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로 인해 몰매 맞는 이주노동자
지난 23일 일요일에 서울 시내에서는 성격을 달리하는 두 개의 이주노동자 관련 집회와 더불어 집회와 성격을 달리하는 체육대회가 있었다. 그 중 한 집회는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서울역 앞에서 오후 2시에 열렸던 ‘전국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였고, 또 다른 집회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외국인노동자대책 범국민운동본부, 외국인범죄 척결연대, 국제결혼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연 ‘다문화 정책 반대 집회’였다. 그리고 두 집회와 성격을 달리하지만, 같은 날, 잠실올림픽 보조경기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서울시 외국인근로자 한마음체육대회’가 개최되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서울역에서 고함을 지르고,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한때나마 심신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며 체육대회를 하고 있던 시간, 안티 외국인단체 회원들은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는 '다문화정책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 주최측은 집회연설을 통해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정부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추방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범죄를 조장할 여지가 있는 다문화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다문화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에 어이가 없어지는 부분이 있다. 다문화정책 중단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정부의 '다문화정책'에 한이 맺힌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다문화정책 중단이라고 소리 지르면서 정작 문화정책의 핵심 부서라고 할까, 다문화정책의 선봉에 선 정부부처를 찾아가지 않고, '고용노동'문제를 다루는 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최측의 하나인 '국제결혼 피해자 모임'과 이주노동자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국제결혼 문제라면 여가부나 문광부에서 다룰 문제가 아닌가? 이들이 왜 고용노동부를 찾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막무가내식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따라가 보면 다문화정책 중단 요구에 정작 문화이슈는 없고, 이주노동 이슈만 있다, 그것도 이주노동자는 곧 미등록자요, 미등록자는 범법자다는 전제를 깔고 접근하고 있어서, 인종적 혐오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각 시민사회단체와 기업들, 언론까지 '다문화, 다문화, 다문화사회'라고 말을 하면서, 이주민, 특히 결혼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예산을 편성하고, 많은 정책들과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부처든, 지자체든,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언론이든 간에 ‘여기도 다문화', ’저기도 다문화', 온갖 프로그램과 행사에 다문화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고, 결혼이주민들을 사업대상으로 끌어들이면서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보니, 일반 대중에게는 모든 외국인이 다문화 정책의 수혜자로 각인되고 있고, 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개인 혹은 집단들은 그 수혜자들에게 질시어린 시선을 보내기고 하고, 직접적인 위해 행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어떠한 위해 행위를 취하는 개인 혹은 집단은 만만한 상대방을 고르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외국인 혐오 집단의 시각에서 볼 때 가장 만만한 상대가 바로 이주노동자요, 그 중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것이다. 배타적 국수주의 혹은 국가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외국인 혐오주의자들은 같은 국적자에게는 그나마 우호적인데다, 현실적으로 결혼이주민들은 그들의 뒷배를 봐주는 든든한 한국 국적의 가족이 있기 때문에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또한 우리 국민 정서상 국민의 배우자에 대한 위해 행위를 했을 때,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내할 자신이 없는 이들은 만만한 상대로 이주노동자를 고르고, 뭇매를 때리는 것이다. 다문화정책 수혜 대상에서는 늘 배제되는 이주노동자를 다문화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호도하면서 다문화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이 설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권리는 주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권리를 주장할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이들이 다수인 것이 우리사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인 것을 감안하면, 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나, 체육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 모두 일상에 충실하고자 하는 우리 시대 소시민이요, 이웃이라고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