워나가야 벙커원교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예배위원에 대해서
벙커원교회는 예배위원들의 봉사 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정했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 많은 교인들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서 이거나 아니면 일반 교회들이 중직들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 부패가 발생한다는 점을 유의한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장로교만 해도 한번 장로가 되면 일생동안 장로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가 있는 제도입니다. 원래 장로교 제도는 몇 년 마다 신임을 받아 시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한번 장로나 중직이 되면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존직이라고 부릅니다. 중간에 신임을 묻는 투표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당회가 교회의 권력을 독점함으로 교회발전을 저해하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벙커원교회가 6개월마다 앞장 서 일하는 봉사자들을 교체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6개월은 너무 짧습니다.
일할 만 하면 교체되기 때문입니다. 신년 들어 새 예배위원들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받았는지 예배 전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예배 전에 모든 것이 준비되고 예배 중에도 일사불란하게 협력할 때 교인들도 예배에 집중할 수 있고 새로 오는 교인들도 나름대로 감동을 받음으로 계속 참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벙커원교회 찾아오는 교인들 중에는 큰 교회에서 최고 수준의 예배에 길들어져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그 교회의 운영상의 문제에 반발해서 벙커원교회를 찾아왔는데 너무 엉성한 예배 분위기에 실망하며 떠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예배위원들이 1년 단위로 일할 수 있도록 다시 정해야 옳다고 봅니다.
5. 교회정관에 대해서
벙커원교회는 작년 한 해 동안 교회정관 때문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정관 내용에 대해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분들이 떠남으로 교회가 아직까지 그 아픔의 여파가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교회정관을 만드는데 있어서 교리보다 교회운영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리문제를 잘못 다루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왜 사분오열되어 있습니까? 교리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차 때문입니다. 심지어 잘못 교리를 규정하면 이단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리는 사도신경을 중심하는 선에서 끝내고 교회운영에 대한 규정들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벙커원교회는 평신도 중심한 교회로 한국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솔선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병폐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교회정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한국교회의 병폐인 직제문제, 재정문제, 성장위주문제, 교권문제, 교파문제를 개선하고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신앙공동체가 되어 정의, 평화, 사랑을 펼치는 개혁운동에 앞장 서는 것을 벙커원교회의 지향점(指向點)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말씀 감사합니다.
애정 가득한 섬세함으로 말씀하심 모두 동감합니다.목사님께서 함께 하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벙커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목사님 말씀이... 중심을 잃지 않는 벙커원1교회의 힘이 되길 기도합니다
목사님, 애정어린 글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