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1-에서 계속됩니다.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극작가이자 시인이라 불립니다.
스페인 문학에서 《돈키호테》가 차지하는 위상은 영문학에서 셰익스피어의《햄릿》, 독문학의 괴테가
쓴《파우스트》, 이탈리아 문학 단테의 《신곡》에 비견될 수 있다고 합니다.
총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편은 1605년에 발표되었고 후편은 1615년에 발표되었는데, 공교롭게
도 세르반테스는 그 이듬해에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정로(正路)를 걷는 사람들은 옆길로 새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창조적 일탈’이 란 것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여백’이라고도 부르고 ‘오락’이라고 하고 ‘유머’혹은 ‘창조적 비틀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
다. 《돈키호테》에는 이러한 창조적 일탈 이야기가 많아 여담의 대가라 할 수 있고, 그래서 그를 재미있
는 이야기 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형 인물’이란 케릭터가 생겼는데 소설화된 인물형에 대해 투르게네프가 명명한 분류라고 합니
다.
예의 바르고 교양도 있고 정의롭기는 하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분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며 과대
망상적인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물을 말한다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 보자면 현실의 삶에서도 이런 경우의
사람은 많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돈키호테의 하인으로, 이 정신줄 놓은 영감이 기사질을 하고 다닐 때 종자로 따라다니며 고생합니다. 그
런대로 상식이 있고 사람도 좋지만 돈키호테가 나중에 영지를 얻으면 섬의 영주로 임명해준다고 한 말에
혹해서 그를 따르게 됩니다. 이상과 낭만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에 비해 먹을 것 걱정만 하고
두려움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등 돈키호테와는 정반대인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세르반테스는 이 소설에서 이런 인간형을 그려내며, 650여명의 등장인물들의 삶이 형상화 됩니다.
작품 속에서 산초도 “편력 기사만큼 멋진 직업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이상을 향하여 저돌적인 진격이 우수꽝 스럽기도 하고 처연하
기도 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처절한 벽에 부닥뜨리기 일 수 인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잘못을 고칠 줄 알며,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어쩌면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인생이란 얼마나 허망할까?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
면을 성찰하면서 꼭 읽어볼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요약본만 보다가 그저 미친 노인네의 엉뚱한 모험담을 그린 소설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읽고나서 내게 보이는 것은 광기와 노망에 사로잡힌 노인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현실과 외부세계와
투쟁한 진정한 기사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압권은 돈키호테가 벌인 우스꽝스러운 소동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는 풍차와 벌인 싸움입니다.
평원을 지나던 중 멀리 풍차 30~40개가 나타나자 풍차들을 거인들로 착각하고 로시난테에 박차를 가하
며 달려듭니다. 산초 판사가 그건 풍차일 뿐이라며 만류하지만 어느새 세차게 돌아가던 풍차 날개에 부
딪혀 로시난테와 함께 나둥그러집니다.
진지한 삶의 주제를 오히려 경박한 형식으로 가볍게 던질 때,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경험하기도합니다. 신앙인은 천지만물을 지으시고 지금도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믿기에,
삶의 무거운 주제들을 더욱 가벼운 유모어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편에서 보면 이상과 현실을 모른체 주야장창 아버지 말에 반대로 행하는 나도 돈키호테가 아닐
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쓴 웃음을 지어보기도 합니다.
하늘에서 보시고 계신 하나님이 나를 사랑의 눈으로 보고 계신데도 마치 맹인에게라도 하듯 제 멋대로
행하는 나를 돈키호테 처럼 보시지나 않으실까 생각도 해 봅니다.
전능하시고 무소부재이신 하나님이 나를 보시고 ‘돈키호테 같은 나의 모습’에 얼마나 껄껄 웃으시며 철들
기를 기다리고 계실까? 그런 나에게도 탕자에게 하듯 나와 함께 할께하시자며, 아버지 풀으로 돌아오기
를 눈빠지게 기다리시는 아버지는 그래도 마중나와주시겠지?
“우리는 흔히 엉뚱한 괴짜나 황당한 사람을 두고 ‘돈키호테 같다”고 하지요. 하지만 몰라서 하는 말일 것
입니다. 《돈키호테》 원작을 제대로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처음엔 낄낄대며 웃지
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울게 되는 책이지요.”(번역자 안영옥의 말)
세르반테스가 창조한 돈키호테는 400년이 흐른 지금도 세상 사람들이 친숙하게 화제에 올리는 인물입니
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로 변형되고 재창조되면서 늘 음악. 미술, 연극으로 사람들 곁에
머물러왔습니다.
소설이 발표된 이후 돈키호테는 과대망상에 빠져 어이없는 소동을 일삼는 충동적 몽상가로 회자돼왔습니
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꿈과 이상을 위해 행동을 아끼지 않는 불굴의 인간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
다. 그러면서 우스꽝스럽긴 하나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한번쯤은 그처럼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 돼 버렸습니다.
명대사 아닌 대사가 없지만, 중반부 세르반테스의 피를 토하는 부르짖음은 그야말로 작품의 백미입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면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소?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짓이오!"
데카르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돈키호테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합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돌진하고, 양떼를 군대로 보고 싸우고,. 그가 싸운 괴물의 정체는 당시
스페인의 억압적인 정치 종교 체제입니다. 주인공을 광인으로 설정한 것도 검열이나 법적 구속에서 자유
롭기 위한 장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웃음으로 모든 권위를 해체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 보면서 오늘날도 집권자가 되면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하는데, 그러나 한번도 완
벽한 지도자는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낙원으로부터 좇겨나 구원받아야 할 죄인들
이 살아가는 곳이란 사실을 몽매에도 잊지 말아야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살 것이라 생각합니
다.(2020.9.11)
첫댓글 송규천 2021.01.05 11:54*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공상 소설입니다.현실을 무시한 듯한 행동과 모험으로 엉뚱하기짝이 없고 모든 것이 동문서답처럼 보입니다.그러나 사실은 그 안에 인간의 진면목이 칼끝 같은 문장으로 잘 그려져 있습니다.재미도 있고, 위로도 받고, 잃었던인생의 길도 다시 찾습니다".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독후감 소개올립니다.제가 읽으면서 놓쳤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