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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들 동식(가명·15세)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아이들과 달랐습니다. "다른 얘들과 달리 어쩐지 걸음마도 늦고 말하는 것은 더욱 어눌했습니다." 조바심을 갖고 5살까지 기다렸으나 말은 커녕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박씨 부부는 그동안 의심을 했지만 쪼달리는 생활때문에 병원에 갈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딸 동순(가명·13세)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동순이 역시 오빠인 동식이와 처음부터 똑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맑지못한 눈망울,세 돌이 지나도록 "어버버"하는 불완전한 발음,잘 기지도 못하는 성장장애 등 마치 붕어빵처럼 오빠를 닮은 것입니다.
동식이는 현재 정신지체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순이는 어려운 형편때문에 아직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믿음직스럽던 남편마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잃고,하루하루 하던 노동일도 수시로 빼먹더니 급기야 췌장염과 간경화로 덜컥 입원까지 한 것입니다.
박씨는 하루도 아이들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 남매를 잘 키워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생활은 매일매일 힘겹기만 합니다.
안좋은 일이 계속 쌓이면서 박씨 마저 마침내 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희멀건 눈동자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박씨는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지는 듯한 두통을 느낍니다.
당연히 가정경제는 빚에 쪼들려 엉망이 된지 오래입니다. 영도 청학동 고지대 골목골목을 누비며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박씨의 모습은 이곳 주민들에겐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없는 가정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박씨는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가겠다고 거듭 다짐을 해봅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도 다시 용기를 냅니다. 박씨가 건강해야 가족을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순백·영도구 청학1동사무소 사회복지사(051-415-1307) △지난 9일자 혜경이 이야기 67명의 후원자 532만4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