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7,金曜閑談(152)
1. 그는 나이가 많아 할수없이 죽었다. 죽은 그의 영혼은 저승사자에 의해 어느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 방에는 침대가 하나 있었다. 저승사자가 말했다.
“이 침대에서 꼼짝 말고 누워 계시오. 누워 있으면 우리가 모두 시중을 들어줄 것이오.”
저승사자가 시키는 대로 그는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끼니때가 되자 저승사자가 음식을 가져왔다. 음식은 푸짐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저승사자가 와서 그를 세수시키고 아침밥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별로 착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천국에 왔구나. 아마 교회에 몇 번 다녀서 그럴 것이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똑같은 일이 일주일째 계속되자 그제는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승사자가 오자 자기를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항의했다.
“왜 안 된단 말이오? 나는 지금 천국에 와 있지 않소?”
그러자 저승사자가 빙긋이 웃고는 말했다.
“여기가 천국이라고? 천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지옥은 그럴 자유가 없소.”
“그럼 내가 지금 지옥에 와 있단 말이오?”
저승사자가 껄껄껄 웃고 나서 대꾸했다.
“네가 더 잘 알 것 아닌가? 당연히 이곳은 지옥이지.”
2. 고집쟁이들과는 절대로 충고하거나 비판하지 말라. 그들은 항상 옳았고 정의로웠다. 그들은 말한다. “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야.” “내가 뭘 잘못했어? 난 그렇게 안 살았다구!”
3. 뾰족한 자를 조심하라. 그자는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조리 할퀴고 물어뜯는다. 그자는 정의롭고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보이며 그의 행동이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손뼉세례를 날리며 환호한다. 그렇게 가까이 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언젠가는 내가 그의 뾰족한 독침에 찔린 뒤 할퀴고 물어뜯기는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생각이 깊어진다. 뾰족한 자에게 맞는 상대는 모진 놈이고 내가 모진 놈이 못되면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게 상책이다.
4. 지루한 천국과 황홀한 지옥의 중간지점을 찾고 있다.
5. 69주년 광복절 0시에 일본 국가 기미가요(君きみが代よ)가 대한민국 국영방송 KBS에서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이 일본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효시였다. 제2의 한일합방 날짜는 언제로 잡혔을까?
6. 20일 넘게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겹치기로 나라의 기둥에 금이 가는 소리가 짜증을 더하고 있다. 삐그덕 삐그덕 삐그덕… 이러다가 어느 날 꽝 하면 어쩌지?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