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가족과 함께 읽는 동화 이정순 회원 작 ＜낼 또 와＞-어린이강원일보에 연재(1회)

[이정순]

*1회 연재 2019. 4. 29.

*2회 연재 2019. 5, 6.

*3회 연재 2019 . 5, 13(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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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 작성자 : 이정순      2019-04-29 엄마 아빠가 모두 나간 뒤 집에 혼자 있게 된 난 은근히 기뻤습니다. 마음대로 텔레비전도 보고 게임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피식 웃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세요?” 난 귀를 쫑긋 세우며 현관 가까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낯선 사람이면 문을 열어 주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지민아. 나야.” 문 밖에서는 석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어보니 석영이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제 동생 석환이의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안녕?” “그래 어서 와.” 이렇게 인사는 했지만 난 석영이와 석환이의 방문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석영이와 석환이랑 노는 것이 재미없고 싫증이 났습니다. 너무 같이 놀다보니 때로는 생각이 달라서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요. 내가 이러려고 같이 놀았나 싶은 언짢은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이젠 제발 우리 집에 좀 자주 찾아오지 않았으면 싶은데 또 이렇게 불쑥 찾아와 놀자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엄마는 어디에 계셔?” 씩씩하게 우리 집으로 들어온 두 녀석은 두리번거리더니 우리 엄마부터 찾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시장에 잠깐 볼일 보러 가셨어. 근데 왜?” “인사하려고 그러지.” “그래.” 난 되도록 짧게 말했습니다. 길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너희 아빠는?” 아빠가 집에 계신다면 친구네 집도 토요일에는 쉬어야한다고 말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빠는 오늘도 바쁘다고 회사 나가셨어. 우린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지.” “허락 받았어?” “응.” 이렇게 말하니 더 이상 길게 물어 볼 말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난 이 두 녀석과 무얼 하며 놀까 궁리하다가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함께 만화영화 보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 이십분쯤은 석환이도 깔깔대며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쯤 지나자 석환이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빙빙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석환아, 좀 가만있어. 방해 돼. 만화 영화 봐.” “형 난 이제 재미없어.” 석환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이렇게 딱 잘라 말하니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어쩌면 좋을까 머리를 굴렸습니다. 다른 걸 보여준다 해도 싫고 장난감을 갖고 놀라 해도 고개만 가로 저었습니다. 서서히 저 마음대로 하려는 석환이의 고집부리기가 시작된 듯싶었습니다. 석환이는 갑자기 눈이 반짝 빛나더니 러닝머신 위로 올라가 쿵쾅대며 뛰었습니다. “쿵쾅쿵쾅.” 한동안 그러다 말겠거니 하며 참았지만 석환이는 계속해서 뛰고 노래 부르며 깔깔댔습니다. ‘아니 저 녀석이 정말.’ 집안은 점점 시끄러워지고 가뜩이나 예민한 내 성격에 신경이 거슬렸습니다. 쪼그만 녀석이 자기 집도 아니면서 눈치도 없이 왜 자기 집처럼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석영 너 동생이 뛰고 난리인데 가만있어? 무슨 형이 그래? 시끄럽게 굴면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온단 말이야. 나만 야단맞아.” 화를 참다못한 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그만 석영이에게 한마디 툭 던지고 말았습니다. 저 동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야 석영이도 마지못해 일어나 석환이를 타일렀습니다. (마음호에 계속) 이정순 동화작가, 강릉사천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