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2호선 강변역을 가려하면 TM에 이르러 갈림길에서 선택해야한다. 지상으로는 보행자신호를 두번 받아 건너야하는데 시간이 조금 덜 걸려서 젊은이들은 대체로 이 경로로 간다.
그런데 나는 통상 TM지하로 통하는 길을 이용한다. 궂이 구실을 찾자면 비바람도 가려주고 볼거리도 더러 있지만 그 중에 제1은 요새같은 엄동설한에 꽃을 볼 수 있어서이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Silk Road라고 불리는 기다란 골목에는 조그만 꽃가게, 카페2곳, 복사점, 의류점, hairSalon, 금거래소, 귀금속가게, 신발가게, 편의점, 약국 등이 있는데 내가 제일 눈길을 주는 곳은 조그만 꽃가게이다
내가 이곳을 지날때마다 기꺼이 들여다보는 것은 이른 시간대라서 꽃들이 잠에서 깨어나 산뜻해서고 또 주인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서 주인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이다. 더군다나 이즈음은 한겨울이어서 다른 데서는 꽃을 쉽게 볼 수 없는데 여기서는 공짜로 이쁜 꽃들을 볼 수 있어서 어찌 생각하면 특전이다. 허기야 봄부터 가을까지 길거리는 꽃단장이 잘 되어서 굳이 갇혀있는 꽃을 찾을 일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꽃피는 호시절에는 이 꽃가게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고 지나쳤는데 찬바람이 불면서부터는 이 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되었다. 요새는 Silkroad를 가다말고 진열장 앞에서 나도 몰래 잠깐 발길을 멈춘다. 잘 정돈된 아름다운 꽃들을 보노라면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 젊어서는 꽃이 아름다운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꽃들이 눈에 들어왔었다. 더군다나 진열장의 꽃들은 항상 싱싱해서 老醜를 가릴수 있어서인가싶다.
꽃들을 한참동안 보고 있으면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고 가지만 나는 게으치 않는다. 거기다가 욕심이 늘어서 디카에 담아두었다가 친구들 생일축하나 문안인사로 보내면 대부분 좋아한다. 어떤 친구들은 꽃이름을 물어오기도하는데 아는 것만 대답하고 잘 알지 못하는 녀석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도찰했느냐?고 물으면 함묵한다.
이 꽃 가게의 규모는 워낙 영세해서 전면에 나온 진열장이 달랑 한개인데 그나마 진열장 안쪽에 조명을 밝혀서 눈길을 더 끈다. 진열장은 6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크기가 작아서 한눈에 들어온다. 짐작컨데 1미터×1.5미터×0.5미터 일성싶다. 진열대는 2단으로 구분되는데 상단, 하단에 각각 다섯개씩 유리꽃병으로 진열되어 있으며 그 안에 꽃들은 주단위로 바뀐다.
이 가게의 꽃갈이는 화요일 저녁쯤으로 보인다. 화요일 오후 가게를 지나다 보면 꽃들이 팔려나가고 듬성듬성하다. 그런데수요일 아침에 지날 때는 새로운 꽃들이 선을 보인다. 오늘 아침에 본 꽃들은 애기장미. 해바라기, 안개꽃, 튜립, 백합,카네이션, 거베라, 프리지아, 꽃양귀비,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꽃 등이다. 이 때다 싶어서 다시 폰카로 모셔둔다. 오늘도 어느 카톡에 인사용으로 이용하련다
가게주인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다. 그래서 언젠가는 지나는길에 한번 주인을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가게가 잘 되면 좋겠다. 그래야 그 분은 자기일에 보람을 찾을테고 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계속볼 수 있어서이다.
첫댓글 가게에 들어가 꽃 한송이를 사주세요!
곱게 익어가는 모습!
역시 꽃 보다 선달님 입니다.