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U-22 대표팀 이광종 감독,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장점 섞을 것" [ 2013-12-09 ]

[규형부]

U-22 대표팀 이광종 감독,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장점 섞을 것"  [ 2013-12-09 ]

아시안게임 우승을 바라보는 U-22 대표팀이 드디어 첫 발을 내딛는다 ⓒKFA홍석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 선장으로 한국 축구를 가장 뿌리깊게 이해하는 바로 그 사람, 이광종 감독이 선임됐다. 2000년부터 13년간 KFA 전임지도자로 활약한 이광종 감독은 U-17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차례로 세계 8강에 올려놓은 실력파다.

그는 뚜렷한 색깔이 없고, 성인팀을 지도한 경험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올림픽 대표팀이 아닌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으며 검증을 자처했다.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도 28년만의 금메달을 호언장담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아시안게임 개막을 9개월 앞둔 이광종 감독을 만나 그 자신감에 대해 물어봤다.

- 감독 선임 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바빴을 것 같다.

코칭스태프를 선임했고, 1월 11일부터 경기가 있기 때문에 선수 파악에 주력했다. K리그와 U리그에 가서 선수들을 봤다.

- 지난 ‘2013 FIFA 터키 U-20 월드컵’ 8강 이후 만날 시간이 없었다. 먼저 지난 대회에 대해 듣고 싶다.

4강까지 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아쉬웠다. 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8강이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훈련의 기회나 조직력을 만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프로팀 소속 선수들이 늦게 소집돼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

- 언론에서는 역대 최약체라고 표현했다.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자신감이 넘치셨다.

U-20 월드컵은 성인과 다르다.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U-20 선수들은 완벽히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력만 잘 갖추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언론에서는 우리 팀이 최약체라고 했는데,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11명이 잘 만들어서 경기에 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우리의 경쟁력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선수들은 지도자 말을 잘 듣고, 요구하는 것을 잘 따라오는 편이다. 물론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개인 능력의 차이가 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팀 조직이다. 체력적으로도 우리가 세계 수준보다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 외부에서는 감독님의 최대 장점으로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풍부한 지도 경험을 꼽는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확신하게 된 것도 풍부한 경험 때문인가?

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를 오래 하다 보니까 선진 축구를 공부할 기회도 많았고, 나름대로 노력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더 발전할까, 팀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까 하는 노하우가 나름대로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학원 스포츠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기본기를 배워야 하는데 현실 때문에 기본기를 무시하고 성적 위주의 플레이를 많이 하니까 문제가 된다. 이것을 바꿔야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8강전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졌다. ‘AFC U-19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이라크와 승부차기를 했는데 당시는 이겼었다.

‘AFC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도 이라크와 승부차기를 했기 때문에, 이라크 골키퍼가 우리 선수들의 방향이나 습성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부담감을 가졌다. 경기가 계속 진행 중이니까 선수들에게 승부차기의 방향을 바꾼다거나 다른 것을 요구하기는 어려웠다.

- 이번 터키 대회에서 감독님이 원했던 전력을 얼마나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전력의 8~90%는 한 것 같다. 프로 선수들 소집이 늦어지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 조직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 아쉬웠다. 하지만 8~90% 이상은 했던 것 같다.

경기 중 선수들을 지도하는 그의 눈빛은 언제나 날카롭다 ⓒKFA 홍석균

- U-20 월드컵’은 이제 지난 일이 됐다. 이제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급하지는 않다. 먼저 1월 11일부터 ‘AFC U-22 챔피언십’이 열린다. 그것을 대비해서 12월 중순부터 훈련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선수를 뽑을 지는 머릿속에 다 준비 돼 있다. ‘2011 FIFA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 나갔던 선수들이 주축이 될 것이다. 내년 7월에는 올림픽 지역 예선도 있는데, 그 팀에는 올해 U-20 월드컵에 나갔던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생각이다.

1월 대회를 마치고 나면 3월쯤에 평가전을 할 예정이고, 5월에는 프랑스 툴룽에서 U-21 대회가 있다. 이 대회는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이 참가할 것이다. 그리고 6월에는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훈련할 예정이다. 7월에는 올림픽 지역 예선이 있기 때문에 U-21 대표팀을 소집해야 한다.

- 선임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 우승을 호언장담하신 것이 화제가 됐었다. 상당히 과감하셨는데, 평소 성격은 어떠신가?

내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평소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선수들 대할 때도 그렇다. 내가 솔직해야 선수들도 나를 따라오는 것이다. 밖에서나 안에서나 똑같다.

- 요즘은 언론과의 관계도 전략이라고 말을 한다.

언론에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것이다. 언론도 내가 잘못하면 잘못한다고 써주고, 잘한다면 잘한다고 써주길 바란다. 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 일각에서는 감독님이 성인팀 지도자 경력 부재를 불안해 한다.

전술, 훈련 방법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성인 선수들이 된 이상 이들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선수를 믿고, 선수도 나를 믿어야 된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솔직한 것을 좋아한다.

- 감독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4-4-2를 하지만 사실 포메이션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4-1-4-1이나 4-2-3-1로 변형하는데 수비, 공격시 어떻게 변화를 시키느냐를 훈련할 때 많이 한다. 상대팀에 맞춰서 하는 편이다.

- 이제 성인팀을 맡으시는데 우리의 전력이 높아지는 만큼 상대팀의 전력도 높아진다.

상대팀 분석을 통해서 파악을 해야 한다. 훈련하는 방법도 변화를 줘야 한다. 프로나 성인도 마찬가지다. 훈련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들을 어떻게 잘 컨트롤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와 감독의 신뢰, 나도 선수를 믿어야 되고 선수도 나를 믿어야 된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 그런 면에서 감독님은 ‘덕장’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이라면 지장, 덕장, 용장 세 가지 모두를 갖춰야 된다. 지금은 감독이 피지컬 트레이닝까지 다 하는 추세다. 감독이 피지컬에서부터 심리적인 부분까지 다 통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은 선수단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외부 피지컬 트레이너 정도는 활용할 생각이다.

- 일부 언론에서는 감독님이 성인팀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을 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프로에서 10년이나 활약을 하신 경험이 있다.

억울할 건 없다. 언론에서는 나의 내면적인 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큰 신경은 안 쓴다.

U-20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이광종 감독 ⓒKFA 홍석균

- 선수 시절 K리그에서 10년간 미드필더로 뛰셨다. 미드필더로서 36골 많이 넣었다. 공격적인 선수였나?

그때 미드필더는 체력적으로 많은 요구를 받았다. 내가 체력이 괜찮았다.(웃음)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는 스토퍼를 봤다. 대학교에 가면서는 수비수를 했는데, 갈수록 위로 올라가서 미드필더를 보기 시작했다.

- 그럼 감독님은 수비에 치중하는 편인가?

현대 축구는 수비에 안정을 두면서 공격을 해야 한다. 60%는 수비가 더 중요하다. 문단속을 잘 하면서 공격 하는 것을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수비에 치중을 하면서 공격을 한다. 수비 조직은 전체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만, 공격수들은 개인 위주의 플레이를 많이 한다. 수비에 안정을 두면서 공격 전술로 이어지는 것을 많이 요구한다.

- 감독님의 축구 철학은?

선수가 지도자를 위하는 것이 아닌, 지도자가 선수를 위한 마음 가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선수가 잘 되길 바라고 더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팀 조직도 잘 이루어져서 팀이 더 강해진다.

- 축구팬들은 성적과 동시에 화끈한 경기력을 원한다. 아시안 게임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싶나?

일단 성적은 나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준비 과정이 얼마나 잘 돼 있느냐를 중시한다. 경기력이 좋아야 관중이나 팬도 좋아한다. 경기력이 좋으면 자연스레 이길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수비 조직을 튼튼하게 하면서 공격적으로 빠르게 역습하는 스타일이다. 스페인 같은 경우는 빌드업을 통한 조직적인 축구를 한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섞어서 할 생각이다. 단단한 수비, 높은 점유율, 빠른 공격 세 가지를 복합적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 아시안 게임에는 실력보다 중요한 게 있다. 군 문제에 대한 압박이다.

우리가 꼭 군 면제에 목적을 두고 하면 안 된다. 국민들과 팬을 위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 부분은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선수들이 그걸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고 왔으면 좋겠다.

- 아시안 게임이 홈에서 열리는데 부담은 안 되나?

어느 대회나 지도자가 부담되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성격상 그런걸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조직적으로 좋은 경기를 해서 이길 생각을 하지 부담을 갖지는 않는다.

- 인터뷰 감사하다. 계획대로 차질 없이 팀을 이끌길 바란다.


인터뷰=손춘근

* 대한축구협회 기술정책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13년 12월호 '화제의 인물'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