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정골에 사는 지인의 편지 --우리보다 두어살 연상으로서 낭성에 살고 있는 분입니다.>
T.S 엘리엇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명명했지만, 凡人은 4월을 좋아한다.
시인은 물질의 풍부와 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인간성의 내면의 황폐함과 형식화로 한탄하지만, 凡人은 이를 눈 감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이 사람에게 보여지는 사월은 모든 것이 여리고 정겹기만 하다.
햇살이, 바람이, 피어나는 아지랭이가, 뾰족뽀족 돋아나는 새싹, 새움, 새촉, 새잎이, 피는 꽃이, 여인의 옷맵새가, 지난 날의 마음속 추억이, 방죽의 바람따라 스치는 물결이 마음의 파장따라 설레게한다.
호정골의 겨울은 더 춥고 긴 추위속에 있었기에 봄이 더 기다려지게 했다.
지금도 아침에 살얼음이 얼어 있다.
더디게 더디게 오는 호정골이지만 노오란 산수유가 제일 먼저 봄의 화신으로 피었다.
봄꽃의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목련, 진달래, 개나리, 라일락. 매실, 연산홍,싸리꽃,아카시아,장미,봉숭화, 해바라기,민들레,가장 키 작은 채송화까지 정원에 나무와 꽃들은 자기 자태를 마음껏 뽐내면서 누가 누가 예쁘나 경쟁이라도 하듯이 색깔과 향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김동환 시인이 지은 '산 너머 남촌' 애송곡은 모두가 흥얼거리는 국민 노래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며 진달래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지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4월은 꽃의 향연이라 자연속에 사람들은 노래가 절로 나온다.
4월의 노래 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한 것이 봄의 노래 아닌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양희은 작사, 김희갑 작곡의 '하얀목련'은 들어도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첫 사랑으로 우리를 짜릿한 환상의 세계로 추억케 한다.
"하얀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여라 내 사랑이여라/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이 피어나고/ 아픈 가슴 진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한국 국민들의 제 1의 애송시 김소월의 '진달래' 그 애절함에 한번쯤 그런 사랑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모두의 懇願(간원)일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라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호정골 야산을 산책하는 사월이며 박목월의 '산유화'를 낭송하면 낭송할수록 그 맛이 더하곤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나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천 년 전, 이스라엘의 낭만 시인 솔로몬의 '노래 중의 노래(Song of songs)' 아가(雅歌)도 아마 4월에 불러진 노래일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사월의 아름다운 꽃의 정원으로 자연은 모두를 유혹하면서 초대합니다.
자연의 정원처럼 마음의 정원으로 모두를 초대해서 그대 마음의 정원에 왕래하는 모두가 행복자가 되는 눈 부신 찬란한 사월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