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 가족여행
방학이지만 여전히 바쁘다는 아이들...
그래도 우리의 연례행사인 가족여행은 계속된다. 금년으로 일곱 번째다. 이번에는 용평 그린피아콘도에 본부를 차려두고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는 아이들과 그 아범 어멈들은 용평 피크아일랜드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이 우리 내외는 촌스럽게도 스키 곤도라를 타고 해발 1458m의 발왕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산바람 맞으며 초록세상의 싱그러움 속에서 느긋하게 피서를 즐겼다.
강릉의 초당순두부, 모래사장에서 배달시켜 먹는 통닭, 강릉 택지물회집의 광어회, 문어+생골뱅이접시, 시원한 물회와 매운탕, 숙소에서 사다 먹는 처음 맛보는 리조트표 오빠닭, 강원도 맛 산채비빔밥, 횡계까지 찾아가서 역시 처음 먹어보는 오삼불고기,... 유명하다는 집을 소개받아 별미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금년에도 밤 시간에는 어른들은 둘러 앉아 맥주며 양주 마셔가며 고스톱을 즐기며 가족간의 우애와 친목을 다졌고, 한편으로는 TV에서 중계되는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열띤 응원도 보내고..., 아이들은 다른 방에서 저희들끼리 카드놀이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니 이럴 때는 부모를 찾지 않고 오히려 저희들만의 자유를 찾아 맘껏 즐기니 어른들이 편해서 좋은 점도 있다. 밤늦어 배가 출출해졌을 때 숙소에서 간단히 끓여 먹는 컵라면의 그 거부할 수 없는 맛이라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국물까지 한 점 남김이 없다.
여름 저녁, 콘도의 각종 놀이시설도 아이들을 유혹한다. 전동자전거 타기 등 어른 아이들이 함께 즐길 놀이가 많다. 공연장에서는 어젯밤 가수 인순이 공연에 이어 오늘은 일반객들의 자유스러운 공연이 곧 시작되려는 듯 사회자가 청중들을 불러 모으기에 바쁘다. 놀이에 정신이 없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달래어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밤이 이슥한 시간이다.
2박3일이란 시간은 짧기만 하였고, 아이들은 돌아오기가 못내 싫은 표정들이다. 가족여행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금년에도 회사에서 일부러 일정 맞춰 휴가를 잡아준 아범들, 방학 중에도 한 치 빈틈없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학원의 바쁜 스케쥴을 빼거나 조정해서 어려운 시간을 내어준 어멈들이 고마웠다. 내가 은근히 압력을 넣은 것도 아닌데 저희들이 미리 알아서 시간을 내고 이것저것 준비를 맡아 행사(?)를 잘 진행해 주니 8년째에 접어드는 우리 가족여행도 이제는 하나의 연례행사로서 완전히 제자리를 잡은 것 같아 반갑고 고맙다.
2006년에 사이판을 다녀오고 나서 벌써 7년이 지났으니 내년에는 해외로 또 한 번 나가자고 의견들이 모아진다. 나로서는 듣던 중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큰 녀석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방학이라 해도 아홉 명 대부대(?)가 한꺼번에 시간을 맞추어 내기가 정말로 어려울 터이니 아이들이 더 바빠지기 전에 내년쯤에는 정말 해외여행을 한번 추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할머니의 건강 상태도 주요 고려사항의 하나이니 말이 나왔을 때 미루지 말고 적극 추진해볼 일이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할아버지가 특별 공고를 발표한다.
내용인즉,
가족여행기 공모 :
- 분량 : A4 용지 2~3매
- 내용 : 가족여행 소감
- 제출기한 : 8월15일까지
- 제출 방법 : 할아버지에게 e-mail로 제출
- 시상 : 장원 1명 / 상금 5만원
상금이 초등학교 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그 속에는 소감문을 반드시 제출토록 함으로써 가족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살펴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은근하고도 간절한 속셈이 들어있음을 아이들은 아마 모르고 있으리라. 또한 할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이미 심사결과가 다 나와 있나니, 그것은 각기 이름을 달리하는 장원이 세 명이라는 것이다. 세 명 모두에게 상을 줌으로써 글짓기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은 것이고, 가족여행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가족이 모이고 함께하는 즐거움과 가치를 스스로 느껴 깨닫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적어 친형형제는 물론 사촌까지도 귀한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해마다 이처럼 가족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 어른 형제와 그 아래 사촌들이 서로 정을 쌓고 우애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이렇게 8년째 애써 가족여행을 추진하는 나의 속뜻임을 이제는 아들딸이나 며느리 사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내년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꿈을 안고 돌아오는 길, 2박3일에 걸친 꿈같이 행복하게 보낸 시간들이 더없이 흡족하고 감사하다. 세집 아홉 명이 모두 건강하고 각기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음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언제까지 이 행사에 건강하게 동참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 가족여행도 궤도에 올랐으니 우리가 없더라도 저희들끼리도 충분히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큰일 한 가지를 이루어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흡족하다.
내년에는 하와이나 한번 가볼까?
2012. 7. 31.

강릉 경포해수욕장 풍경

큰 외손자

친손자

둘째 외손자

아들네 부자

사위와 세 꼬마

방송사 헬리콥터

얼음물 한 잔 마시고

모래사장에서 배달시켜 먹는 통달, 금방 다 없어져버렸다.

강릉 택지물회집. 맛도 좋고 인심도 서비스도 최고였다.

생골뱅이+문어 처음 먹어봤는데 아주 좋았다.

곤도라 타고 4km, 1458m 발왕산 정상까지

산정은 긴팔이 필요하도록 바람이 시원하다.

주목 아래서

우리가 묵던 밤에는 인순이 공연이...

사촌끼리


야간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숙소 앞에서

아들과 친손자와 외손자
첫댓글 가족 통제가 잘 되시네요ㅎㅎ 저희 아들들도 장가가면 잘 될까요 ? 몇년전 겨울 체육선생님 꼬임에 넘어가 학생들하고 처음 스키타러 간곳이네요... 30분 바닥에서 연습하고 중급코스 한번타고... 곤도라로 상급코스 올라간 적이 있어요... 스키타고 내려왔냐고요 ? ㅎㅎㅎ 경사도 경사지만 내려다 보이는 코스가 눈이면 타겠는데 모두 빙판으로 보이더군요. 일부러 넘어져도 다치겠더라고요 ㅋㅋㅋ 혼자 곤도라 타고 내려 왔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몇번씩 넘어졌다더군요...
화목한분위기가 느껴지고 보기에 아주좋네요 역시,,,입니다. 저는아들네랑 ,딸네랑 은가봤지만 다같이는 안가봤어요 집사람이 절대반대입니다 이유는아시겠죠? 저도생각만해도 머리아파요 젤작은게 조금만더크면 시작해야죠
행복하시네요. 핵가족 부르짖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네요. 저도 손주들하고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와 하도 더워 중문 스타벅스 커피에서 잠시쉬면서 봅니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