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 런닝맨!을 우리 동네에서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마을지향복지사업으로 박람회를 계획해 놓았지만 방식에 대한 부분이 고민이었습니다.
여타의 행사처럼 부스설치해서 '오세요'하는 건 좀 싱겁기도 하고...
잠이 안올때는 이런 저런 사업 구상을 해보는데 런닝맨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아무래도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의 관심이 클 것 같았고, 아이들 따라 부모님들도 관심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한여름이었던거 같은데 어제부터 확 추워진게 너무 빨리 겨울이 오나 싶네요.
기관에서 큰 행사인 골목대장터 일정과도 조율해야하고, 개인적으로 병가도 내느라 약간 늦어진 감이 있습니다.
아무튼 복지관 마을지향TF팀을 통해서 기획을 더 세부적으로 하기 시작한 게 두달 전쯤이고,
참여단위 활동가들과 함께 준비모임을 4차례 가졌습니다.
1부는 우리동네 공간탐방 방학동 런닝맨으로, 2부는 1부에서 탐방했던 공간들의 활동가들이 모여 토크하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2부의 경우 2012년부터 진행했던 <생태복지공동체를 향한 리얼 토크쇼>의 연장선에서 시즌4로 명하였습니다.
준비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실무단위에서 컨셉은 정하되 모든 걸 열어두고 방학동 내 커뮤니티 공간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2011년 처음 동네에 생긴 마을공간 도깨비방을 포함하여 안방, 꽃방, 규방의 연대체인 <도깨비연방>, 도봉사람들에서 운영하는 <나무야나무야>, 대안주거문화공동체 방학동에 학이 돌아오는 날을 꿈꾸는 <황새둥지>, 올해 여름부터 마을밥상과 도서관을 운영 중인 <협동조합 방아골사람들> 그리고 복지관 4층에 위치한 청소년휴카페 <아토>와, <방아골가족성장지원센터>가 같이 준비한 단위입니다. 이밖에 몇군데 더 섭외하려 했으나 응답이 없는 관계로...
이런 공간 외에도 함께 한 단위로는 건강한 먹거리교육을 진행하는 <식객탐정단>, <방아골방과후교실>아이들이 있어서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 3곳과 중학교 2곳에 공문과 연락을 돌려 홍보하였습니다.
동네 길거리 홍보, 초등학교 앞 홍보, 어린이집에 안내지 배포 등...
참여단위확정이 한달 전 정도였고 웹자보 홍보를 바로 시작했습니다. 웹자보 디자인은 황새둥지 김지영 작가가 맡아주었습니다.
참여자 모집과 홍보기간에 제가 열흘정도 쉬는 동안 이정현, 채송아 일꾼이 이것저것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준비회의 과정에서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거론되었고 저학년의 경우 개인참가를 받지 않기로 하고, 3학년 이상 3인 1조로 접수받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회의는 마을밥상에서 하는데 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계시던 엄마들이 관심을 보이시며 바로 추가접수가 이어지기도...
한편, 토크쇼 홍보는 관계 단위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직접 말씀드렸는데 결론적으로 좀 부족했다 싶습니다.
행사 3일전부터 행사상품과 참여자 조편성 등 세부사항을 점검하여 체크하며 2팀과 3팀 일꾼들과 미션을 준비하는 공간들에서 각자 역할을 다하였습니다.
런닝맨에 접수한 휘연이는 전날 소풍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이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등교길에 만난 전에 방과후 다녔다는 남자아이가 자기도 런닝맨 참여한다고 하며 아는채를 하더군요.
드디어 결전의 11월 12일 아침, 새벽에 내린 비로 한기가 느껴졌습니다.
행사 당일 진행 상황은 준비팀원들이 카톡방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며 진행하였습니다.
오전에는 공간마다 깃발을 설치하고 이름표 최종 확인, 미션지와 지도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에 <뛰지말고 걸어라>가 컨셉이 되었지요.
총 10개의 깃발이 공간마다 설치되고...
정현샘의 만든 미션지. 보기만 해도 미션 하고 싶어진다이~
세팅하는데 비가 계속 오락가락, 강당으로 옮겨야하나 마나 어쩌나... 고민하면서도 계속 세팅.
총 52명이 접수하였는데 당일접수까지 58명이 런닝맨에 참여하였습니다.
접수자 중에 세시까지 안온 아이가 7명, 현장접수 받으며 부랴부랴 이름표 만들고...
참여는 못해도 이름표만 받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아 손시려...
이제부터는 미션수행하는 아이들 사진 팍팍! 약 70분정도 진행된 런닝맨
황새둥지(작은둥지) 양말코 가위밥 색깔별로 정리하기
나무야나무야 영화이름 10개 적기
방아골가족성장지원센터 나 그리기
도깨비꽃방에서 개다리춤 추는 휘연이
동네공작소 안방에 대해 열심히 설명중인 볼님
중간중간 배치된 노조조끼 입은 안전요원들, 엄마가 너무 도와주거나 걷지않고 교통수단 이용하는지 매의 눈으로 살피기.
4시 반정도 되니 잔디밭으로 다시 컴백하는 아이들, 바로바로 심사하여 점수매기는데 아 정신없네요.
엄마들이 아이들 추우니까 빨리 진행해 달라시고... 그래도 심사는 정확히 해야하니까 그동안 아이들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소감을 듣고 싶었는데 마이크가 안되서 들리지는 않고 옆에서 기록한 분들이 나중에 나눠주시기 바라며...
미션수행개수와 마을지도에 스티커로 표기한 공간위치의 정확성 그리고 깃발개수로 합산하여 순위를 매겼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상대로 1등이 한팀 2등이 2팀, 3등이 3팀이 나왔네욥. (상품지원은 암웨이지원사업 식객탐정단에서 하였습니다.)
여기서 그치면 아쉽지요. 그래서 더 준비한 상품이 있습니다. 4-6등은 마을밥상 주먹밥 쿠폰! , 7-9등은 휴카페 아토 음료쿠폰을 주었습니다~ 또한 모두에게 도깨비방 연필세트를 나누었습니다. 준비단위에서 후원해주신 것들이지요.
이게 끝이 아니라 바로 생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강당에서 부랴부랴 또 세팅하고... 패널분들 모시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그 기록은 -> http://cafe.naver.com/artbangahgol (커뮤니티 디자인 게시판에 있습니다.)
오프닝 공연으로 방학중학교 신정민 군이 노스텔지아를 기타연주해주었어요.
패널로는 우측부터 민선미(방아골사람들 이사), 김교민, 여혜인(아토 활동가), 이혁종(황새둥지 활동가), 김현(나무야나무야 활동가), 성미원(도깨비연방 사무국장)님이 함께하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좀 발췌해보면,
- 권대익 : 토크쇼자리가 스카웃 제의가 되었네요. 방들을 연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자기 커뮤니티 센터의 꿈, 생각, 기대, 소망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 민선미 : 항상 복지관에 오면 네트워크, 연계라고 이야기 하시는데 마을 일 하니 내 집 살림으로 예산 짜고 그런 일들만 하게 되요. 생각지도 않게 아들 따라 공간들을 다녀왔는데 내가 따라 갔다가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되었거든요. 정말 예쁘다. 다른 모임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직조도 갔다가 와! 이거다! 저 방석 가져다 써야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도 만난 게 얼마 안되었는 데 내 집 식구들 같고 좋아요. 리얼생쇼가 공간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서로를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생각을 바꿔보니 더 좋은 만남으로 공간 사람들이 만날 수 있게 된 자체가 도움이 되었죠. 이 자리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 권대익 : 아토가 어떻게 변화해갔으면 좋겠다. 오늘 들으면서 느낌을 얘기해주세요.
- 여혜인 : 일단 제가 말을 조리 있게 못해서. 저희 동네에서 봉사를 많이 했었는데 방아골도 안해보고 했었는데 여기 와서 하게 되고 여러 기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곳에서도 봉사를 할 수 있나? 아토가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어서 설거지 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어서 홍보 좀 해줬으면 좋어요.
- 김교민 : 제가 아토에서 원하는 것은 카페가 있으면 안쪽 방이 있잖아요. 거기서 가끔씩은 영화상영도 했으면 좋겠고, 따른 오는 청소년, 친구들이 의견 내주는 것을 반영해서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좋지만 더 좋은 아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이혁종 : 토크쇼에 어김없이 참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오늘 저는 양편에 계신 분들의 출연으로 좋은 느낌이 더 생긴 것 같고요. 특히나 봉사말씀 하신 분. 황새둥지 공간이 말주변이 없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국립공원 옆에 불 떼고 뗄감 주어오고 해야 하는데 그런 봉사시간을 설계해보고 싶어요. 그게 지속가능한 실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아토처럼 싼 가격에 언제까지 될지 모르는데, 서로 연계해서 사는 것을 생각해봐야 겠어요. 끊임없이 기획하고 부분, 전체를 끌어와야 하는 것들. 억지로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하죠. 우리는 기획을 떠날 운명이 아니에요. 그런 걸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남의 것을 들고 오게 되고. 그러면 초반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대가를 따릅니다. 그게 공간을 지키려는 것에서부터 생긴다고 생각 되요. 각자 지키고 싶은 공간이 생긴 게 중요하죠. 그게 시간을 줄이는 것이 되기도 하죠.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 김 현: 저는 네트워크를 그만하고 싶구요. 말 만인 것 같기도 하고요. 각자의 살림들이 있는데 그 걸 내팽겨 치고 하면 안 되니 그래서 실무자들에게는 업무가 과중되는 삶이 되기도 하거든요. 회의를 매주하면서 그러면 실무자들에게 과중한 거라서 네트워크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떼로 모여서 하는 게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랑 어울리던 청년이 복지관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이런 저런 일을 해볼래? 라고 어울리고 있던 한 사람이 말하니 조금 더 발동이 되었거든요. 일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마음이 무겁지 않았어요. 둘 셋씩 반 네트워킹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황새둥지를 처음 듣는 곳이기도 했고, 활동가를 1년 했었는데 다 알고 있지도 않고. 그래서 좋았고요. 도깨비연방 옥상에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었는데 거기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효축제를 하는데 밥상이랑 무언가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청소년들이 와서 공연도 하고, 파티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인데 못 알리기도 했고, 안 알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와서 사용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 성미원 : 나무야 나무야에서 말씀해주셔서. 저희 공간대여 하거든요. 밥 먹으면서 설명드릴게요. 제가 김현선생님과 학생들을 몰랐는데 장소는 가봤어요. 다 해봤는데 제가 연계를 한다는 건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기획은 있는데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그렇고요. 꿈이라고 하면 저는 상인분들 하고, 저희 마을 카페하고, 지역분들 하고 축제를 여는 겁니다. 상인분들과 얘기가 된다면 같이 기획하고 축제를 벌리는 거고요. 꿈은 일주일동안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상인들과 주민들과요. 여기 오신 분들도 함께하는 방학동의 축제를 만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의 모토는 재미있게 즐겁게 일하는 거구요. 즐겁게 만들어 가면서 앞으로도 일하고 싶습니다.
끝나고 마을밥상가서 다 같이 밥 먹었어요. 토크쇼때보다 밥 먹을때 사람이 더 많았다는..ㅎㅎ
저희때문에 늦게까지 영업하신 꿈빚는마을방아골팀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날 행사에는 숨은 노력들이 많이 계셨기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공간별로 설명해주시고 미션 진행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현실, 이정현, 이남수, 채송아 샘이 꼼꼼히 이것저것 챙겨주셨습니다.
내년에 또 하면 좋겠다고 하네요~.
집에 돌아와 휘연이의 피드백 받았어요.
런닝맨은 모르는 공간 알아가는 목적에 비해 너무 경쟁적으로 이루어진거 같지만 재밌었다고 합니다.
생쇼는 예전에 비해 공연도 적고 세팅도 화려하지 않아 좀 아쉬웠다고 하네요.
행사 연달아 하느라 그랬다고 변명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방학동이라면
어른들도 그러하겠지요.
첫댓글 휘연이의 냉철한 평가ㅎㅎ 대단하네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홍보 안내문이 김지영 선생님 작품이었군요?! 느낌이 좋아서 궁금했었습니다.
아이들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또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