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댓글조작’ 이틀째 침묵… 野 “선거조작 사건, 文이 사과해야”
동아일보 2021-07-23
野 “김경수로 끝날 일 아니다” 최재형 “수혜자 文 침묵, 국민 무시”, 안철수 “민주주의 파괴한 범죄” 與 “대법원의 유죄 확정에 유감”… 사과없이 정통성 공격 차단 나서 김두관 “추미애 자살골 해트트릭”
청와대는 22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유죄 판결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전날에 이어 침묵을 이어갔다. 김 전 지사 유죄 판결에 대해 야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파상공세에 나선 가운데 정치 공세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야권은 계속해서 “몸통은 문 대통령”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 野 총공세 “몸통은 文”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며 “젊은 세대가 구(舊) 문재인과 현(現) 문재인을 대비하며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사과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참 후퇴시킨, 선거 개입을 넘어선 선거 조작 사건”이라면서 “김 전 지사 한 사람 구속됐다고 끝날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여권 전반으로의 전선 확대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김 전 지사 유죄 판결을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 논란으로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맞붙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여론 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어차피 금메달을 딸 올림픽 유력 후보라면 도핑을 해도 상관없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여권 일각의 ‘2017년 대선은 문 대통령의 승리가 예견돼 있었다’는 주장을 비판한 것.
야권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론 조작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침묵을 지키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정권 출범의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은 최측근의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 與, 사과 없이 사법부 성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사법부 판결을 비판하며 야권의 대통령 사과 요구 및 정권 정통성 공격에 대한 차단에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의 유죄 확정은 유감스럽다”며 “유능한 지사이자 착한 정치인이었던 김 전 지사를 잃은 데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과 유사한 사건으로 매도하는 분들이 있다”며 “국정원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국정원 댓글 조작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사법부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국민의힘은 2012년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조작 사건을 벌여 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 사람들이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이없다”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진심’을 근거로 대법원의 판결을 탓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단은 몹시 안타깝다”며 “개인적인 믿음으로 볼 때 김 전 지사의 진실성을 믿는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CBS 라디오에서 “법원이 정황 중심으로만 판단한 것 같다”며 “김 전 지사의 진심도 믿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2018년 당 대표 재직 당시 댓글 수사를 촉구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한 성토도 이어졌다. 김두관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을 향해 “노무현 탄핵, 윤석열 산파, 김경수 사퇴라는 세 번 자살골을 터뜨린 해트트릭 선수”라며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김 전 지사를 잡았다고 하는 것은 우리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국민의힘의 계략”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전 대표님, 지금 대권주자님의 용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선에 꿩(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잡는 매가 되겠다고 나왔는데, 꿩은 못 잡고 ‘바둑이’ 김경수만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전 지사를 지칭했다는 은어(隱語)다.
김경수, 대선전후 13개월간 32차례 드루킹에 먼저 전화걸고 메시지 보내
법원 증거기록으로 본 댓글조작김경수(왼쪽), ‘드루킹’ 김동원(오른쪽)
“‘드루킹’ 김동원 씨(52)가 자신과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킹크랩(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저와 공모한 것처럼 꾸민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54)는 21일 댓글 여론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이렇게 말했다. 법정에서도 “김 씨가 일방적으로 접근해 자신을 이용했을 뿐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며 김 전 지사는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22일 법원에 제출된 2000여 쪽 분량의 증거기록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김 전 지사는 2016년 11월 25일부터 2018년 1월 7일까지 약 1년 1개월 동안 32차례나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김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12회)과 시그널(3회)을 활용해 15차례 비밀 메시지를 먼저 보냈고, 시그널(9회), 일반 음성통화(6회), 텔레그램(2회) 등으로 17차례 전화를 걸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먼저 연락한 내용 김 전 지사가 김 씨에게 먼저 보낸 비밀메시지 중 대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기사 링크 등이다. 2017년 4월 13일 김 전 지사가 TV토론을 적극 홍보해 달라고 부탁하고, 같은 달 29일 네이버 댓글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 대표적이다. 김 씨는 김 전 지사의 메시지를 받으면 수 분 내로 “처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등의 답장을 보냈다.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을 본 김 전 지사가 여론 조작을 예상하고 김 씨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1,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도 “김 전 지사가 댓글 여론 조작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공범이라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김 씨 역시 김 전 지사가 2016년 9월 경기 파주의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이후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댓글 여론 조작 작업을 한 기사 목록을 거의 매일 전송했다. 김 씨는 2017년 대선 이후의 선거에서도 댓글 여론 조작을 통해 김 전 지사를 돕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김 씨는 2017년 7월 21일 김 전 지사에게 시그널을 통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는 문재인 지지층의 힘이 축소되고 언론, 방송의 힘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돼 대책이 요구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지사는 “고맙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냈다.
김 씨는 또 2016년 6월 30일 국회에서 김 전 지사를 처음 만난 뒤 ‘경공모’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차기 정권을 잡을 것입니다. 진짜 시작은 그 뒤부터입니다. 저희를 알아두시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 전 지사는 대선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김 씨에게 다양한 ‘지방선거 준비 작업’을 지시했다. 김 씨는 김 전 지사의 요청을 받아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경공모 회원 46여 명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해 그 명단을 김 전 지사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관계는 김 씨의 측근 도모 변호사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되지 못하면서 2018년 2월 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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