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오시게
바다의 변두리 상처난 바위 하나
금정산 아래 굴러 서있다
가끔씩 허연 거품 파도만
밀물처럼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자신의 몸 보다 몇 배나 큰
양식을 물고 가는
일개미들의 행열처럼
철문 속 세상에 하루를 밀어 넣고서
주인인양 집을 지은
거미집을 또 걷어내고
흙바닦에 플라스틱 의자들을 깔고
합판으로 만든 좌판 위에 세상을 펼친다
바다 속 세상, 강 속 세상
논과 밭 그리고 산 속 세상들이
사람들 이야기가 듣고 싶어
금정산 아래 좌판 위로 모두 모여든다
교실처럼 정숙하지 않아 신나고
각 맞추어 잘려진 두부 같지 않아 풍성하다
얼큰한 웃음으로 흥정이 오고가고
경상도 사투리가 잉어처럼 퍼득 거리며
배를 딴 횟감의 내장 같은 욕설도 튀겨진다
업보로 몸 받은 사형수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수수뿌꾸미 뒤집는 소리에
옥수수들이 뻥! 환골탈태를 한다
봄이되면 꽃씨들과 묘종들도
우루루 몰려들어
화사한 봄잔치를 펼칠텐데
오늘은 국화빵 사들고
선지국에 소주만 말아 먹는다
산에서 쫏겨 난 까마귀
삶에 쫏긴 까마귀들이
오시게 장터 간이천막 지붕위로 긴 목을 뺀다
쓱쓱 칼 가는 소리에
난전 울타리 밑은
허름한 내 초상화 한 점
카페 게시글
시집(꽃방귀)
오일장 오시게(139)
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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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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