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면암
山中何所有(산중에 무엇이 있냐구요)
嶺上白雲多(산마루에 흰 구름이 많지요)
只可自恰悅(다만 홀로 즐길 뿐)
不堪持與君(님에게 가져다드릴 수 없네요)
--- 도홍경(陶弘景),「임금께서 산속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 시를 지어
답하다(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
▶ 산행일시 : 2010년 7월 17일(토), 비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드류, 동산, 대간거사, 감악산, 사계, 상고대, 선바위, 백석,
베리아, 인샬라, 가은, 하늘재)
▶ 산행시간 : 11시간 30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이동시간은 제외)
▶ 산행거리 : 도상 24.6㎞(1부 13㎞, 2부 11.6㎞)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2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11 ~ 04 : 10 -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 산행시작
05 : 00 - 비선대(飛仙臺)
05 : 56 - 귀면암(鬼面岩)
06 : 35 - 양폭(陽瀑) 대피소
08 : 15 - 비선대(飛仙臺)
09 : 10 - 소공원 주차장, 1부 산행종료
10 : 12 -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古沙里), 2부 산행시작
11 : 22 - △744.2m봉
11 : 26 ~ 11 : 49 - 허군재(許君峙) 부근, 점심식사
13 : 43 - 한석산(寒石山, △1,119.1m)
14 : 01 - ├자 갈림길, 직진은 임도, 오른쪽으로 감
14 : 20 - 임도 지나는 안부
14 : 58 - 매봉(1,066m)
16 : 05 - 임도
16 : 42 -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古沙里) 피아시마을, 산행종료
20 : 35 - 동서울 강변역
2. 비선대 위 장군봉
▶ 양폭(陽瀑) 대피소
국립공원 설악산의 설악동 소공원은 신흥사에서 접수하였나보다. 오밤중에도 신흥사에서 문화
재관람료를 징수한다고 소공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1인당 대인 2,500원. 관람할 수 있는 문
화재가 무엇인지 아무 소개 없다(내 공부 게을리 한 탓이기도 하다). 그럴진대 문화재가 이 오
밤중에 보이냐 보이지 않느냐가 대수랴. 매표소에 붙여있는 사진은 범봉 주변의 운해에 잠긴 만
학천봉이다.
작년 2월 겨울 밤중에 신흥사 일주문 옆 주차장까지 우리 차(25인 버스)로 진입했던 터라 오늘
도 매표원에게 그리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여 차량출입구로 차를 몰고 갔는데 차량출입통
제원이 버스는 안 된다고 막는다. 선바위 님이 따로 떨어져있는 매표원에게 다시 다가가서 어찌
된 일이냐며 따진다.
밖은 비 내리기 시작한다. 차안에서 선바위 님의 빗속 활약을 구경한다. 매표원과 자칫하면 눈
찔릴 것 같은 삿대질이 한참 교대로 오간다. 선바위 님이 혼잣말로 쌍소리 하는 것을 귀 밝은 매
표원이 들었다. 언쟁 전선이 엉뚱한 데로 이동한다. ‘가겠다, 못 간다’가 아니라 ‘욕 했냐, 안 했
냐’로. 급기야는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로 발전하고, ‘할 테면 해라, 오냐, 하
마’로 나아간다.
사후평가 결과, 반말과 욕설을 한 민원인에게 똑같이 대응한 공무원에 대해 인권교육을 하라고
소속 기관에 권고했다는 엊그제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를 들이대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
다. 대형버스에 내린 일단의 등산객들이 우장 갖추고 출발하는 것을 보고 은연중 다급해진다.
갑자기 폭우라도 내려 등산을 통제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04시 10분. 우리도 헤드램프 불 밝히고 출발한다. 소공원 광장 지나며 우러러보는 권금성 주변
의 준봉들 실루엣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일주문 넘고 주무시는 청동대불 앞을 조용히 지난
다. 아까부터 쌍천은 요란했다. 큰물로 흐르는 굉음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예리하게 들린다.
다만 저항령계곡은 자갈 수두룩하도록 밭아 적이 위안이다.
이름뿐인 와선대를 거센 물소리로 귀 먹먹하여 지나고, 비선대에서는 모양으로나 소리로나 나
이아가라 폭포를 연상한다. 무지개다리 건넌다. 금강굴 마등령 쪽 열린 철망문을 잠깐 쳐다보고
천불동계곡으로 향한다. 날이 드는가? 비 그친다. 더워 비옷과 스패츠 벗는다. 뒤돌아보는 비선
대 장군봉 모습이 ‘嶺上白雲多(산마루에 흰 구름이 많지요)’ 그대로다.
3. 장군봉
4. 칠선봉
5. 천불동계곡
6. 왼쪽이 귀면암
7. 천불동계곡 주변
8. 천불동계곡 주변
9. 천불동계곡 주변
10. 천불동계곡 주변
드디어 설악골 입구다. 오늘 산행코스는 이 설악골로 가서 마등령 올라 곰골 들렸다가 저항봉
넘어 능선 타고 백담사로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입구부터 계류가 철철 넘친다. 갈 수 있을까?
하늘재 님과 선바위 님이 살피러간다. 숱하게 계류를 건너야하고, 범봉 근처에서는 가파른 대슬
랩의 계절폭을 올라야한다. 물론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고서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머리 맞대고 숙의한 결과 설악골 등산은 불가! 나 혼자라면 갈 수 있겠는
데… 하늘재 님의 아쉬움이 진하다. 그렇다면 공룡능선 가서 오세암으로 내릴까? 너무 재미없
어 채택불가! 대안으로 준비했던 한석산으로 귀결한다. 끝청 넘어 한계령에서 이동할 것이냐,
대청봉 넘어 오색에서 이동할 것이냐. 이 난제는 양폭에서 저절로 풀렸다.
데크 계단이거나 돌길. 영 마뜩치 않는 이 등로를 주변 가경 감상으로 잊는다. 귀면암을 자세히
본다. 금강산 귀면암에 비하면 순한 모습이다. 오련폭포는 대폭 이련폭포로 변했다. 비는 그쳤
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내심 설악골 가지 않기 잘했다는 근거를 마련하려고 애쓴다. 이렇게 쏟
아지는 비와 얕은 골골마다의 계절폭은 그 훌륭한 근거가 된다.
양폭대피소. 설악산관리공단 직원이 막는다. 더 갈 수 없단다. 비 내려 06시를 기해 입산통제령
이 떨어졌단다. 맥 풀린다. 몰래 만경대로 올라 화채봉 들렸다가 대청봉으로 내빼버릴까, 무너
미재로 잠입할까. 여러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희운각, 중청봉, 대청봉에서 지키고 있을 관리공단
직원을 피하기 어렵다는 중론으로 뒤돌아선다. 분하다. 지난날 우리 산행 중 이런 일이 있었던
가? 기억에 없다!
설악동에서 차로 이동하여 한석산으로 가기로 한다. 소공원 매표소에서는 가게 하고, 양폭대피
소에서는 더 못 가게 막고, 와선대부터 문 연 음식점에서 술이나 실컷 푸고나 가시라는 서로 짠
수작이 아닐까 의심한다. 동동주 파전이 암만 냄새 구수히 풍겨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일부
일행이 설악산 유람으로 계조암 흔들바위 알현하고 울산암 올랐다가 달마봉 넘어 속초 대포항
으로 내리자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그러고도 남는 긴긴 오후 한나절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에
막혔다.
11. 천불동계곡 주변
12. 양폭
13. 양폭대피소에서, 왼쪽부터 베리아, 가은, 사계
14. 천불동계곡 주변
15. 장군봉
16. 장군봉
▶ 한석산(寒石山, △1,119.1m), 매봉(1,066m)
이런, 설악동 오자 땡볕 난다. 물론 볕 난다고 금방 입산통제를 해제할 리가 없겠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권금성에는 케이블카 오간다. 차창 밖으로 울산암 뒤태 보고 또 보며 미시령
터널을 지난다. 닭병 걸린 듯 꾸벅꾸벅 졸다가 31번 국도 타고 소양강 상류 거슬러 고사리로 들
어간다. 인제대수련원 근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간다. 내린천 레프팅 명소라 골 깊도록 고
급스런 펜션이 즐비하다.
허군재 아래 △744.2m봉을 겨냥한다. 생사면에 붙는다. 비로소 우리 길이어서 우선 반갑다. 잡
목 숲 뚫고 간벌한 사면에 들어선다. 오름길의 아무렇게 널린 간벌한 나뭇가지. 지나기가 매우
사납다. 더구나 비 그쳐 엄청 덥다. 땀을 비로 흘린다. 이래저래 젖는다. 능선에 올라도 바람한
점 없다. 첫 봉우리 살짝 내린 안부에서 숨 돌린다.
안개지대로 든다. 날 궂어진다. 사방 우중충하다. 그래도 시원히 비 뿌렸으면 좋겠다. △744.2m
봉이다. 두어 평 공터의 덤불숲이다. 삼각점은 인제 463, 2007 재설. 조망은 안개와 나무숲으로
가려 무망. 약간 내린 안부가 예전에 허씨가 터를 잡고 살았다는 허군재(許君峙)일까. 이른 점심
밥 먹는다. 여정을 생각하여 억지로 입맛 다신다.
미풍 연신 불어대 봉봉을 수월히 오르내린다. 12시 30분경이었다. 안개 속 미풍은 비를 동반한
다. 이윽고 주룩주룩 내린다. 이 비는 산행 끝날 때까지 내렸다. 나무숲 지날 때는 후드득 큰비
로 내린다. 한석산이 멀다. △744.2m봉에서 크고 작은 봉우리 오르내리기 각각 11차례다. 길게
올랐다 짧게 내려 고도를 저축한다.
940m봉 넘어서 잡목 숲 그치고 너른 초원이다. 등로 뚜렷해져도 이슥히 간다. 다래덩굴 미역줄
나무 우거진 숲을 낮은 자세로 뚫고 머리 내밀자 너른 헬기장인 한석산 정상이다. 안개가 자욱
하다. 헬기장 한편에는 태양열 집열판으로 가동하는 무인재해감시시스템과 6.25 전승기념탑이
있고 그 옆 둔덕에 2등 삼각점이 있다. 설악 25, 1997 재설.
한석산은 이름대로 겨울에 혹독하니 춥다. 어느 해 겨울 여기 올랐다가 영금 봤다. 매봉을 향한
다. 임도로 간다. 임도는 능선 마루금으로 진행하다 한석산 후위봉을 오른쪽 산허리로 빙 돌아
간다. ├자 갈림길. 우리는 임도 버리고 오른쪽 능선에 든다. 주목 조림지다. 풀숲이라 발로 더
듬지만 등로는 분명하다. 애기매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고 어린 주목이지만 잎사귀 끝이 가시처
럼 뾰족하고 단단하여 자꾸 찔리니 되게 아프다. 옷은 푹 젖어 살갗에 찰싹 달라붙었다.
임도 넘는 안부 지나고 비바람이 거세다. 설악골 가지 못한 아쉬움 던다. 954m봉 내리다가 오른
쪽 지능선을 잘못 잡아 떼알바하기 직전에서 바로 잡는다. 교통호 따라 사면 돌고 길게 오른다.
매봉 정상 즈음해서는 가파른 흙길이 미끄러워 슬랩 오르는 것처럼 긴다. 매봉 정상. 덤불 무성
한 헬기장이다. 매봉이라는 인공물 표시는 없다.
얌전히 길 따라 내리기로 한다. 잠시 평탄하게 가다가 절벽인 암릉 나오고 오른쪽 사면으로 급
전직하하여 내린다. 곧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뚜렷하던 길은 여러 지능선 지나면서 힘을
잃고 그나마 잡목 숲에 묻힌다. 산기슭 잣나무숲 지나서 계류 건너니 임도다. 정작 녹아난 것은
이 임도에서였다. 산모롱이 돌고 돈다. 펜션 일색인 피아시마을까지 37분이나 걸린다. 비는 여
전히 오락가락한다.
17. 장군봉
18. 울산바위
19. 한석산 산행로 및 그 주변
20. 한석산 정상
첫댓글속의 장군봉 몽환적이네요...천불동에서 사진 많이 찍으셨네요...언제나 봐도 사진 멋지다는 생각...와
멋진 후기 푸욱 빠졌다 갑니다. 이번주도 설악이라 하는데 하필이면 토요일 회사측 행사로 또 침만 이렇게 다스립니다.
저만 그러나요. 16번 사진빼고 모두 배꼽만 나오네요 역시 산행기는 사진을 더해야 맛이 좋아요
와~~~~~ 산길 묘사 환상적이넹.. 가만히 앉아서도 등산한 기분 들것네...
저의 산행기를 오케이마운틴에 먼저 올리고(하늘재 님이 가르쳐준 대로 산행기외로), 여기로 링크하는데 오케이마운틴 쪽에서 홈페이지 통합개편으로 오늘 사진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사진 수를 20장으로 줄여서 우리 카페에서 직접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배꼽만 나오게 불편을 끼쳐 드려(특히 메아리 님에게) 죄송합니다.
어이구 말씀을 이젠 잘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