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가 남기고 간 말씀
시인 이용길
세수는 남 보라고 씻는다냐.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겄냐 마는 날마다 새로 살겄다고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니냐.
안 그런다면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은 낯을 왜 맨날 씻겄냐.
고추 모종은 아카시아 꽃핀 뒤에 심어야 되고 배꽃 필 때 한번은 추위가 더 있다 .
뻐꾸기가 처음 울고 장날이 세번 지나야 풋보리도 베어서
먹을수 있었다.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하더냐.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이고 처서 비는 사방천리에
천석을 까먹는다고
안허냐.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좀 와야 할 텐디...
들깨는 해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부러져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단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살펴감서 해얀다 .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것이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도 곱다가도 허제... 밉다고 다 없애면 세상에 뭐가 남겄냐.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대면 나무가 앙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어대면 땅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 것이다.
세상에 쓸 데 없는 말은 있어도
쓸 데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것은 괭이자루, 갈라진건 소 멍에 , 벌어진 건 지게,
가는것은 빗자루 , 튼실한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놈이 있고 작은 놈이 있다 . 야문 놈이나 무른 놈이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한 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면 농사는 누가짓고 변소는 누가 푸겄냐...
밥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도 따로 있듯이 말 잘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있다 .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어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겄냐
살아보니 그닥시리
잘난 놈도 못난 놈도 없더라.
지나고 보니까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다른거 없더라 .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내기 나름이지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뜻하고 모질게 거둬 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져도 까시가 돋니라...
어쩌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가면서 살아야제. 다른사람 눈에 눈물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보면 별거 없니라 .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 개라도 입은 한 개니까
사람이 욕심 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 손 두 발 다 비었고 말 못 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은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대로 받고 사니라.
그러니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 하겄냐.
나는 이미 이리 살았지만 느그들은 어쩌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단이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
개가 더워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고 옷 입고는 못 사는 법이다 .
사람이 한번나면 아가는 두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 못하고 애기만 또 됐다 .
인자 느그 아가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걸어 댕기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딨냐.
하다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도 익고 그러면 용기가 생기는 것이제...
다 들 그렇게 사는것이 인생 아니겄냐...
욕심내지 말구 남 욕하지 말구
남의 탓하지 말구
콩 한 개라도 나눠 먹어라. 그것이 최고로 사는 것이여...
남역에 엄니가 한맬씀 허신거여! 그래서 노인 어르신은 살아가는
인생사전이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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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맛갈 나게 썼습니다. 그래서 출처를 제미나이에게 물었습니다. "이 시의 제목은 「엄니의 말씀」 또는 **「엄니가 남기고 간 말씀」**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작자는 이용길 시인입니다.
이용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엄니의 말씀』(2021년 출판)에 수록된 대표 작품입니다.
작자: 이용길 시인
출처: 시집 『엄니의 말씀』 (도서출판 한비)
특징: 전라도 사투리의 정겨운 운율과 어머니의 지혜, 생명 존중 및 공동체적 삶의 철학을 담아내어 인터넷과 카카오톡, 방송 등에서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옳은 말씀으로 엮은 삶의 지혜라 생각됩니다. 배우고 실천할 덕목들이네요.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