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을 저주하는 입시 전문가들, 그들의 지갑은 어디를 향하는가
교육 시장만큼 각자의 ‘발딛고 선 자리’에 따라 논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곳도 드물다. 최근 유튜브와 미디어를 도배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날 선 비판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교육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순수한 분노인지, 아니면 철저히 계산된 시장의 논리인지 서늘한 의문이 들 때가 많다.
1997년, 대한민국 입시판에 처음 발을 디뎠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 동안 수많은 제도의 명멸을 지켜보았고, 그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대학 간판을 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을 최전선에서 목격했다. 이 긴 세월 동안 현장을 지키며 얻은 가장 뼈아픈 확신은 단 하나다. "대한민국 입시판은 단 한 번도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교육학자들이 외치는 공공성이나 미디어가 포장하는 공정성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한 꺼풀 걷어내면, 그 안에는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의 역학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종을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역설적이게도 학종이 아닌 ‘다른 전형’으로 매달 거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다.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입시 시장의 패권이 어떻게 이동해 왔는지를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의 관점에서 복기해 보면, 지금의 비판들이 왜 순수한 교육적 신념이 아닌 철저히 기획된 '공급자들의 생존 마케팅'인지 그 민낯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1. ‘규격화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자들의 불안감
대형 학원가, 인강 플랫폼, 그리고 점수 위주의 배치표를 파는 전통적인 입시 컨설턴트들에게 학종은 ‘가장 장사하기 까다로운 전형’이다. 시장 경제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은 ‘생산 원가가 낮고 대량 복제가 가능한 상품’인데, 지난 30년간 사교육 시장을 지탱해 온 핵심 상품이 바로 수능과 내신 등급, 논술 같은 정량 평가 전형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딱 떨어지는 점수라는 원자재는 통계 분석이 쉽고 표준화된 상품 제작이 가능하다. "이 점수면 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 교재를 찍어내고, 강의 패스를 팔고, 정시 배치표를 고가에 넘기면 그만이다. 최소한의 원가로 수천, 수만 명의 소비자에게 동시에 판매할 수 있어 마진율과 확장성이 극대화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반면 학종은 정성 평가다. 학생 개개인의 학교 환경, 생기부의 맥락, 면접 역량을 일일이 뜯어봐야 하는 고비용 ‘수공업’ 영역에 가깝다. 대량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학종 중심의 수시 체제가 굳어질수록, 표준화된 강의와 교재로 거대 규모의 이익을 창출하던 이들의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정시 확대와 학종 축소를 부르짖는 이유는 명확하다. 교육적 신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이 걸린 매출의 문제이며, 내 상품이 가장 잘 팔리는 시장의 판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2. 유튜브 알고리즘과 대중의 ‘분노 마케팅’
시장이 오프라인 학원가에서 유튜브와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확증편향의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대중의 감정은 더욱 손쉽게 자본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서 학종은 공급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마케팅 소스’로 소비된다. 대중은 복잡한 제도적 보완책보다 선명한 분노에 더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다", "금수저들만의 리그다"라는 프레임은 교육 불평등에 지친 학부모와 수험생의 감정을 자극해 조회수와 구독자를 폭발시키는 최고의 치트키다. 공정성이라는 매력적인 외피를 두르고 학종을 때릴수록 조회수는 폭발하고 구독자는 늘어나며, 이는 곧 강력한 인플루언서 권력과 광고 수익으로 치환된다. 공정성이라는 도덕적 명분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장사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외치는 ‘수능 위주의 공정성’은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아픈 구석을 교묘하게 가린다. 수도권 대형 학원가의 인프라를 누릴 수 없는 지방 일반고 학생들에게, 학종마저 사라진 정시 중심의 입시판이 과연 얼마나 가혹한 전쟁터가 될지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조회수라는 이익 앞에서는 지방의 교육 현실도, 공공성을 잃어버린 공교육의 붕괴도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비판을 동력 삼는 ‘공포 마케팅’의 역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더 기이한 풍경도 목격된다. 명함에는 ‘학종 전문가’라고 파놓고, 정작 대중 앞에서는 학종의 불공정함과 모호함을 앞장서서 성토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비판은 고도의 ‘공포 마케팅’이다. 학종이 이토록 복잡하고 불공정하며 예측 불가능하니, 혼자 힘으로는 절대 갈 수 없고 결국 ‘나 같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주입하는 것이다. 제도의 허점을 과장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극대화할수록,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강해지고 그들의 독점적 컨설팅 단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친다. 제도를 흔들어 불확실성을 키울수록 공급자의 희소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시장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4. 포지션(Position)이 프로포지션(Proposition)을 만든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크스는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1997년부터 이 바닥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입시 시장도 정확히 이 명제대로 움직인다. 각자가 입시 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위치(Position)’가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Proposition)’를 결정할 뿐이다.
수능 강의를 팔아야 하는 자는 수능의 공정성을 외치고, 고가의 밀착 컨설팅을 팔아야 하는 자는 학종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교육적 정의(正義)의 색깔은, 사실 그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전형의 색깔과 정확히 일치한다. 입시가 시장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한, 전형에 대한 순수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존재하기 어렵다. 담론 자체가 이미 거대한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기획되기 때문이다.
학종이 완벽한 전형은 결코 아니다. 고쳐야 할 불투명성과 보완해야 할 격차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러나 제도의 치명적 결함을 고치는 것과,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제도 자체를 악마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우리가 입시 전문가나 유튜버들의 화려한 언변 뒤에 숨은 ‘수익 구조’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가 겪은 30년 입시판의 역사 속에서 나를 비롯해서 그들이 겨눈 화살은 단 한 번도 교육의 모순을 향한 적이 없다. 그들이 겨누는 화살의 끝이 교육의 미래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마르지 않는 밥줄인지 분별하는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언제나 더 많은 수요자를 내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교한 과녁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