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처럼
알람 소리를 듣고도 모른 척하며
몸을 뒤척이다가 뒤집다가
허겁지겁 미숫가루 한 잔
달걀 튀김 한 점 꿀꺽 삼키고
용봉천 복개길을 숨가쁘게 달린다.
지하철 공사로 복잡한 교문 앞
수위실에 수인사하고 교무실로 들어서면
근엄한 선생님들 한껏 위엄을 뽐내고
즐거운 학교가 시작된다, 굴러간다.
차임벨 소리에 맞춰 교과서 지도안을 들고
행상처럼 지식을 팔러 교실로 가는
계단을 타박거린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아이거나
아는 척하는 아이거나 아예 모르는 아이거나
그냥 앉아 있는지 앉아 있는 척 하는지
앉아 있다.
죽어 있다.
교과서가 성경은 아니라지만
교과서에 목을 매는 아이들은
교과서만 바라보고
선생이 개그맨이 아니면 채널을 돌리듯이
외면하기 일쑤라.
몇 번씩 웃길 재주 없는 선생은 퇴출감 1호
전쟁 같은 수업을 마치고
교실문을 나서면 손끝에
허탈만이 분필과 범벅이 돼있고
교무실 의자에 털썩 앉으면
하늘이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