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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26. 다인어(多人語)-승가의 다수결 원칙 다수가 동의해도 여법하지 않을 땐 부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에 다수결의 원칙이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로, 각종 이익 단체가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 제도는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선(善)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수적인 의미에서 다수가 동의하는 이익이 선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고, 이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한 것이 다수결의 원칙이다.
율장에 의하면, 승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사(諍事)는 4종으로 각 쟁사의 내용에 따라 7가지 해결법이 있다. 이 다인어는 주로 법과 율에 관한 해석의 차이를 둘러싸고 발생한 쟁사에 적용되는 것으로, 기본적인 멸쟁법으로 의견 조정에 실패했을 경우 투표를 통해 쟁사를 가라앉히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때 여법설자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인물은 바로 승가의 갈마를 통해 엄격한 기준 하에 선발된 행주인(行籌人), 즉, 투표를 실행하는 사회자이다. 이 행주인은 자신이 여법설자라고 판단한 비구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돌아가도록 투표 결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승가는 부처님이 남긴 법과 율을 최고의 선으로 삼고 수행해 나가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아무리 다수의 의견일지라도 비법비율(非法非律)일 경우에는 타협하고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아무리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교법과 율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때는 소수가 다수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용기로 공동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승가 다수결의 원칙인 다인어야말로 특별한 기준 없이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을 지배해 버리는 현대의 다수결에 비해, ‘여법(如法)’ 위에서 화합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승가 공동체의 이념이 잘 반영된 멸쟁법이라 생각된다.
어떤 경우에도 탐·진·치나 두려움과 같은 삿된 감정에 사로잡혀 비굴하게 사욕을 부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율에 근거하여 냉철하면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 그리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감을 잃지 않고 항상 빛을 발하는 사람, 그런 훌륭한 지도자가 곳곳에서 승가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는 안도감을 얻고 싶은 때이다. 이자랑 [출처 : 법보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