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8 – 3. 31 강북삼성병원 갤러리 (T.010-7767-0927, 종로구 새문안로)
시간의 흔적 traces of time
권의철 36회 개인전
글 : 장서윤 기자 (前,月刊 美術世界)
한국적인 추상을 선보여온 권의철(權義鐵)
권의철 작가는 2세대 단색화 (Dansaekhwa) 작가로 불려지고 있다. 작가는 단순한 캔버스안에 마치 암각화와 같이 새겨진 문양과 독특한 패턴의 조형 언어를 창조하여 독자적인 權義鐵的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그간 <히스토리(history)> 연작에 몰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간의 痕迹 (traces of time)>연작을 선보이는데 그가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있는 오래된 비석에 새겨진 문양, 그리고 비석의 표면을 덮고있는 억겁의 시간을 뚫고 나온 듯한 까끌한 질감은 <시간의 흔적(traces of time)>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히스토리라는 역사성보다 시간의 흐름들이 조형세계에 남긴 흔적들에서 권의철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것일까 ...작가가 캔버스 위에 쌓아올린 중첩과 반복은 총체적인 하나의 역사로 남기 이전에 작가의 예술적 고뇌와 노동이 담긴 흔적이기도 하다.
그 흔적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까끌하면서도 녹진한(soft and sticky) 촉감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에게 인생이라는 시간의 흔적(Traces of time)을 되새기게 한다.
그의 작업에서 단색화(Dansaekhwa)의 〈히스토리(history)〉 시리즈는 외관상 단색조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종종 한국의 단색화 장르로 분류되곤 했다. 그가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비석과 같은 유적에 새긴 문자와 문양이지만, 비구상적인 단색화로 구현된 작품이 일반적으로 단색화라 칭해지는 작품들과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색조의 단순함은 그가 반복적으로, 혹은 구도적인 자세로 마치 기도하듯 한 자 한 자 새겨가는 문자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경’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실로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는 작품에 ‘단색화’라는 하나의 개념을 두름으로써 그 가능성들이 차단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2세대 단색화 작가라고 불리더라도, 그것이 그의 전부인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 지닌 의미를 더 다양하고 유의미하게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traces of time 20-05, 71.0x71.0㎝, Mixed media, 2020
권의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1974년 제23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서 단색화로 데뷔, 이후 1984년까지 일곱 번이나 입선한 한국의 대표적인 국전 작가라 할 수 있다. 즉, 그의 시작은 한국화를 본질로 두고 기본 뼈대로 삼아 예술가로서 새로운 실험을 지속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그의 관심이 ‘한국적 추상’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권의철 작가는 1976년 한국화 추상그룹인 ‘현대차원전’에 참여하면서, 한국화의 기법인 필묵과 평면적 구도는 물론 정신성을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입체추상. 물론 입체추상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화의 특징 중 하나가 평면성이라는 점, 그리고 수묵의 번짐과 필묵의 변주라는 점에서 두터운 질감과 형태감이 드러나는 입체추상은 확실히 전통적인 한국화와는 다른 것이었다. 작품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오래된 비석과 그 돌에 새겨진 글자와 문양 또한 그가 추구해온 형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마치 비석의 표면과 같은 까끌함, 그 단단한 돌을 뚫고 나온 알 수 없는 글씨들의 흔적.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건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이다. 비석 위의 흔적처럼, 권의철 작가의 작품도 예술가로 살아온 작가의 흔적이리라.
traces of time 20-06, 71.0x71.0㎝, Mixed media, 2020
글 : 권의철 작가노트
실제하지 않는 意想의 세계를 꿈꾸며...
Dreaming the ideal world not to exist.
From the historical moment.... Traces of time
나의 작업은 오랜 세월의 風霜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물의 痕迹에서 motive를 찾는다. 그 형태의 일그러진 形象과 물성의 원형질적인 현상 등에서 나의 심미안(審美眼)과 나만의 사유공간(思惟空間)을 통해 발현되는 사고의 영역을 접목시켜 지우고 또 칠하며 修行하듯이 하나의 창작된 화면이 표출될 때까지 반복하며 도상화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언제나 역사물에 대한 실재하지않는 權義鐵的 意想의 세계를 꿈꾼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때로는 시행착오(試行錯誤)가 생기거나 판단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형태미(形態美)가 나올 때에는 다시 실험(repeatability) 시도한다. 그 후 또 다른 idea 확장을 통해 겹침이나 중첩을 시켜 물성이 지닌 속성(屬性)과 본래 의도한 flatness 구도의 deformer를 통해 나의 조형언어가 흐르는 message의 작품으로...마무리를 하기위하여 항상 苦惱(고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