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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생존21c - 지진,재난,재앙,대공황,전쟁,사고로부터의 생존스쿨 원문보기 글쓴이: 천군만마(서울)
재난대비 상처 봉합술 -7 (최종)
이제까지 6편에 걸쳐 일반인 프레퍼가 평시가 아닌 극단적 재난 시에 직접 할 수 있는 상처 봉합술의 기초 지식과 준비할 의료기구 및 약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이제까지 살짝만 언급하고 지나갔거나 다루지 않았던 상처 봉합술과 관련된 사항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혈과 상처세척 및 소독]
피부가 찢기거나 베이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응급처치는 지혈입니다.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를 이용하여 직접 압박법으로 지혈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되도록이면 맨손으로 상처부위를 만지지 않도록 합니다. 압박 시 너무 약하지 않고 일정한 강도로 압박하는데, 10분 이내에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압박의 강도가 약했거나 압박부위를 잘못 선택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압박부위를 더 넓게 하고 강도를 더 세게 해서 다시 10분 이상 압박합니다. 이렇게 해도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는 유전적으로 혈우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혈액응고방지제 또는 용혈제를 투여받고 있는 환자이거나, 내부 장기나 큰 혈관의 손상이 있어 압박력이 작용할 수 없거나 한 경우로, 응급수술 외에는 지혈을 할 방법이 없는 중상인 것입니다. 단, 눈 손상의 경우나 상처 내에 이물질 등이 보이거나 두개골 골절의 경우는 직접압박을 가하면 더 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지혈을 목적으로 상처에 시중 약국에서 흔히 파는 분말형 지혈제나 연고(후시딘이나 마데카솔 같은 것 포함), 또는 기타 물질들을 바르거나 뿌리는 것은 절대 금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전쟁영화에서 보듯이 무슨 가루를 뿌려 넣어서 지혈하려고 하는 것은 총상이나 파편상을 입어 내부 장기가 손상되어서 압박지혈을 할 수 없는 경우에나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일이지, 단순히 찢어지거나 베인 상처에 쓸 지혈법은 절대 아닙니다. 꼭 명심해야 할 것은, 피부 상처가 깨끗하게 아무는 데에 최대의 적은 흡수되지 않는 이물질이라는 점입니다.
상처가 생긴 원인이 무엇이든 외과적 수술을 위해 무균적 처치에 의한 절개가 아닌 이상에는 필시 오염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상처 내에 육안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핀셋 등으로 제거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감염도 우려되므로 지혈이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충분한 양의 멸균 생리식염수로 씻어내야 합니다. 단, 컨택트 렌즈 세척용 식염수(아이콘액, 크린투액 등)에는 부패방지용 보존제가 들어있으므로 상처 세척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멸균 생리식염수가 없을 경우는 흐르는 수돗물에 씻어내도 됩니다만, 여의치 않을 때에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시판 음료수나 도수가 낮은 술도 세척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위스키나 보드카 같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상처에 지나친 자극을 줘서 극심한 통증이나 조직 세포의 탈수를 유발하므로 해로울 수 있습니다. 입으로 상처를 빨아내는 것은 더 심하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세척제를 사용하든 목표는 ‘완벽하게 깨끗한 소독(Completely clean wound)’입니다. 다시 말해 이물질이 먼지 하나도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물질이 남은 경우에는 상처가 곪아 아물지 않거나, 다행히 아물어도 피부 내에 남은 흙이나 미세한 아스팔트 조각 등의 주위로 육아조직이 많이 생겨 울퉁불퉁하고 보기 싫은 흉터를 만들거나 문신처럼 영구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적절하고 충분한 상처세척을 한 후에는 봉합하기 전에 소독을 해야 하는데, 상처 소독에 흔히 쓰이는 소독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고, 결론은 포비돈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1. 포비돈 아이오다인
포비돈 아이오다인은 상처 부위의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살균 소독제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 베인 상처, 긁힌 상처, 찢어진 상처, 화상, 수포 등에 응급 처치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술 전후의 피부 세척, 상처, 궤양, 화상 부위의 감염 예방 및 치료, 욕창과 체성궤양의 감염 치료, 칸디다균이나 트리코모나스와 연관된 질염의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됩니다. 피부나 점막에 대한 자극성이 아주 낮고, 조직세포를 손상시키는 것도 거의 없습니다. 응급한 경우에는 치료나 수술에 사용할 기구를 살균 소독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용액이 말라붙어도 살균력이 유지됩니다.
박테리아는 포비돈 아이오다인 저항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으며, 균류나 바이러스 등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살균력이 있는데, 포비돈 아이오다인에 대한 과민률은 전체 인구집단에서 겨우 0.7%밖에 되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독 목적의 포비돈 아이오다인은 7.5~10.0% 농도로 용액, 스프레이, 연고, 솜, 거즈, 일회용 면봉 등의 형태로 만들어져 일반적으로 포비돈 아이오딘 또는 베타딘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데, 2.5%(통상 농도의 1/3 ~ 1/4)로 희석한 완충용액은 임균이나 트라코마 클라미디아균에 의해 감염될 경우 실명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신생아 결막염 예방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원액을 직접 눈에 발라서는 안 됩니다.
이 소독제의 특징은 큰 상처를 통해 흡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주 심한 화상이나 광범위한 상처부위에 적용했을 경우 요오드 과량 흡수에 따르는 갑상선 기능 이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 때 신장기능이 정상인 경우엔 모두 신속히 배설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갑상선 기능 이상자들이나, 신장기능 이상자가 과량, 장시간, 넓은 부위에 사용할 때에는 의사의 감독 하에서 사용하여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신생아의 배꼽 소독에도 적당치 않습니다. 요오드의 체내 흡수로 인한 갑상선 기능의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포비돈 요오드액의 겉포장 사용설명문에 ‘신생아 및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사용금기’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알아둘 것은, 포비돈 아이오다인은 전쟁용 독가스인 머스터드 가스로부터 피부 손상을 감소시키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2. 과산화수소수
흔하게 접하는 소독약인 과산화수소수는 상처에 발랐을 때 거품이 뽀얗게 끓어오르는 특징 때문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소독약이며, 흔히 옥시풀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3% 과산화수소 용액인 옥시돌(Oxidol)의 상품명입니다. 과산화수소의 화학식은 H2O2로, 수소 두 원자와 산소 두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인데, 산소 한 원자만 떨어져 나가면 안정된 물로 변하는 상태라 꽤 불안정하게 존재합니다. 카탈라제라는 효소를 만나면 산소원자를 내어놓게 되는데 이를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 혹은 발생기산소라고 하며 이 산소원자는 강한 산화력을 통한 광범위한 살균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 어디에나 발라도 거품이 발생하고 소독이 이루어질까요? 그건 아닙니다. 카탈라제는 우리 몸의 혈액, 조직액, 농(膿:고름)에 존재하는 효소입니다. 그러므로 과산화수소 용액을 상처 이외에 다른 곳에 바르면 거품이 발생하지 않고, 거품이 발생하지 않으면 소독효과가 없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딱지가 생긴 상처위에 바르는 것도 소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활성산소의 산화력을 통한 살균효과는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정상적인 대사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무차별적입니다. 따라서 과산화수소수는 봉합하려는 상처의 소독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상처 치료에 쓰일 핀셋이나 가위 등, 기구에 과산화수소를 부어 소독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핀셋이나 가위에는 카탈라제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활성산소의 살균력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겁니다.
3. 소독용 알코올(에탄올)
알코올 소독제는 주로 에탄올(에틸 알코올)을 사용합니다. 휘발성이 상당히 강하며 주로 그람양성균 및 음성균과 결핵균까지 사멸시킬 수 있으나, 바이러스나 진균(곰팡이)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처에 바르면 자극이 상당히 심하며 조직의 손상 또한 많아서 봉합할 상처의 소독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과산화수소수와는 달리 그 자체로 소독이나 살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료용 기구의 살균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합니다만, 처치나 치료 수술에 쓰일 기구들이라면 알코올 소독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압증기멸균법이 아니면 완전한 멸균 상태를 기대하지 못합니다.
[무균적 처치]
병의원에서 행하는 일반적인 수술 과정도 엄밀하게 말하자면 무균적 환경은 아닙니다. 수술 부위는 물론 각종 진료장비도 멸균된 소독포로 덮고 멸균된 기구를 사용하지만, 반도체 제조공정에 이용되는 클린룸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실내공기 조건과 의료진의 몸과 의복에서 발생하는 먼지에는 필연적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일반인 프레퍼가 극단적 재난상황에서 상처를 봉합하는데 평시 병의원의 수술실과 같은 수준의 위생적 처치를 할 걸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위생적 환경과 시술은 분명히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쉬우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면 권장되는 시술환경>
① 시술자 손 세척 및 소독 후 수술용 멸균 글러브 착용.
② 시술자는 마스크 및 두건 착용.
③ 환부에 수술용 멸균된 방포를 깔고 공포를 덮어 오염 방지한다.
④ 멸균 상태의 수술도구 및 봉합사 사용.
⑤ 시술에 사용하는 기구는 준비와 사용단계 모두 멸균된 트레이에 놓아 오염을 피한다.
<모든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임기응변적 시술환경>
① 시술자 손 세척 및 소독 후 수술용 멸균 글러브 착용. (동일)
② 환부 아래쪽 바닥에 깨끗한 천을 깐다.
③ 환부와 주변 피부 및 바닥에 깐 천까지 포비돈을 광범위하게 도포한다.
④ 멸균 상태의 수술도구 및 봉합사 사용. (동일)
⑤ 기구 멸균 포장재의 내면을 펼쳐서, 기구를 놓을 멸균 트레이 대용품으로 활용한다.
⑥ 시술 중에 봉합사나 기구가 포비돈이 도포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한다.
※ 멸균 포장된 기구가 없을 때에는 봉합에 사용할 기구를 포비돈으로 잘 닦아 사용해도 됩니다. 물론 고압증기멸균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끓는 물에서 열탕소독을 한 것 보다는 더 나은 수준이 됩니다. 하지만 니들홀더나 가위 등의 기구에 바른 포비돈이 마르면 가동부분이 약간 뻑뻑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다시 말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모든 것이 결여된 극단적 상황에만 적용되는 편법입니다. 평시라면 당연히 의료기관으로 달려가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겠지요.
※ 위의 ⑥항과 관련하여, 제가 1편에 올린 동영상을 약간 재편집해서 다시 올립니다. 봉합사를 다루는 법과 관련된 세 군데 주의사항을 잘 보시길 바랍니다. 배경음악을 삽입했으니 주변을 의식해야 하는 경우에는 mute를 누르고 보시기 바랍니다.
[봉합 후처치]
1. 항생제 사용
항생제의 종류와 사용법을 상세히 알아보는 것이 이 글의 목표도 아니고, 내용도 너무 방대해져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합니다만, 오염된 것이 분명하다고 보이는 상처에 항생제 사용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우선은 값도 싸고 중간 범위의 스펙트럼을 가진 1차 항생제 중 경구투여용 아목시실린 제제가 아직 유효하지만, 점차로 내성균주가 많아지는 추세이므로, 상처가 낫지 않으면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2차 항생제로 바꿔 써야 할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일정 기한이 지나면 유효성이 떨어져서 폐기처분하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 약이므로,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3차 항생제로 분류되는 메치실린이나 반코마이신은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을 경우 최종적 수단으로 감염내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하는 약이니, 일반인 프레퍼로서는 눈독들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상처 드레싱
드레싱은 상처를 물리적으로 보호하고 움직여지지 않도록 고정하며,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차단하고, 분비물을 흡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1) 드레싱 재료
① 거즈: 반드시 멸균된 거즈라야 합니다. 흔히 약국에서 살 수 있음.
② 소독약: 베타딘을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클로로헥시딘을 추가로 준비하면 좋음.
③ 반창고: 면 반창고나 종이 반창고가 좋음.
④ 붕대: 2인치와 4인치 넓이의 탄력붕대를 준비하면 거즈 위를 감기에 적당합니다.
⑤ 특수한 드레싱 재료: 메디폼, 테가덤 등 - 거즈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최근에 판매되고 있는 습윤 드레싱 재료임. 거즈보다 더 좋긴 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⑥ 핀셋과 가위: 멸균된 상태라면 좋겠으나, 여의치 않을 때에는 냄비에 넣어 물을 붓고 가열하여 10분 이상 삶은 다음, 뜨거운 상태에서 물을 따라내고 건조시켜 사용합니다. 핀셋과 가위의 손잡이 부위만 손을 대도록해야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급히 기구 소독이 필요할 때에는 포비돈으로 잘 닦고 사용하면 됩니다.
(2) 봉합 후 문제가 있는 상처
① 상처 감염
상처 봉합술 후 가장 흔히, 그리고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창상 감염입니다. 창상 감염이 발생하면, 치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손상이 가중됩니다. 창상 감염의 증상과 징후는, 열상 상처와 주변 부위가 붉게 발적되면서 부어오르고, 화끈거리거나 둔한 통증이 발생하며, 상처 위를 톡톡 건드리면 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던 분비물이 나오는 것도 징후가 될 수 있습니다. 창상 감염이 발생하면 상처를 다시 열고 내부에 있는 고름을 제거하고 심하게 감염된 조직을 절제해 주어야 합니다. 상처가 깨끗해질 때까지 벌려두어야 하기 때문에 수축으로 인한 변형이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흉터도 더 많이 발생합니다.
② 출혈 및 상처 벌어짐
봉합한 상처에 충격을 주면 약하게 붙었던 열상이 다시 벌어지면서 출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7일 후 봉합사를 제거한 뒤에도 상처는 아직 충분히 튼튼하게 접합된 것이 아니므로 상처에 충격이 가지 않게 보호해야 합니다. 상처 부위를 예기치 않게 책상 모서리 같은 곳에 부딪혀 상처가 벌어지면 즉시 재봉합을 고려해야 합니다.
[봉합사 뽑기(발사, stitch-out)]
일반적으로 얼굴은 5~7일, 기타부위는 1~2주 후에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봉합사의 역할은 봉합면이 충분히 힘을 가질 때까지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상처가 벌어지지 않는 힘이 오래 작용할수록 반흔(흉터)이 적게 생기는데, 그렇다면 봉합사는 늦게 제거할수록 좋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 반대입니다. 우선 봉합사는 이물질이기 때문에 오래 있을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져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봉합사가 창상을 어느 정도 당기고 있기 때문에 봉합사에 의한 자국이 남는 것입니다. 흔히 주변에서 복부에 수술을 한 자리를 보면 창상면 주위로 마치 지네발 모양으로 봉합사가 원래 있었던 모습 그대로 재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거시기를 넘기지 않고 뽑아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반흔(흉터)이 문제가 아니라 상처의 특성상 봉합사를 그대로 두어야만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요.
[흉터 작게 만들기]
아무리 애써도 흉터가 크게 남는 곳이 있습니다. 가슴중앙선, 어깨, 견갑부 등, 이런 부위의 공통적인 특징은 늘 당겨지고 움직이므로 장력이 걸려 있는 곳입니다. 흉터가 커지는 섬유아조직(fibroblast)이 계속 증식하는 이유는 자연적 보호본능으로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인체가 방어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창상이 당겨지게 되면 벌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섬유아조직을 증식하라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결국 창상에 걸리는 장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테이프를 붙이는 것입니다. 테이프는 봉합과 동시에 붙일 수 있는 멸균된 것도 있지만 고가이며, 발사와 동시에 봉합사 자리에 의료용 종이 테이프를 창상의 방향과 직각으로 되도록 피부를 모아서 붙이면 충분합니다. 창상의 재구성(remodeling)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까지 진행되지만, 대개 발사 후 3개월까지 테이프를 붙이고 있으면 합리적입니다.
최근 histoacryl이란 성분으로 ‘실로 봉합하지 않고 붙인다’는 제품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의 경우 간단한 상처를 봉합하는 데에도 협조가 될 리는 만무하고 국소마취제를 주사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에 비교적 안전하고 어느 정도의 결과가 보장되는 데에는 아주 적합하고 좋은 제품입니다. 특히 발사할 필요가 없어 환자를 다시 한번 괴롭힐 필요도 없고,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창상을 붙이고 있기 때문에 장력을 유지하는 데도 탁월합니다. 또한 제품의 특성상 방수효과가 거의 완벽하여 샤워를 하거나 심지어 간단히는 목욕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널리 사용될 수 있으나 이는 어느 정도의 질은 보장할 수 있는 반면 제대로 창상의 절단면을 맞추는 데에는 실로 봉합하는 것에 비해 부족합니다.
또한 창상 절개면 사이의 틈에 스며들어가 아무리 절단면을 잘 맞추었다 해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틈에 hitoacryl이 끼어들어 있어서 오히려 절단면이 서로 붙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완벽한 방수효과는 오히려 창상 내부에서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돼야 할 피와 삼출액을 상처 내부에 고이게 해서 상처의 치유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종 화학성분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가려운 나머지 자다가 긁는 경우 떨어져나가 창상이 다시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제품들은 통상적인 상처 봉합의 용도보다는 봉합사로 봉합하기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잘 선별하여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응급처치용 구급낭 꾸리기]
1. 멸균 패키지
처음부터 멸균 처리된 포장제품으로 나온 봉합사는 따로 멸균처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니들홀더나 핀셋 가위 등, 수술기구는 반드시 멸균처리를 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멸균 패키지는 두루마리(roll) 형태로 된 것을 원하는 크기로 잘라 양쪽을 열 접착기로 봉해 써도 되지만(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렇게 씀), 일반인 프레퍼로서는 일정 규격으로 만들어져 한쪽에 셀프 씰링 점착테이프가 붙은 것을 쓰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오픈마켓의 의료기상에서 낫장으로 팔기도 하더군요. 이런 패키지로 소독하려면 반드시 고압증기멸균기(Autoclave)를 사용해야 합니다. 대안으로는 식품 장기보관용 병조림 압력솥(Pressure canner)을 사용해도 됩니다만, 수증기가 아닌 물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롤(roll) 멸균 파우치를 잘라 밀봉한 것 >
< 낫장으로 된 셀프 씰링 멸균 파우치. 좌측 끝 부분에 점착제가 묻어 있음 >
2. 일회용 멸균제품
시중의 의료기상이나 옥션, G마켓, 11번가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멸균제품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가격은 많이 비싸지는 않지만, 소량으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들도 있으니, 구입하기에 망설여지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멸균제품도 유효기간이 있으니 잘 알아보고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3. 휴대용 구급낭
가정이나 차량에서만 보관하려면 플라스틱 구급상자에 넣어두면 되겠지만, 불가피하게 이동해야 할 경우 부피와 무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멋있게 꾸리기에는 택티컬 구급낭도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도 않고 크기도 너무 작거나 큰 것이 많아, 벅아웃 백에 넣을 구급낭으로 저는 아래 사진과 같은 여행용 세면도구 보관 백을 권합니다. 가격은 3만 몇천원 하고, 트레블메이트에서 팝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해외에서 키트로 파는 응급처치용 구급낭 세트는 의료기구를 멸균 패키지 상태로 보관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마치는 글>
제가 연말이라 마무리해야 할 일도 많고 여기 저기 모임도 많아 글이 좀 늦어졌습니다. 그동안 지루하고 긴 글에도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생존 준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연재 글의 내용 중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질문해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