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
요즈음은... 그 알량한 산행기도 쓰기가 귀찮고... 싫어... 산행기라는 것을 쓴지가... 꽤나 오래됐다. 그러나.... 시간 날 때는...습관적으로(?) 들곤 하던 책의 내용들이... 아랫줄을 보면... 윗줄이 생각나지 않는 빈도가...더욱 심해지기에... 어설픈 산행기라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제대로 생각나지도 않는 일정... 거리... 소요시간을...생각나는대로... 대충 정리하여... 산행기 같지도 않은... 얄량한 글을...산행기라고 올리니... 제현들의 해량있으시길^^
들어가면서 -
딸내미가...영춘기맥을 끝내고는... 얼마동안... 산 이야기가 없더니... 또... 몸이 근질근질해 지는 모양이다.
남덕유산에서 시작해...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홤매산...자굴산...집현산 등을 거쳐... 남강의 진양호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 거리 약 160km에 달하는... '진양기맥'을 하겠단다. 내가...그 첫구간에 위치한... 금원... 기백...거망... 황석산을 도는... 일명...거망지맥을... 하고파하는 것을 아는 딸내미가...영각재에서... 금원...기백을 거쳐...바래기재까지 가는... 약 26km 정도의 첫구간을 같이 가자는데...나는...不敢請이언들...固所願 이다.
그 D-day를... 2월 20일(토)로 잡고... 남서울 터미널에서...23시에 출발하는심야버스를 이용하여... 무박 1일로 하기로... 딸내미랑 약속한다.
들어가서 -
2010. 2. 20(토) 20시 쯤.
딸내미에게 문자가 왔다. 서상에서 내려... 영각사까지 택시로 들어가면... 새벽 3시 2,30분 정도 일터인데... 어두우면... 길 찾기가 힘들 것 같으니... 자기 차로 출발해... 적당한 곳에서... 잠 좀 자다가.. 영각사에서 05시쯤 출발하잔다.
선두대장의 명령(?)을 어이 거역하리오.
22시쯤. 고상보따리(상구 구신님 표현)를 들러메고... 과천의 그애 집으로 향하다. 그애 집에서... 이것저것... 보따리를 재정비하고(?) 23시 40분에... 그애 차로...과천 출발.
덕유산 휴게소에 도착하니... 새벽 2시 30분.
1시간 가량 잠시 눈을 부치기로 하고... 불빛이 덜 비치는 곳에... 차를세워 놓고 잠을 청하나... 시동을 크니...추워서... 잠이 잘 오지를 않는다. 여하튼... 비몽사몽간에 헤메이다가... 3시 30분 일어나...휴게소에서... 아침인지? 새참인지?를 사먹고... 이것 저것...꼼지락 거리다가... 4시 40분 쯤.... 휴게소를 출발한다.
영각사 입구에 도착하니... 5시 15분쯤.
스팻츠도 차며...또다시... 이것 저것 꼼지락 거리다가...5시 30분에 영각사를 출발. 렌턴에 의지한채... 쉬임없이 걸어...남덕유산 900m... 영각사 2.5km의 이정표가 서있는 영각재에...도착하니... 6시 45분.
여기서 우리는... 목책이 쳐있는...오른쪽의 출입금지 지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눈위에 발자국이 있다. 이런 좋은 일이^^ 그러나... 10여m쯤 가니... 그것으로 끝이다. 아마도... 볼일 급한 사람이 잠시 들어 온 모양이다.
눈이 그리 많치는 않더라도... 20cm 이상은 실히 쌓여있는 눈길을... 처음으로 가야하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곳에 따라서는... 무릎 근처까지 빠지는 눈길을... 우리 선두대장은 꾿꾿이 걷는다.
7시쯤. 엉성한(?) 이정표가 서있는...하봉이라는 곳에 도착. 여기서... 거창군 북상면과... 함양군 서상면의 경계인 남령까지는... 2.0km란다.
그러나...이곳 부터는... 계속...눈이...무릎 근처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이다. 때로는... 내가... 때로는... 딸내미가...앞서거니... 뒷서거니... 열심이 길을 헤친다.
8시 10분 쯤. 헬기장 도착(높이를 표시한 나무판이 걸려있는)
8시 20분...거창과 함양의 경계지점인... 남령 도착. 길건너... 월봉산 오르는 초입에는...큼직한 산행 안내판도 서있다. 이곳에서... 월봉산까지는... 3.65km라는데.... 처음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웁게도... 눈길은... 뚫려있다.
급경사의 눈길을... 헥헥... 미끌미끌 거리며 올라가... 어느 봉우리에 서니... 앞에... 정말로... 칼날을 세워놓은 것 같은... 칼날봉이 우뚝하다. 칼날봉을 좌측으로 돌아... 줄을 잡기도 하고... 좌측의 절벽(?)을 보며... 가슴도 졸이며... 능선상에 오르니... 먼저 오른 딸내미가... 전망대라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앞으로는...남덕유부터... 덕유산 일대가... 모두 조망 되고... 좌측으로는... 희미한 시루엣으로... 지리산도 보인다. 딸내미는...삿갓봉 아래에 있는...삿갓재산장도 보인다는데...아무리 눈을 비벼도...내 눈에는 ㅠㅠ
이곳부터... 월봉산까지는...줄이 메어져 있는...바윗길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또는... 눈길의...급경사길을 오르내리기도 하며... 몇개의 봉우리를...계속 넘어야한다.
어느 작은 암봉에 도착하니... 개구멍 같은 것이 하나 뚫려있고... 그옆 바위에... 지름 1cm정도의...가느다란 줄이 늘어저 있다. 개구멍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하고... 몸을 숙여 보았으나... 아무래도 무리다. 어쩔 수 없이... 눈이 살풋이 덮혀있는... 바윗길을... 가느다란 줄에 의지해... 힘겹게 오른다. 어라... 내려가는 길도... 그줄에 의지해... 2m정도를 내려가야한다.
왕년에... 집에 금송아지 한 두 마리 없었던 사람 어디 있겠냐마는... 선인... 인수를 오르던 일은... 정말로... 왕년의 일이고... 나는... 2m 남짓한... 절벽(?)을 내려가느라고... 가는 줄을 잡고... 낑낑 거린다. 그런데... 우이~~~ 씨~~이~~~. 뒤딸아 온 그애는... 너무 쉽게 내려온다. ㅠㅠㅠ 이게... 늙음과 젊음의 차이인가?
내려오니... 개구멍바위(?)가 바람을 막아줘... 그런대로...아늑한 공간이 있다. 잠시 쉬며... 간식을 하자는 그애 말이...정말로... 하느님의 음성으로 들린다. 거의 5시간만에... 처음으로... 앉아서 쉬는 휴식이며... 간식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걸은 거리는 7km 남짓. 5시간 동안에 7km라? 길도 다소 험하긴 했지만... 눈길 걷기가 힘든 것임을 새삼 느낀다.
여하튼...나는... 얼른... 쐬주병부터 찾아... 시에라컵에다 그득 부어... 한 잔 쭈~~욱~~~
"압지.... 술에 걸신 들렸어요? 왜? 그리 급하게 마시세요?" "그래... 걸신들렸다. 왜?? ㅋㅋㅋ"
11시쯤. 이 능선상의 맹주인...월봉산에 도착 했으나...바쁘게 걸어야하는... 빠듯한 우리들의 일정. 그냥... 눈길만 한 번 주고... 조금은 편한 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좌측... 임도. 우측...서상 상남리. 직진...거망산 정상 5.9km라는... 표지판이 서있는 큰목재를 지나...11시 40분 쯤. 거망산과... 수망령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
우리는... 당연히... 좌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오매~! 눈도 제법 쌓여있는 길에는... 사람 지나간 흔적이 없넹!! 수망령까지는... 1km가 넘는 거리인데... 우짠디야.
그러나... 무식한 건지? 용감한건지?.... 아님... 무식해서 용감한 건지? 여하간에... 우리 부녀는 용감하게... 돌격~~~ 앞으로다. 어찌하든...수망령까지는 가야... 금원으로 오를것인지? 용추계곡 쪽으로 탈출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다지며... 딸내미는 힘차게 전진한다. 나는... 그애가 만들어 놓은... 눈구멍만 살금살금. 헤헤.
그러나...헤헤도 잠시. 날씨가 춥지 않은데다가... 시각도 한낮이고... 따스한 햇살까지 있으니...눈은 완죤 습설이다. 조금만 걸어도... 아이젠 밑으로 눈덩이들이 둥그렇게 달라붙으니... 스키가 따로 없다. 스틱으로 중심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힘 없이 넘어지며.... 주루룩~~~
여하튼... 왼쪽은... 월성계곡이라는 곳이고... 오른쪽으로는 용추계곡으로 내려간다는... 앞쪽으로는 당연히 금원산 오르는 길인...수망령에... 12시 20분쯤 도착.
금원산 오름길은... 사람이 오른 흔적이 있으나... 기백산까지는... 6.5k를 더가야 하고... 또... 바래기재까지 갈려면... 써비스 구간도 상당한데...우짜나? 그애나...나나...망설여지는 마음은 피차일반인 것 같은데...망설이는 이유는... 서로가 틀리다. 나는... 힘도 빠졌고...더이상 가기가 싫은 망설임이지만... 그애는...힘 빠진 것 같은 나를 데리고(?) 눈길을 계속 걸어야 하나...하는...망설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정자에서 쉬며...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라면이라도 끓일까 하고... 배낭을 뒤적이는데...어~~~라~~~ 사람 소리가 들리넹. 잠시 후... 한 사람이 내려온다. 갈길을 물으니... 40명이 대전에서 왔는데... 금원산까지 올라... 왼쪽의 거창쪽으로 내려간단다.
혹시나... 기백산까지 간다면... 버스라도 꼼사리 낄가하는.... 얄팍한 마음을 접어 버리고... 그냥.... 용추사 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굳히곤... 12시 30분에... 배낭을 짊어 맨다.
'두류산'님이... 발등에 물집까지 생기며... 1시간 30분 동안 걸어 내려왔다는 임도를 걸어... 버스 정류장이 있는...용추사(장수사) 일주문에 도착하니...14시 10분.
매시 50분에 있다는 버스를 기다리며... 도토리묵 한접시에... 막걸리 한 방구리로... 미완성의 산행이었지만.... 눈길에...험한 곳도 다소 있는 산길을...무사히 내려옴을 자축한다.
걷기로 한 거리 : 약 25.2km. 실제로 걸은 거리: 7시간 동안...약 11km(1시간 40분간 걸은...용추계곡 임도길 제외)
* 빨리 걷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동안...그애와의 산행중... 7시간 동안... 11km 걸은 것은 처음있는 일인데... ㅠㅠㅠ인지? ㅋㅋㅋ인지?
추이) 버스로... 안의로... 그곳서... 어죽국수(?)로 점심을 먹고... 다시 영각사행 버스... 영각사에 도착하니... 관광버스들이 10여대는 실히 서있다. 어묵을 끓이는 버스도 있고... 삼겹살을 굽는 버스도 있어... 모르는 척... 소주 한잔에.. 어묵 한 그릇 받아 먹고 싶기도 하나... 길도 막힐 것 같은 일요일 오후의 고속도로... 꾹 참고...17시에... 서울로... 아니... 과천으로 출발한다.
다소 막히는 구간도 있었으나...양호하게... 3시간 40분만인... 20시 40분에 양재에 도착. 그곳에 있는... E-마트의 식당에서... 냉면을 먹고... 선바위역에서그애와 헤어져.. 집에 오니... 23시가 다 되어간다. 겨우... 양치와... 손발만 닦고... 지친 몸을 누이자 마자... 꿈나라로 직행한다.
얘야~~~ 운전하랴... 눈길 헤치랴... 고생이 많았다. 나도... 힘은 들었지만... 즐거움이 더 많았단다. 다... 니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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