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조롱조롱 매달렸던
물방울 하나
톡 떨어지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찰나
다시 없을
눈 감을 때 떠오를
반짝임 하나 얻었다.
<시작 노트>
존재한다는 건 다 아름답다.
존재 그 자체로 신비하고 가슴 뜨겁다.
비가 오고 난 뒤 조롱조롱
매달리는 물방울들을
경이롭게 바라본 적이 있었다.
베란다 창틀에 조롱조롱 매달려
존재하는 그 빗방울
살아있음이다.
그러나 잠시 반짝 빛을 내고
톡 떨어졌다.
순간 그는 반짝였고
나는 뜨겁게 반짝였다.
첫댓글 ‘반짝-물방울’은 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홀황이다. 하강이라는 상승이다. 존재의 반려伴侶, 아니 우연한 마주침의 사건이다. 모름지기 한 편의 시를 얻는 데는 상실과 회의懷疑,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의 발견으로서) 경이驚異가 필요하다.
아래 주소를 누르면 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31211411607878
물방울의 찰나와 눈 감은 영원을 읽습니다 찰나와 영원을 비추는 반짝임 하나 저도 얻어 갑니다
어미정재숙껍데기만 남은 건다 어미다.할머니 그러셨다.골뱅이 껍질 같다 골뱅이 껍질 같다.물거품으로 속을 채운 골뱅이 껍질로동동 물결 따라 흘러가신 지 반백 년도 넘었다.어머니 그렇게 속 다 파 먹힌 빈 껍질로떠내려간 지도 수십 년 되었다.말없이 사라지는 거 그거 다 어미다.해거름 녘 물속 너럭바위 위에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던 새끼 골뱅이들내 아직 어릴 적 그 골뱅이들그 어미에 그 어미에 그 어미였던 것들그 새끼에 그 새끼에 또 그 새끼였던 나도그 어미들처럼 동동 물 위에 떠서흘러가겠지.껍데기만 남은 어미는이제 어미가 아니다.흘러도 자꾸 흐르는 강물이다.ㅡ 시집『이런 날이 왔다』(만인사, 2016)
아름답고 영롱한 빗방울에 눈 맞춤한 시인의영혼이 빤짝^^^^^^^^^거렸군요
첫댓글 ‘반짝-물방울’은 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홀황이다.
하강이라는 상승이다.
존재의 반려伴侶, 아니 우연한 마주침의 사건이다.
모름지기 한 편의 시를 얻는 데는 상실과 회의懷疑,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의 발견으로서) 경이驚異가 필요하다.
아래 주소를 누르면 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31211411607878
물방울의 찰나와 눈 감은 영원을 읽습니다
찰나와 영원을 비추는 반짝임 하나 저도 얻어 갑니다
어미
정재숙
껍데기만 남은 건
다 어미다.
할머니 그러셨다.
골뱅이 껍질 같다 골뱅이 껍질 같다.
물거품으로 속을 채운 골뱅이 껍질로
동동 물결 따라 흘러가신 지 반백 년도 넘었다.
어머니 그렇게 속 다 파 먹힌 빈 껍질로
떠내려간 지도 수십 년 되었다.
말없이 사라지는 거 그거 다 어미다.
해거름 녘 물속 너럭바위 위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던 새끼 골뱅이들
내 아직 어릴 적 그 골뱅이들
그 어미에 그 어미에 그 어미였던 것들
그 새끼에 그 새끼에 또 그 새끼였던 나도
그 어미들처럼 동동 물 위에 떠서
흘러가겠지.
껍데기만 남은 어미는
이제 어미가 아니다.
흘러도 자꾸 흐르는 강물이다.
ㅡ 시집『이런 날이 왔다』(만인사, 2016)
아름답고 영롱한 빗방울에 눈 맞춤한 시인의
영혼이 빤짝^^^^^^^^^거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