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하) 2-(2)허생전(許生傳) - 박지원 - 민근홍 언어마을 [단원 해제] 이 작품은 18세기 후반의 의 현실을 17세기 후반으로 무대를 옮겨 '허생'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사대부 계층의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적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설이 역사적 상황으로서의 현실을 어떻게 수용하며 삶에 대한 인식과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실학자 박지원의 대표적인 한문 단편 소설이다.
[작품 개관] ▷ 문종 : 풍자 소설, 단편 소설, 한문 소설, 고전 소설 ▷ 구성 :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사상 : 낙원 추구 사상, 이용 후생의 실학 사상 ▷ 특징 : 1) 요약적 제시의 방법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2)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3) 고전 소설의 일반적 특징과는 다름 점이 많다. 4) 냉소적, 풍자적 성격이 강하다. ▶ 주제 : 무능한 양반 계층에 대한 비판과 선비의 자아 각성 촉구
[등장 인물] ▷ 허생 : 비범한 능력과 이인다운 풍모를 지닌 비판적 지식인다. ▷ 변씨 : 이완과의 접촉을 주선하는 매개자. 도량이 넓고 용의 주도한 인물이다. ▷ 이완 : 주인공 허생의 비판 대상. 당대의 무능한 사대부를 상징하며, 북벌론 핵심 인물. 무기력하고 보수적이다.
[내용 정리] 1. 허생의 무능한 삶 : 글읽기만을 좋아하던 허생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의 질책을 받고 있다. 2. 허생의 자금 마련 : 허생은 변씨에게 만 냥을 빌린다. 3. 허생의 축제 : 허생은 과일과 말총을 매점 매석한다. 4. 허생의 빈 섬 방문 : 큰 돈을 번 허생은 빈 섬을 찾는다. 5. 도둑을 회유하는 허생 : 허생은 변산의 도둑을 회유한다. 6. 빈 섬의 성공적 경영 : 허생은 빈 섬을 성공적으로 경영한다. 7. 허생의 귀환 : 허생은 도둑들을 교화한 뒤 귀환한다. 8. 허생과 변씨의 사귐 : 허생은 후원자가 된 변씨와 사귄다. 9. 돈을 번 내력 : 허생은 매점 매석의 폐단을 지적한다. 10. 허생의 현실관 : 허생은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11. 헌생의 문전 박대 : 허생은 이완을 문전 박대한다. 12. 허생의 현실 대응책 : 인재 등용, 훈척, 귄신 척결, 부국 강변책 실시 등을 권한다. 13. 허생의 사대부 비판 : 허생은 사대부의 허례 허식을 비판한다. 14. 허생의 잠적 : 허생은 표현히 자취를 감춘다.
[허생의 주제 의식] 이완과의 대화를 통해 당시 집권 사대부들의 편협성과 허위성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재 등용의 불하리성과 위정자의 무능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북벌론을 주장하는 당시 집권층의 정책이 얼마나 허구에 가득 찬 것이며 현실을 도외시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허생전'은 당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실학을 사상적 배경으로 하여 당대의 사회가 안고 있던 정치적, 경제적 제도의 문제점을 통박하면서 실학적인 세계관과 청나라의 실용적 문물을 수용하여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현실 인식과 대응 방식] ▷ 선비의 경제적 무능을 비난하는 허생의 아내 ▷ 빈 섬에 이상향을 건설하는 허생 - 의식의 충족 : 새로운 문물과 제도의 수립 - 일본과의 무역 : 해외 무역을 통한 부의 축적 - 식자층에 대한 불만 : 탁상공론을 일삼는 사대부 비판 ▷ 사대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허생 - 인재 등용에 힘쓰지 않는 사대부 비판 - 훈척 귄귀의 재산 몰수 - 청나라와의 인적 교류 및 문물의 적극 수용 주장
[박지원의 작품 세계] ▷ 제1기 : 양반의 위선 폭로 ▷ 제2기 : 실학 사상 고취 및 북벌론 비판 ▷ 제3기 : 여성의 인권 신장 주장
[작가의 허구적 대리인] '작가의 허구적 대리'이란 작품 속에서 작가의 사상과 정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즉, 그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대신 말하는 인물인데, 대체로 작품의 주인공이 그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이 작품의 주인공인 허생이 아닌 그의 처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허생의 처는 허생을 질책하면서 선비들의 비실용적 사고 방식과 무능함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의 작가인 박지원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 할 수 있다.
[변씨의 성격] '허생전'에서 변씨는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닌, 허생이 잠재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 인물이다. 변씨는 중세적 질서에 대항하여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변혁기에 주도하는 계층, 즉 돈 또는 실용 정신에 가치를 두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려고 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이 때문에 변씨는 처음부터 대상다운 대범한 면모와 활달한 도량을 지닌 인물로 대화와 행동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허생에게 만 냥을 선뜻 빌려 주는 장면은 어색함이 없으며, 오히려 사건 건개에 사실성을 부여한다.
[허생의 상행위가 지닌 의미] 이 장면에서 허생은 변시로부터 빌린 만 냥의 돈으로 과일과 말총을 매점 매석하여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대 우리 나라의 경제 구조가 매우 취약했음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이 만 냥의 돈으로 한 나라의 한 나라의 과일과 말총을 모두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의 규모가 작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생은 큰 돈을 벌고 나서 기뻐하기보다는 한숨을 쉬며 탄식을 하였다. 이런 그의 행위는 그가 단순한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한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으로,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을 예비하는 단서가 된다.
[빈섬의 의미] 허생이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을 찾은 것은 그 곳에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이상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면에서 이 소설에서의 빈 섬은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홍길동은 율도국을 무력으로 점령하여 그 곳에 신분의 차별이 없는 이상 국가를 건설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허생도 당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한 이상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빈 섬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변산 군도에 반영한 사회상] 이 장면에서 우리는 당시의 사회상을 엿 볼 수 있다. 그것은 곧 변산 군도처럼 농사 지을 땅이 없어 농춘을 이탈하여 군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양민이 수천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당시 위정자의 이용 후생에 대한 정책 부재에 기인한 것으로, 박지원은 이를 비판한 것이다. 당시 하층민 가운데에는 상층의 집권 계층에 결탁하든다 혹은 독자적으로 농, 공, 상에 종사하여 착실히 부를 축적하여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하층민은 상층민의 수탈에 의해 영세농마저도 포기하고 이농 현상을 빚게 되기도 하였고, 변산 군도와 같이 도적의 무리를 아루기도 했으며, 농민 반란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허생의 비범성] 허생은 각 지방의 군사를 동원하여 수색해도 잡지 못하는 도둑떼를 단신으로 찾아가 그들을 회유함으로써 도둑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 안을 평온하게 만드는데, 이는 그의 비범한 능력을 보인 것이다. 흔히 고전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처럼 영웅성을 보이는데 허생도 예외는 아니며, 그런 점에서 허생은 고전 소설이 지니는 전형적인 인물 유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지식인에 대한 허생의 비판적 시각] 허생이 섬나라의 화근을 뽑아 버리기 위해 글을 아는 자들을 모두 육지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당대 지식인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태도가 드러난 것이다. 당대 지식인층인 사대부들은 자기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까다로운 규범을 만들어 자신들과 일반 민중을 구별 짓는 한편, 자신들의 자식을 우매한 백성들에 대한 지배의 수단으로 활용할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허생이 글을 아는 자들을 모두 육지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그들 소수의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무기 삼아 다시 사대부 행세를 하고 상층으로 군림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인을 사회의 화근으로 규정한 그의 발언은 지식 그 자체의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기보다 지식이 선량한 민중을 속이고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던 당시 현실을 비판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허생의 재물관] 허생은 재물의 중요성 그 자체는 인정하되, 그것을 자기 목적의 가치로서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다른 목적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효용의 가치로서만 중시되고 있을 뿐이다. 재물의 가치에 대한 그의 이러한 시각은 그의 철저한 선비 의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선비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입장을 잘 드러내 준다. 즉, 선비는 경제적 수완과 같은 실무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그 능력은 오로지 도의 사회적 실현이라는 선비 본래의 역할 수행을 위해서만 쓰여져야 하며, 선비에게 있어서의 재물은 도의 실현을 위한 효용적 가치로서만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허생의 재물관] 허 생은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다고 하여 당대 우리 나라의 경제 구조가 매우 허약함을 비판하면서,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어 통하질 않고, 수레가 나라 안에서 다니질 못해서, 온깆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라고 하여 운송 수단의 마비로 인한 유통 구조의 취약성이 그 원인임을 지적하였다.
[집권 사대부들에 대한 허생의 불신감] 변씨로부터 집권 사대부들의 북벌 계획을 전해 들은 허생은 처음부터 그들의 북벌 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입으로는 북벌을 외치고 있지만, 조성기, 유형원, 허생 자신 등 국가 정책에 유용한 인재들을 등용하지 않는데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북벌론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위장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북벌론의 허위성] 허생이 제시한 첫째 대책에 대해 이완은 어렵다는 답변을 한다. 임금 자신부터 북벌을 실행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북벌을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필요한데 임금은 사소한 격식에 얽매여 인재 발굴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허생의 물음에 이완이 바로 답하지 못하고 한참 생각한 뒤에 '못하겠다'고 한 것도 임금의 이러한 태도에서 연유한 것이다. 허생의 둘째 대책에 대해서도 이완은 '못하겠다'는 답을 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의미는 종실이나 훈척, 권귀들도 북벌에 진정한 뜻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명나라에 대한 의미를 내세우며 북벌은 위치고 있지만, 그 의미를 지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과 기득권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일 뿐이다. 허생은 마지막으로 첩자를 보내는 계책을 제시한다. 사대부 자제들을 머리를 깎고 호복을 입혀 청의 과거에 응시하게 하거나, 상인으로 위장 잠입시켜 그들의 허실을 탐지한 뒤 일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완은 부정적인 답을 한다. 당시 사대부들은 예법을 중시하므로 변발을 하고 호복을 입으려 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사대부들 역시 북벌에 진정한 뜻이 없음이 드러난다. 사대부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꺼린 나머지, 예법이란 사소한 명분을 방패 삼아 국치의 설욕을 외면할 것이하는 말이다. 결국 허생의 삼책 제시와 그에 대한 이완의 답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위로는 임금에서부터 종실, 훈척, 권귀는 몰론 아래로 일반 사대부들에 이르기까지 당시 집권층들은 한결같이 북벌에 진정한 뜻이 없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왕-종실, 훈척, 권귀-사대부의 순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도 바로 이러한 집권층의 위선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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