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를 칠 때 자판과 팔이 이루는 각도는 얼마로 잡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이는 당연히 해당 자판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먼저 자판의 외형적 구조를 살펴보고 이상적인 각도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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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범용 자판의 키 배열 구조와 배열선 각도
우리가 사용하는 범용 자판의 구조에서 가장 특징적인 사항은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붉은 선과 푸른 선의 두 가지 각도의 키 배열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수직에서 왼쪽으로 20° 정도 기울어진 키 배열선이며, 또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32° 가량 기울어진 키 배열선이죠.(자모가 주로 배치되어 있는 아래에서 1열-3열 간의 각도) 이들 배열선은 양손 안쪽의 자판 수평선과는 각각 70°, 58°의 각도를 이루고 있고요. 따라서 타자를 칠 때 기본자리(검지 기준으로 왼손은 f자리, 오른손은 j자리)에서 이 선들을 따라 이동하게 되면 최단 거리의 이동선을 확보하게 되어 가장 효율적으로 타자를 칠 수가 있게 되죠.
기존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타법이 바로 이 왼쪽으로 기울은 푸른색의 70° 선을 따라서 전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운지 방법이죠. 이 타법에서는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까지도 왼쪽으로 20° 기울은 70° 이동선을 견지하게 되는데요. 당연히 오른손의 경우에는 수평선과 이루는 팔의 각도가 70°일 때가 가장 타자 치기가 수월하겠죠. 그러면 팔의 각도와 오른쪽 키 배열 각도 70°가 일치하여 최단거리로 손목의 회전 운동 없이 키간의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림2. 기존 110°-70° 키 배열선을 따른 운지도
마찬가지로 왼손에서도 가장 치기 쉬운 팔의 각도는 손가락이 이동하는 각도인 110°가 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왼팔의 구조상 110°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능한한 110°에 가까이 가는 최대의 팔의 각도는 이론적으로는 90°가 되겠죠. 왼팔을 쭉 뻗어서 자판에 수직되게 하는 손의 자세입니다. 이론적으로나 가능하지 실제로는 불편해서 그렇게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또한 오른손과 대칭의 자세로 가져갈 때 가장 편하게 리듬을 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왼팔이 각도를 세울 수 있는 현실적 최대치는 오른손이 가장 편하게 타자를 치는 각도인 70°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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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일반 책상 높이에서 70°를 유지한 팔의 각도
그러면 팔의 각도를 70°로 유지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데스크탑 컴퓨터의 자판을 일반적인 책상 위에서 친다고 하면 양손을 쭉 뻗었을 때나 가능한 각도입니다. 그렇게 되면 팔꿈치를 책상위에 놓을 수도 없고 손목을 받침대 위에 놓을 수도 없는 자세가 되어 팔을 공중에 띄워서 굉장히 불편한 자세로 타자를 쳐야 하는 형국이죠.
결국은 양손을 뻗은 상태에서 칠려면 자판의 위치를 아래로 낮추어서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팔과 손목이 자연스럽게 몸에 닿아 편안하게 타자를 칠 수가 있지만 이것도 별도의 컴퓨터용 책상을 마련할 때나 어느 정도 가능한 이야기지 일반 책상 위의 여건에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존 110°-70° 키 배열선을 기본으로 한 운지법에서는 최적의 팔의 각도인 70°를 일반 책상 위에서는 구현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 책상 위에서 타자를 치기 위해서는 팔의 각도를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 단계인 팔의 각도 60°를 일반 책상 위에서 구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자판을 몸에서 조금 띄우기만 하면 팔꿈치도 책상 위에 받칠 수가 있고 손목도 받침대 위에 올려 놓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65° 각도는 안됩니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물론 65° 각도의 구현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팔꿈치를 의식적으로 안쪽으로 더 모아야되고 이는 어깨에 힘을 주게 되고 굉장히 피로도를 높이게 되면서 불편한 자세에서 타자를 쳐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60°정도가 되면 자연스러운 폭으로 팔을 벌리면서 팔꿈치를 책상 위에 지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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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일반 책상 높이에서 60°를 유지한 팔의 각도
위의 사항을 종합해 보면 기존 운지법에서는 팔의 각도를 70°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일반 책상의 높이 구조에서는 팔의 각도를 60°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답입니다. 팔의 각도를 더 줄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110°-70° 키 배열선을 따라 타자 치기가 힘들어 지면서 손목이 심하게 꺽어지게 되므로 책상 위에서 타자를 칠 때에는 60°로 팔의 각도를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범용 자판의 키 배열에서 110°-70° 배열에 따른 운지법으로 타자를 치면 가장 짧은 이동 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일반 책상 위에서의 최적 팔 각도인 60°와 이동선 사이에서는 각도 차이가 나게 되어 손목이 꺽이게 되는 약점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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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팔의 이상적인 각도(60°)와 키 배열선
오른손에서는 키 배열선 각도 70°와 10°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되어 오른쪽 손목이 오른쪽으로 약간 꺽이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왼손에서도 팔의 각도 60°에서 손가락의 이동선인 110° 키 배열선을 따라 갈려면 왼쪽 손목이 왼쪽으로 꺽이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하여간 우리는 그동안 110°-70° 배열에 따른 운지법을 사용해 오면서 손가락 이동 거리는 가장 짧았지만 손목이 꺽인 상태에서 그렇게 타자를 쳐 왔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이번에는 범용 자판의 또 다른 키 배열선인 양손 사이 수평선 기준 58°선(붉은 선)을 살펴 보죠.
이 선상을 따라 오른 손가락이 이동한다면 이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죠. 오른쪽에는 이동 거리가 짧고 60° 팔의 각도와 비교적 잘 맞는 70° 키 배열선이 있는데 굳이 손가락 이동 거리가 길고 60° 팔의 각도와 전혀 이동 방향이 맞지 않는 오른손을 기준으로 하면 122° 키 배열선을 선택할 아무런 이유가 없죠.
하지만 왼손에서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일단 왼팔의 각도인 60°와 58° 키 배열선이 이동 방향에서 너무나 잘 맞고요. 손가락 이동 거리는 조금 늘어나지만 기존 타법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손목 꺽어짐 현상을 완벽하게 잡을 수가 있죠. 키 배열선이 58° 각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팔의 각도는 표준치로서는 60°가 최적입니다.
이와 같이 오른손은 70° 키 배열선을 따라 이동하고, 왼손은 58° 키 배열선을 따라서 이동하면서 팔의 각도를 60°로 잡는다면 보다 더 효율적으로 타자를 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오른손에서 생기는 약간의 손목 꺽임 현상만 해결하면 가장 이상적인 타법이 될 수 있겠죠.
이상의 분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 타법이 되었건 새로운 타법이 되었건 일반 책상 위에 범용 자판을 올려 놓고 타자를 칠 때에는 팔의 각도를 60°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물론 기존 타법에서는 여건이 되어 자판을 무릎 위의 높이에 고정시킬 수 있다면 팔의 각도를 70°로 유지하는 것이 타자 치기에 가장 편합니다. 하지만 특수 제작한 자판 받침대를 동원하기 전의 통상적인 여건에서는 70°의 팔의 각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어 보입니다. 결국 범용으로 자판을 사용하는 여건에서는 타법에 관계없이 60° 팔의 각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보입니다.
첫댓글 저번에 말씀하신 대로 최선의 각도는 60도가 되겠군요.
예, 일반 책상 위에서 타자를 치는 환경에서는 그렇다고 봅니다. 타자를 치는 팔의 각도 기준을 잡는 것은 타자를 치는 편이성 뿐만 아니라 자판 개발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신세기님이 지적하신대로 팔의 각도에 따라 자판 키를 누르는 수월성에 차이가 생겨 자모를 배치하는 우선 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해서 타자를 치는 팔 각도 기준을 잡아 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