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중 놀보 심술 대목 - 박초월 [ 아니리 ] 옛날에 운봉 함양 두 얼품에 사는, 흥부 놀부 두 형제가 사난디, 놀보는 형이요, 흥보는 아우였다. 사람마다 오장이 다 육본디 놀보망은 오장이 칠보더랍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는, 왼편 갈비 밑에 가서 심술보가 생겼으되, 장기 궁짝처럼 똥도드롬허니 생겨가지고, 밥 곧 먹으면 일이 없이 꼭 심술만 부리고 있는디, 이렇게 허더랍니다. [ 자진모리 ] 대장군방 벌목허고 삼살방으다 이사권코, 오구방에다 집을짓고,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일 듯기 붙들었다 해가 지면은 내어쫓고, 거사 보면은 소고 도적,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의연보면은 침 도적질, 초상난 데 춤을 추고, 불난데 부채질 솰솰, 꼬추밭에 말 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 놓기, 옹기전에다 팽매쐬고, 물 이고 가는 여자 귀 잡고 입 맞추고, 다 큰 큰애기 겁탈하고, 수절과부는 모함잡고, 봉사 입에다 똥 칠하고, 우는 애기는 더 때리고, 배 앓는 놈 살구 주고, 길가에 허방놓고, 소리헌데 잔소리, 풍류허는 데 나팔 불고, 이 놈이 이리 심술이 많을진대,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 난장을 맞일 놈이. 놀부 심술 대목 (낱말 풀이) 1. 얼품 : '어름'의 사투리. '어름'은 둘이 맞닿는 곳 2. 사난디 : 사는데 3. 사람마당 : 사람마다 4. 오장 : 사람의 다섯 가지 내장. 간장, 심장, 비장(지라), 폐장, 신장. 오장과 육부를 합하여 사람의 모든 내장 기관을 통틀어 일컫는 말. 5. 육본디 : 육부인데. '육부'는 한의학에서 담(쓸개), 위, 대장(큰 창자), 소장(작은 창자), 삼초(위의 윗 부분, 위 부근, 배꼽 아래 부분), 방광(오줌보) 등 여섯 가지 뱃속 기관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 '오장이 다 육본디'는 '오장 육부인데'로 해야 함. 6. 그러는고는 : 그러는고 하면, 그러냐 하면 7. 심술보 : '심술을 부리는 내장 기관'이라는 뜻으로 만든 말임 8. 궁짝 : 장기에서 한(漢)과 초(楚)자가 새겨진 제일 큰 말. 9. 똥도르롬허니 : 도도록하게.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아서 모양이 소복하게 10. 대장군방 : 음양설에서 흉한 방위를 맡은 장신(將申)의 하나인 대장군신이 맡은 방위. 이 방위에서 나무를 하면 해를 입는다고 함 11. 벌목 : 나무를 벰 12. 삼살방으다 : 삼살방에다. '삼살방'은 점술에서 세 가지 불길한 살(겁살·세살·재살)이 끼어 해를 입는다는 방위 13. 권코 : 권하고 14. 오구방 : 오귀방. 자연의 순리가 역행하여, 가장 나쁜 방위. 이 방위로 가면, 모든 일이 잘 안 된다고 함. 15. 과객 : 지나가는 나그네 16. 재일 듯기 : 재워줄 듯이 17. 거사 : 조선조 후기의 유랑 연예인 18. 소고 : 손에 들고 춤을 추거나 장단을 맞추는 데 쓰는 작은 북 19. 도적 : 여기서는 도둑질을 가리킴 20. 관 : 모자 21. 의연 : '의원'의 잘못 22. 비단전 : 비단을 파는 가게 23. 팽매쐬고 : 팔매치고. '팔매'는 '팔매질'의 줄인말로, 돌 따위 단단한 물건을 쥐고 힘껏 쏘아 던지는 일. 24. 겁탈 : 강제로 정조를 빼앗음 25. 수절 과부 : 남편이 죽은 뒤 절개를 지키고 있는 과부. 26. 무함잡고 : 모함하고 27. 허방놓고 : 땅바닥을 움푹 파놓아 빠지거나 자빠지기 쉽게 하고 28. 소리헌데 : 소리하는데 29. 풍류 : 전통 실내악의 한 가지로, 정악곡인 영산회상곡을 말함 30. 삼강 : 유교의 도덕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지킬 떳떳한 도리 31. 오륜 : 유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부자의 친애, 군신의 의리, 부부의 유별, 어른과 아이의 차례, 친구간의 신의 32. 난장 : 몽둥이로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때리는 매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